NFT, 돌풍인가 광풍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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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FT, 돌풍인가 광풍인가?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4.0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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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G 파일 한 장 785억 원에 팔려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 디지털 그림이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낙찰돼 미술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는 NFT로 팔린 작품 중 역대 최고가이며 현존하는 아티스트 작품 중에서도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다. 이 작품은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마이크 윈켈만이 제작한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이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디지털 파일에 원본·소유권 증명을 넣어 특정 콘텐츠를 복제할 수 없는, 유일한 것으로 만든다. 세상에 하나뿐인 원본이니 가치가 높은 디지털 자산으로 취급된다.

가상화폐 미술 시장 데이터 분석 회사 크립토아트에 따르면, 지금껏 거래된 NFT 미술품은 약 10만 점, 222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대체 불가능’이라는 말처럼 유일무이한 특징 때문에 복제가 불가능한 ‘진품’ 디지털 작품 거래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편, 크리스티 경매소가 대금을 가상화폐로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처음이다. 크리스티의 현대미술 담당자 노아데이비스는 참여자가 늘고 가격도 올라가면서 이번 거래를 이더리움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에 낙찰된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출처: 크리스티 경매 사이트)

 

NFT와 비트코인 어떻게 다른가?

그렇다면 NFT는 무엇일까?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동일한 가치로 거래할 수 있는 다른 가상자산들과 달리 ‘대체할 수 없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예컨대, 내가 가진 1만 원짜리 지폐를 다른 사람이 가진 1만 원과 서로 교환해도 아무런 손해가 발생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1비트코인과 남이 가진 1비트코인은 같은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으로 토큰 1개의 가치가 저마다 다르다. 쉽게 말해 NFT는 디지털 콘텐츠 등의 예술작품이 블록체인과 결합돼 ‘디지털 원본 저작권’의 성격을 지닌다. 진품 보증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그림 등 예술작품과 애니메이션, 음악, 비디오 게임 아이템 등 거래에 유용하다. 또한, 거래 기록이 자동 저장되고, 위·변조도 불가능하다. 한 마디로 ‘디지털 콘텐츠의 공인인증서’ 같은 역할을 하는 셈이다.

 

가상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 (출처: 크립토키티 공식 홈페이지)

NFT는 2017년 출시된 가상의 고양이 육성 게임 ‘크립토키티’에서 시작됐다. 크립토키티는 온라인에서 저마다 다른 생김새와 특성을 가진 고양이를 모으고 교배시키는 수집형 게임이다. 각각의 고양이는 NFT화돼 고유의 일련번호를 부여받고, 유저들은 암호화폐로 고양이를 사고 팔 수 있다. 외모가 아름답고 희귀한 형태일수록 가격은 올라가고 이 때문에 고양이 한 마리가 1억 원이 넘는 금액에 팔리기도 했으며, 가장 비싸게 거래된 ‘드래곤’이라는 고양이 캐릭터는 600이더리움(ETH)(약 13억 원)에 거래됐다.

현재는 디지털 작품 거래를 중심으로 NFT 시장이 커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NFT 자산의 규모는 2년 새 8배 가까이 증가했다. 넌펀저블닷컴이 올 2월 발행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NFT 시장 규모는 4096만 달러(약 457억 2364만 원)에 그쳤으나, 지난해 3억 3803만 달러(약 3773억 4288만 원)를 돌파했다.

실제로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는 2006년 자신이 올렸던 트위터 1호 메시지 ‘방금 내 트위터를 설정함(just setting up my twttr)’이라는 글을 NFT로 판매한다고 밝혔고, 최고 입찰액은 3월 22일(현지 시각) 기준 250만 달러(약 28억 원)까지 올랐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는 이달 초 NFT 원본 보증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이미지를 580만 달러(약 65억 원)에 팔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3월 17일 첫 NFT 미술품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에 출품된 작품은 국내에서 첫 시도된 마리킴의 NFT 작품 ‘미싱 엔 파운드(Missing and found·2021)’다. 최초 5000만 원으로 시작해 경합 끝에 한 수집가에게 288이더리움(약 6억 원)에 낙찰됐다. 이는 시작가에서 11배 이상 올라간 가격이다.

 

그렇다면 NFT 왜 인기일까?

