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카타르 월드컵의 안전은 누가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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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카타르 월드컵의 안전은 누가 지킬까?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2.12.02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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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축구장 사고와 함께 살펴본 ‘경기장 안전 대책’

지구촌의 축제 ‘2022 피파 월드컵(FIFA World Cup Qatar 2022)’이 한창이다. 월드컵 시즌이면 전 세계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경기 관람, 응원전 등으로 경기장에 모인다.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만큼 축구 경기장에서는 매번 크고 작은 안전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카타르 현지와 국내에서 모두 안전 대책이 아주 중요하게 다뤄졌다. 지난 10월 발생한 인도네시아 축구장 참사(125명 압사)와 이태원 참사(158명) 등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한 것이다.

외신에 따르면, 카타르는 월드컵 경기 중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인명 사고 대비를 위해 2021년 12월 아랍컵 토너먼트부터 안전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지난 8월에도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안전 점검을 실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0월 일어난 이태원 참사를 고려해 정부를 중심으로 거리 응원전 등 밀집 인파에 대한 안전 대책이 최우선으로 세워졌다.

카타르 월드컵 경기가 치러지는 '알투마마 스타디움'

 

역대 축구장에선 어떤 사고가?

지구촌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만큼 많은 인원이 모이는 축구 경기에서는 시설 노후화, 관중 폭동으로 인한 압사, 추락 등 대형 사고가 자주 일어난다. 그럼 지금껏 축구 경기에서는 어떤 사고가 있었을까?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는 1964년 열린 페루와 아르헨티나의 도쿄올림픽 예선전에서 일어났다. 당시 0-1로 지고 있던 페루가 후반 36분경 동점골을 넣었으나 심판이 무효 선언을 했고 격분한 약 5만 명의 페루 관중이 경기장에 난입했다. 이때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던 328명이 충돌과 압사로 사망했다.

두 번째로 많은 사망자를 낸 사고는 지난 10월 인도네시아에서 있었다. 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말랑 리젠시의 칸주루한 경기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프로 축구 1부 리그의 아레마FC-페르세바야 수라바야 경기에서 패배한 아레마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했고, 경찰이 쏜 최루탄을 피하려다 한 번에 인원이 몰리면서 대규모 추락, 압사가 발생해 174명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축구 강호가 많은 유럽에서도 큰 사고가 자주 있었다. ‘헤이젤 참사’와 ‘힐스러버 참사’가 대표적이다. 1985년 벨기에 브뤼셀의 헤이젤 스타디움에서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의 우승컵을 놓고 리버풀과 유벤투스가 맞붙었다. 당시 격앙된 양 팀 관중 간의 충돌이 빚어졌고 노후된 경기장 일부 콘크리트 벽이 무너지면서 구조물에 깔리는 등 사고로 39명이 사망하고 600명 이상이  다쳤다. 이 사건은 관중 간 충돌뿐 아니라 경기장 시설의 노후화 등 안전 장치가 미흡해서 벌어진 사건이었다.

헤이젤 참사 후 4년 뒤, 영국 셰필드의 힐즈버러 스타디움에서 또 한 번 비극이 일어났다. 리버풀과 노팅엄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준결승전에서 수많은 관중이 한 번에 몰리면서 보호 철망과 인파에 깔리면서 리버풀팬 96명이 압사하고 7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외에도 1946년 33명이 사망한 영국 볼턴 번든 파크 경기장 장벽 붕괴 사건, 1985년 56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래드포드 시티 홈구장 화재 사건, 1971년 관중 밀집 인파로 66명이 압사한 아이브록스 참사 등 많은 사고가 있었다.

 

카타르 월드컵의 안전, AI가 책임진다

이처럼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축구 경기장 내 안전을 지킬 수 있는 대책이 매우 중요하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12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의 방문을 대비해 다양한 안전 장치가 마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인공지능(AI) 기반의 안전 관리 시스템이다. 아랍권 외신 알자지라에 따르면, 카타르 월드컵 본선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8개의 경기장 내에는 약 2만 2000개의 지능형 CCTV가 설치돼 있다.

지능형 CCTV는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수많은 관중들의 밀집 정도를 파악해 위험 징후가 포착될 경우, AI를 통해 실시간으로 안전 요원에게 연락한다. 아울러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이상 접근 관리, 테러 방지 등 보안관 역할도 하고 있다. 또한 이 모든 정보는 24시간 운영되는 ‘아스피어 중앙통제센터’에서 관제한다.

AI는 경기장 내의 온도 유지에도 활용됐다. 피파에 따르면, 카타르는 무더운 현지 날씨로 인해 열사병 등 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경기장 내 다수의 냉각 통풍구를 설치했다. 경기장 내 중앙관제센터는 AI 기반의 센서를 통해 적정 온도(18~24도)를 유지한다. 이 기술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만 알아서 냉방을 하는 ‘스팟 냉방’이라는 최신 기술로 한 카타르의 교수에 의해 설계됐다. 

또한 카타르 대학교 공과 대학은 이번 월드컵의 안전 관리를 위해 감시 드론 기술 활용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카타르 당국은 월드컵 시즌 내 시민 안전을 위해 수만 명의 보안 요원을 경기장 내외부에 배치했다. 월드컵이 열리기 한 달 전부터 영국, 미국, 터키 등 13개 국가와 함께 5일간 보안 훈련을 실시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월드컵을 위해 주변 나라에서 파견된 보안 요원만 4000명이 넘는다.

 

국내 축구 경기장은 안전할까?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축구 대회의 안전은 대회 운영 본부와 각 경기장 운영처가 역할을 나눠 관리하고 있다. 대회 전반의 안전은 운영 본부가, 경기장 시설·장비의 안전은 경기장 운영처가 책임지고 있다.

스포츠 안전 재단의 ‘축구 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국내에서 축구 대회가 열리면 대회 운영 주체는 대회·훈련 계획서에 ‘안전 계획 및 안전 목표’를 포함해야 한다.

안전 계획은 대회안전팀(국내 대회)·대회운영본부(국제 대회)를 중심으로 응급 의료, 위기 대응, 시설 관리, 참여자 관리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하며, 경찰·소방·지자체 등 외부 기관과의 협력체계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경기장의 시설·장비(소방, 전기, CCTV 등)가 주기적인 점검을 받았는지,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정해진 규정·규격에 맞는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대회 전과 매 경기 시작 전에 확인해야 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축구 경기장인 서울월드컵경기장의 경우, 축구 대회 안전을 위해 자체로 보유한 안전 매뉴얼을 토대로 경찰·소방·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도움을 받아 주기적으로 시설·장비를 점검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처 관계자는 “올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는 등 최근 경기장의 안전 점검에 더욱 철저를 기하고 있다. 축구 경기장과 같은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대형 안전 사고가 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대회가 있을 때는 경기장 내부에 설치된 160여 대의 CCTV를 통해 경기장 내부를 관제한다. 특히 많은 인파가 예상될 때는 경찰, 소방 등 안전 관계자들과 안전 대책 회의를 하고, 경기 중에도 중앙관제실에서 함께 현장을 모니터링한다. 이런 노력이 있어, 다행이 지금까지 한 번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장의 경우, AI·영상 분석 등 첨단 기술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태원 참사 등으로 밀집 인파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경기장 등 다중 이용 시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어 추후 국내 경기장에도 관련 기술이 도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은 전쟁, 경제 위기 등 여러 어려움으로 지친 지구촌에 즐거움과 위로를 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축제인 만큼 조금만 방심하면 언제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안전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신나는 축제가 하나의 안전 사고도 없이 부디 잘 마무리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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