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범죄 피해액 5.5조, 사기 피하려면 '이것' 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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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 피해액 5.5조, 사기 피하려면 '이것' 주의해야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5.28 14:17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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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끌어모은 후 ‘먹튀’, 피해자 속출

40대 A 씨는 지난달 말 비트코인으로 5개월 만에 1000만 원으로 1억 원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비트코인을 사면 8시간마다 투자금의 0.5%씩 이자를 주는 거래소가 있다는 것이었다. 반신반의하며 정보를 찾던 A 씨는 실제 이 방식으로 거액을 벌었다고 주장하는 한 투자자의 유튜브 동영상을 봤다. 해당 유튜버는 30억 원에 달하는 자신의 계좌 잔액을 보여주며 ‘인생의 유일한 기회일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했다. 이를 본 A 씨는 2000만 원을 투자했고 처음에는 설명대로 약속한 시간마다 이자를 돌려주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거래소 접속이 안 되기 시작하더니 투자 성공담을 내세우던 유튜브 영상들이 사라졌다. 급기야 홈페이지와 카카오채널, 텔레그램 대화방 등 고객들과 소통 가능한 모든 창구가 삭제됐다. 말로만 듣던 ‘먹튀’였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 급증, 연기자 고용해 ‘가짜 수익’ 인증하기도


최근 4년 사이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액이 5조 5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관련 범죄도 빠르게 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5월 26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 금액(추정치)’은 2017년 4674억 원, 2018년 1693억 원, 2019년 7638억 원, 지난해 2136억 원, 지난 1∼4월 942억 원 등으로 집계됐다.

암호화폐 관련 범죄 피해 금액 (출처: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및 경찰청)

여기에 경기남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14명을 입건해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의 피해액(3조 8500억 원)까지 합하면 전체 피해액은 5조 558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입건된 피의자 14명은 작년 7월부터 최근까지 '암호화폐 거래소에 600만 원을 투자하면 수익을 지급하겠다'고 속여 피해자 6만 9000여 명한테서 3조 8500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차려 다단계 영업 형태로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았다. 1 계좌당 최소 600만 원의 투자금을 넣으면 원금을 초과한 배당금을 준다는 식이다. 신규 회원을 모집하면 100만 원 상당의 코인도 지급했다. 피의자들은 신규 가입자의 투자금을 기존 가입자에게 배당하는 돌려막기식 운영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당과 배당금이 지급되지 않고 원금마저 환불받지 못했다는 피해자들이 속출하자 경찰이 전방위 수사에 나선 것이다. 경찰은 이들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상 사기, 유사수신행위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에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표방한 채 투자금을 끌어모은 뒤 폐쇄하는 이른바 ‘가짜 거래소 먹튀’ 사기 사건이 큰 문제가 됐다. 유튜브 여러 채널을 통해 투자 성공담을 담은 영상을 동원해 암호화폐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투자자들을 현혹, 피해를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만 최소 1000명 이상으로 예상되며 피해 금액은 10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부 동영상의 조회 수는 100만 회를 넘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거래소에는 10만 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 피해자들은 유튜버가 코인 펀딩비를 ‘이자’라고 부르며 안전한 거래 방식으로 설명한 것에 속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투자 관련 문의에 친절히 답해주기도 했다. 이에 비트코인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는 초보 투자자들은 ‘내가 모르는 방식이 있나 보다’, ‘이미 그렇게 사람들은 다 돈을 벌었구나’ 싶은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제가 터져 나오자 해당 동영상 주인공들은 자신도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해당 동영상은 자신들이 제작한 진짜 성공담이 아니었고, 거래소 측으로부터 모델료를 받고 출연한 홍보 영상이었을 뿐 그 내용이 사기일 줄은 몰랐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는 “그렇게 자기 얼굴까지 다 버젓이 내놓은 영상이 약간 과장은 있을 수 있어도 대놓고 가짜일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유튜브 영상 때문에 피해 본 사람이 정말 많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투자 피해자들은 거래소를 상대로 형사 고소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 동부지검에 고소장을 접수한 이는 110여 명이며 지역별로, 개인적으로 경찰 고소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제 사각지대 놓인 코인 시장, ‘관련 사기’ 기승 우려


가상통화 사업자가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영업 신고를 하도록 하는 개정 특정금융거래정보법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됐지만 신고는 오는 9월 25일까지만 하면 되기 때문에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전까지 관련 사기 사건이 더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중소 거래소 피해를 막기 위해 둔 유예 기간이 사기 거래소들에 마지막 한탕의 기회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는 사이 암호화폐 관련 범죄 건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41건(126명)이었던 암호화폐 관련 범죄 단속 건수는 지난해 333건(560명)으로 급증했다. 경찰이 2017년부터 지난 4월까지 입건한 암호화폐 관련 범죄는 모두 585건, 피의자 수는 1183명이다. 지난해 경찰이 수사한 사건을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암호화폐 관련 사기·다단계 범죄가 218건(439명)으로 가장 많았다. 암호화폐 거래소 불법 행위 31건(39명), 구매 대행 사기 등 기타 범죄도 84건(82명) 있었다.

