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내 사생활 데이터, 하루 동안 몇 개의 기업과 공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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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안] 내 사생활 데이터, 하루 동안 몇 개의 기업과 공유했을까?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9.14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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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데이터가 수집되는 방법

기상 후 스마트폰으로 날씨를 검색하고 지도 앱을 통해 교통 상황을 확인한다. 출근하는 동안에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뉴스 기사를 읽는다. 퇴근 후 배달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잠들기 전, OTT 플랫폼에 올라온 영화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늘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하루 동안 몇 개의 기업이 내 사생활 데이터에 접근했을까?

미국 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는 ‘전 세계 이용자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앱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4.2시간으로 2년 전보다 30% 늘었다고 발표했다. 국내의 경우, 올 1분기 앱 사용 시간은 5시간으로 전 세계 스마트폰 이용자 평균보다 앱 사용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온라인 활동이 늘면서 앱 사용 시간은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각종 앱은 생활과 비즈니스의 일부가 됐다. 이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대화하고 업무를 보고  또, 의식주에 필요한 상품을 주문하는 것은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앱 이용은 대체로 무료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공짜라고 볼 순 없다. 이용자들은 일상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대가로 지불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인권 전문가 마르타 페이라노는 기술 기업들에게 제공한 시간과 관심, 참여는 고스란히 감시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각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지속해서 자신에 관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애플이 지난 4월 발표한 ‘당신의 데이터는 어떤 하루를 보내는가’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용자의 데이터는 세세한 정보가 앱에 달린 개인정보 추적기를 통해 수집된다. 앱 하나당 평균 6개의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

GPS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매 순간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한다. 이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 마이크, 카메라도 끊임없이 이용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는 또, 다른 기업들에게 넘어간다. 구글플레이 앱의 90%는 수집한 데이터를 구글과 나누며, 앱의 절반은 데이터를 10개 정도의 제3자와 공유한다.

이용자의 데이터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되는 곳은 광고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보는 광고는 우연이 아니다. 앱을 켜고 0.001초 사이 이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분석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타깃 광고에 대한 경매가 진행된다. 이용자의 화면에 노출된 광고가 선정되기까지 앱 개발자와 데이터 브로커, 광고 중개업자, 광고주 등은 이용자의 사적인 데이터에 관여한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용자 데이터 추적 기술이 발전해 수집 데이터와 결합 시 개인 식별 가능성이 커져 사생활 감시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애플은 “사용자가 공유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예정인지 역시 정확히 고지해야 한다”며,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지난 2010년 발표한 콘퍼런스의 말을 인용해 지난 4월부터 사용자 동의 없는 개인정보 추적 금지 정책을 강화하고 나섰다.

애플의 개인정보 보호 원칙(출처: 애플)

구글도 내년 2분기부터 앱 개발자들에게 앱에서 수집하는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반드시 고지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한다. 이에 이용자들은 자신의 이름과 이메일, 위치, 연락처 등 정보가 휴대전화에서 수집되는지 단번에 알 수 있게 됐다.

한편, 전문가들은 수집한 데이터를 자극적인 방식으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는 ‘딜로이트 리뷰 2020’ 보고서를 통해 “고객들은 개인의 온라인 활동에 기반한 개인 특성 정보 생성이나 상황에 딱 맞는 마케팅처럼 기업이 고객들에 관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이 너무 침입적이라고 느낄 수 있다. 기업은 선을 어디에 그어야 할지 알아야 하고 그 선이 기업의 사생활 정책 중 어디에 있는지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소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가로 어느 정도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한다면, 공급자들의 데이터 사용을 덜 꺼리게 될 것이다. 고객들이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공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능한 이익과 수반되는 리스크의 수준을 비교해 상세히 설명하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보여줌으로써 가능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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