이젠 방귀 소리가 담긴 오디오 클립도 NFT가 적용됐다면 팔려나갈 정도다. 실제로 뉴욕의 영화감독 알렉스 라미레스 말리스는 방귀 소리 오디오 클립에 NFT를 적용해 판매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NFT 열풍을 조롱하기 위해 코로나19 봉쇄가 시작됐던 지난해부터 1년간 방귀 소리를 녹음해 상품을 내놓았으며 익명의 구매자가 이를 85달러(약 10만 원)에 구매했다. 그는 작품이 팔린 것에 대해 NFT 시장이 미쳤다고밖에 할 수 없다며 놀라워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NFT 열풍을 희소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디지털 콘텐츠가 NFT화 되면 그 자산은 갤러리에서 거래되는 그림처럼 이 세상에서 '단 하나'만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복제하면 그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비플은 물음에 대해 누구나 마이클 잭슨의 노래 스릴러 파일을 복제할 순 있지만, 그게 원본 녹음을 소유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밝히며 디지털 예술의 복제품은 온라인에서 모두가 볼 수 있지만 NFT는 단 한 사람이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고 말했다. 즉, 토큰이 대표하는 문서나 이미지는 복제될 수 있지만 토큰 자체는 언제나 단 하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예술가들 입장에선 NFT가 반갑다. NFT가 대중화되고 디지털 아트를 거래하는 수단으로써 자리 잡는다면 저작권 보호가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NFT 안의 정보가 예술품의 소유 사실과 소유권을 명시해, 디지털 아트를 굳이 물리적인 상품으로 만들 필요도 없다. 또한, NFT는 원작자의 권리를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작품이 되팔릴 때마다 10%~25% 정도의 저작료가 원작자에게 계속 돌아가기도 한다.

비플은 또 "예술가들은 지난 20년이 넘는 시간 디지털 기기와 기술로 예술작품을 만들어 인터넷에 배포해왔지만, 그것을 진정으로 소유하고 수집하는 방법은 없었다. NFT와 함께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나는 우리가 미술사의 다음 장인 디지털 예술의 시작을 목격하고 있다고 믿는다"라고도 말했다.

 

불타고 있는 뱅크시의 그림 Morons (출처: 뱅크시 유튜브 캡처)

 

NFT 거품일까, 비트코인 이어나갈까?

한편, NFT가 열풍인 가운데 이에 반기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크리스티 경매에서 한 블록체인 회사는 미술 경매장에 모인 구매자를 조롱·풍자하기 위해 뱅크시의 그림 '멍청이'(Morons)를 스캔해 NFT로 변환한 후 이를 경매에 내놓고 진짜 그림은 불태우기도 했다. 이 그림에는 '이런 쓰레기를 사는 멍청이가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라는 글귀가 적혀있었다. '멍청이 NFT’는 경매에서 가상화폐 228.69이더리움(약 4억 3천만 원)에 팔렸다. 원본은 9만 5천 달러(약 1억 7천만 원)로 이는 4배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디지털 진품이 실물 원본보다 비싸게 거래된 것이다.

이처럼 고유 디지털 값을 지닌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에 거래되는 상황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큰돈이 유입되면서 가격 거품을 보인다고 말하며, 열풍이 가라앉으면 손실 위험이 크고 사기꾼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아직 NFT 거래를 제대로 보호하기에는 현행법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아직은 NFT로 디지털 자산을 거래했다고 해도 법적으로 ‘지식재산권’이 넘어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의 디지털 자산에 누군가가 임의로 NFT를 생성해 파는 것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IT 매체 더버지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이기 때문에 여전히 누구나 복제 및 재생이 가능하다는 태생적인 한계를 지적했으며, 원본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대부분의 NFT 시스템은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소유자에 대한 위조가 불가능해 증명을 보증하지만 NFT 내부에 직접 저장되는 작품 원본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다. 따라서 아티스트의 이름과 작품 제목을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는 담겨 있지만, 작품이 블록체인 자체에 기록되는 것은 아니라 실제 예술품은 여전히 연결고리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NFT의 높은 성장만큼, 투자 위험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과 2018년 사이에는 여러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무분별한 가상화폐 공개(ICO)로 많은 투자자가 손해를 입기도 했다.

킴 포레스트 보케 캐피털 파트너스 수석투자책임자(CIO)는 NFT 열풍에 대해 “비트코인을 놓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NFT 등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NFT의 장기적인 전망은 회의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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