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어린이 교통안전, 처벌 강화보다 스마트 안전 체계 구축 우선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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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온] 어린이 교통안전, 처벌 강화보다 스마트 안전 체계 구축 우선돼야
  • 한평훈 기자
  • 승인 2024.04.16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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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식이법' 시행 3년 넘었지만 어린이 교통사고 여전
어린이와 운전자 모두 보호하는 스마트 교통 체계 필요

어린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처벌을 강화한 일명 '민식이법'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지만 효과는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시속 30km 속도 단속, 반사경 설치 등의 1차원적 보여 주기식 행정보다는 AI와 CCTV를 결합한 솔루션 등 다양한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 구축 및 고도화로 아동과 운전자 모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사고에 취약한 어린이들

어린이들은 대체적으로 위험을 인식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미취학 아동은 호기심이 많아 주변 환경에 쉽게 주의가 분산될 수 있으며 작은 체구로 운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역시 교통사고에 취약하다. 더욱이 아이들은 갑작스러운 돌발 행동을 보일 수 있어 운전자가 예측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여기에 갓길 불법 주정차를 비롯 음주운전, 주의 태만, 신호 위반 등 운전자들의 과실까지 겹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발생한 만 13세 미만 어린이의 교통사고는 연평균 8817건이었으며 해마다 22명 정도가 목숨을 잃고 1만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더욱 큰 문제는 어린이들의 이동이 잦아 더 세심하게 보호해야 하는 스쿨존에서의 교통사고도 꾸준히 발생한다는 데 있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으로 잠시 주춤하는듯했지만 2021년에는 523건으로 증가, 2022년에는 514건, 지난해는 466건이 발생했다. 세부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에는 3명이 숨지고 507명이 부상을, 2021년에는 2명이 숨지고 563명이 부상을 입었다. 2022년에는 3명이 숨지고 529명이 부상을 입었다. 해마다 2~3명꼴로 스쿨존에서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호자가 항상 지켜주는 것처럼" 안전 사각지대 공백 채워야

운전자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획기적으로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최근 3년간의 통계에서 나왔다. 일각에서는 민식이법 시행으로 인해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도 내비쳤다.

일부 운전자들은 "스쿨존에서 시속 30km 이하로 주행을 한다고 하더라도 다양한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고가 날 수 있을 가능성이 있기에 운전자만을 나무란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라고 항변하기도 한다. 또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제 저널 서스널리티(Sustainability)에 게재된 한 연구에 따르면 많은 아이들이 도로를 횡단할 때 안전하지 않은 행동을 보였다. 무엇보다 인도 가장자리에서 정지하지 않거나 지나가는 차량을 확인하지 않았다. 이 중 여자아이의 경우 남자아이보다 인도 가장자리에서 정지할 확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에서는 이러한 아이들의 특성상 보호자의 손을 잡고 도로를 건너는 행동이 가장 아이들의 안전에 도움을 준다고 기술했다.

그러나 연구 결과처럼 보호자가 24시간 계속 함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통학을 하게 될 나이에 이르거나 특정 요인으로 인해 아이 혼자 길을 건너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보호자들이 없을 경우 취약 공백을 감안해 어린이들을 위한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를 더욱 고도화 시킬 필요성이 제기된다.

현재 우리나라는 스쿨존을 별도로 지정하고 옐로우 카펫 설치, 시속 30km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불법 주정차 단속 카메라 설치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지만 보다 더 체계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어린이 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안전 강화하는 스마트 안전 기술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 고도화는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목표뿐 아니라 관련 기업의 성장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CCTV, 접근 제어 시스템, 경보 시스템 등 보안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이 많다. 이러한 보안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인공지능(AI) 전문 기업들도 동반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경기도 성남시 등 일부 지자체는 교통사고가 잦은 스쿨존과 실버존에 보행 약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AI 스마트 횡단보도'를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AI 솔루션 전문 기업인 라온로드가 참여했으며 AI 트래킹 기법을 적용해 정확한 보행자 이동 정보를 파악하고 행동 분석에 따라 이동 및 경고 등의 음성 안내는 물론 보행 신호까지 자동으로 연장하는 복합 기능 서비스를 구현했다.

우회전을 할 때 운전자의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우회전 알리미 시스템'도 경기도 용인시에서 도입해 운영 중이다. AI가 CCTV를 통해 영상을 분석하고 횡단보도 내 보행자의 움직임을 확인, 우회전을 하는 차량이 해당 장소에 진입하면 깜빡거리는 신호와 실시간 사각지대의 상황을 미리 영상으로 보여줘 보행자가 건너고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 준다. 이 시스템을 개발한 AI네트웍은 우리나라의 경우 운전자석 위치가 좌측에 있다는 점으로 인해 우회전 시 사각지대가 발생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를 개선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한다.

대구시의 경우 지능형 교통 체계 구축을 위한 사업자 선정을 마치고 4월 1일부터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 공모에 선정돼 추진되는 이 사업은 국고 보조 예산 6억 8000만 원을 비롯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특별교부세 5억 원과 시 자체 재원 14억 2000만 원 등 모두 26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구체적으로는 긴급 공사나 사고, 낙하물 등의 갑작스러운 상황을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폭우로 인한 침수 등 자연 재난에 대비한 즉시 알림 기능 개발, 교통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통 정보 제공 체계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무엇보다 AI 기반의 카메라가 교통사고, 낙하물 등을 자동으로 알아내 경찰, 공공시설관리공단 등의 유관 기관과 도로 위 운전자에게 실시간으로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돌발 상황 관리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어 사고 예방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빠르게 성장하는 스마트 교통 시장

시장 조사 기업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조사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스마트 교통 시장 규모는 약 924억 8천만 달러(약 126조 1334억 원)였으며 2021년에는 987억 4천만 달러(약 134조 6714억 원)로 성장했다. 오는 2028년까지는 이 시장이 2068억 달러(약 282조 54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은 11.1%에 이른다. 이는 주로 도시화 증가, 효율적인 이동성 솔루션에 대한 수요 증가, 교통 시스템의 효율성 및 안전성 향상을 위한 기술의 발전 추세를 놓고 예측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 교통 시스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교통 관리, 안전, 효율성 측면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지능형 CCTV(솔루션) 성능시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배회 ▲침입 ▲유기 ▲쓰러짐 ▲싸움 ▲방화 ▲마케팅 ▲익수자 ▲실종자 ▲화재 등 일반 분야 10종으로 마련된 시나리오 및 성능 기준에 따라 총 90% 이상 성능이 인정될 경우 성적서를 발급하고 있다.

특히 과기정통부는 AI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지능형 CCTV 솔루션의 특성을 반영해 방대한 학습 데이터를 구축, 사회 안전(싸움·침입 등), 차량 불법 행위, 재난 등 분야의 영상 데이터를 총 11만여 건, 약 4500GB 규모로 쌓았다. 그중 10만 건 이상을 기업에 개방해 성능 시험 등에 활용하는 한편 산업계에 적극 개방함으로써 지능형 CCTV 성능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 보안 및 AI 기업들의 육성을 지속적으로 도모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안전한 한국형 스마트 교통안전 체계를 확립하고 이를 고도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진다면 보다 실질적인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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