투자자들 스스로 비정상적인 수익을 강조하거나 불법성이 있을 수 있는 선물·마진 거래 등을 내세우는 거래소에 대해 경각심을 갖는 한편 정부 당국 차원의 예방적 조치가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코인 사기 피해와 관련) 개인 탓만 할 수 없다. 필요하다면 유예된 코인거래소 금융거래정보 신고를 당길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특별전담팀 등을 구성해서 예방적 조치에 나서는 등 피해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피해는 예견된 결과라고 지적하며, 큰 피해 사건이 일어난 후 여론이 들끓어야만 나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뒷북 대응이 아닌 보다 체계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윤창현 의원은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문제를 ‘2030의 무모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빚투(대출로 투자)’ 정도로만 여기는 안일한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평범한 가장들까지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하다 정부의 무대책 무책임·무방비 때문에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불법 자금은 퇴출, 부실 코인은 정리, 시세 조종과 작전에는 단호한 철퇴를 가해야 한다. 검·경은 다단계 사업자, 먹튀 거래소 등에 대한 공개 수사를 개시하고, 동시에 당국은 투자자와 거래소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5월 18일 송민헌 차장(치안정감)을 팀장으로 하는 ‘암호화폐 불법 행위 종합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책 마련에 나섰다. 경찰청 관계자는 "최근 범정부적으로 민생 금융 범죄를 근절하고자 암호화폐 관련 불법 행위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따라 경찰도 TF를 통해 관련 범죄를 적극적으로 수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설명했던 ‘특정경제 가중처벌상 사기’, ‘유사수신 행위법 및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등을 위반할 경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특정재산범죄의 가중처벌) 제1항 제1호, 2호에 따라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또한,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6조(벌칙) 제1항, 2항에 따라 유사수신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하며, 불특정 다수인을 대상으로 그 영업에 관한 표시 또는 광고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과한다.

 

코인 사기 피하려면 이것만은 기억해야


암호화폐 시장에 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관련 사기들의 수법과 수단도 점점 진화하고 있다. 그러나 간단한 유의사항만 고려하더라도 사기를 예방할 수 있다.

먼저, 지금껏 들어본 적 없는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호언장담하는 이들은 일단 의심해봐야 한다. 가상화폐 가격이 최근 급등세를 보이며 높은 수익률을 보여주긴 했지만, 이는 그만큼 위험이 뒤따르는 투자의 결과다. 투자 설명회는 물론 유튜브, SNS, 메신저 등에서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을 앞세우는 홍보물이 눈에 들어온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사기 수법들을 보면 가짜 거래소를 개설한 경우 대형 피해들이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알려진 큰 피해 사례들이 들어본 적도 없는 생소한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다가 발생했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형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내 대형 은행들과 정식으로 협약을 맺고 계좌를 운용하는 업체인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유튜브, SNS 등 사기꾼이 피해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도구가 늘어난 만큼, 온라인상에는 또 다른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유명 인터넷 포털에는 회원 수가 수만 명 이상 되는 금융 사기 예방 카페가 활발히 운영되고 있으며, 사기 피해 사례를 공유하는 웹사이트도 존재한다. 

투자사기·유사수신행위 등 불법 금융 사기에 당한 피해자를 위한 한 인터넷 카페의 운영자는 불법 금융 사기 관련 피해자가 더는 생기지 않길 바란다면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해당 카페 운영자는 청원에서 “사기꾼이 사기를 치면서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는다. 사이트에 유선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 투자자를 모으면 100% 사기”라고 전했다.

투자 전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정보포털 ‘파인’과 자신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인 ‘더 스캠’에 접속해보라는 조언도 했다.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면 사기 의심 업체들의 이름이 뜬다. 그는 이런 내용이 담긴 ‘투자 사기 피해 예방 지침서’를 만들어 카페에 공유하고 있다. 조만간 QR코드로도 이를 배포해 피해를 줄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아울러, 그는 “온·오프라인에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당신에게 접근한다면 이것은 사기다. 고수익 정보를 공유하는 바보는 없기 때문이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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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겁쟁재 2021-05-31 14:36:50
적정이자 수준 이상의 수익율을 보장하면 다 사기다 . 주제넘는 재를 탐하면 탈재가 잃어날 뿐

김초원 2021-05-28 14:32:55
돈좀 벌려고했다고 도로 잃는.. 눈물이 눈앞을 가리네요..

하유림 2021-05-28 14:27:34
우려했던 일들이 현실로 일어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