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보안] 페이스북 생체정보 침해 논란,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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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보안] 페이스북 생체정보 침해 논란, 우리나라는?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3.10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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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정보 수집과 사생활 침해

미국 일리노이주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페이스북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이 6년 만에 마무리됐다. 페이스북은 2015년 일리노이주의 생체인식 정보 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집단 소송에 휘말렸고 법정 공방 끝에 6억 5천만 달러(약 7500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최종 승인해 소송을 매듭지었다. 이번 합의를 놓고 일부 매체에서는 ‘디지털 프라이버시를 둘러싼 논쟁에서 소비자들이 거둔 큰 승리’라고 보도했다.

페이스북은 2010년 사진과 동영상 속 사용자 얼굴을 자동으로 인식해 태그를 제안하는 기능을 처음 선보이고 대부분 국가에서 이를 기본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일리노이주에서는 기업이 얼굴·지문·홍채 등 개인 생체정보를 수집할 경우 당사자에게 사용 목적과 보관 기간 등을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해 문제가 됐다. 페이스북 측은 초반 법 위반 혐의를 부인하다 소송을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보상금 지급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페이스북은 안면 자동 인식 기능의 기본설정을 ‘꺼짐’으로 전환하고, 사용자 동의 없이 저장된 안면 인식 템플릿을 삭제했다.

안면인식의 활용 범위는 무궁무진하게 확대되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에서 얼굴을 자동으로 태그하는 기능은 이제 일상이 됐다. 안면인식 기술은 사진과 영상 등을 통해 공항에서의 출입 관리, 수사 시 신원 식별과 같은 용도로 쓰이고 있으며, 금융 분야에서는 안면인식을 통한 보안 기술이 대중화되는 등 산업적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2020년 전 세계 안면인식 기술 시장 규모가 28억 3620만 달러(3조 19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15년 세계 시장 규모가 약 15억 2160만 달러(1조 7100억 원)였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 5년간 연평균 13.3%의 성장을 이룩한 셈이다. 안면인식 기술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향후 시장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리나라의 안면인식 기술 도입 역시 늘어날 전망이다.

먼저, 국내 공공 분야의 안면인식 기술 도입이 눈에 띈다. 경기도 부천시는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안면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AI) CCTV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AI CCTV는 코로나 확진자의 얼굴을 인식해 자동 추적하는 시스템으로 대상자의 익명성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동 경로 상 동일인인지 아닌지만을 식별해 추적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신원과 얼굴까지 특정해 추적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유한 확진자 정보를 AI에 학습시켜 방대한 CCTV 영상 속에서 동선을 추적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나이·성별·체형·옷차림, 마스크 착용 여부 같은 정보도 자동으로 수집한다.

문제는 안면인식의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고 활용 범위도 넓어진 만큼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역시 크다는 점이다. 얼굴과 같은 생체정보는 전화번호나 주소와 다르게 쉽게 바꿀 수 없어 그 피해가 더 치명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개인의 명시적 동의 없이 기술을 활용하는 경우 일상적 감시가 가능해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이미 정부 차원에서 안면인식 기술을 도입·관리하고 있는 중국은 생체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광범위한 사용 탓에 안면 영상과 신분증 번호, 전화번호 등 개인정보가 쉽게 유출되고 터무니없이 헐값에 거래되기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안면인식 기술이 확대되고 있는 미국에서는 생체정보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에 ‘안면인식정보 보호 및 안면인식기술 규제에 관한 법률’을 통해 ▲상업적으로 명시적 동의 없이 개인 식별 또는 추적에 안면인식 기술 활용을 금지하는 ‘안면인식 프라이버시법’ ▲여성, 아동, 흑인, 기타 소수 인종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때까지 연방정부가 안면인식 기술 사용을 금지하는 ‘안면인식의 윤리적 사용법안’ 등과 같은 관련 법안을 마련해 움직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생체인식 기술과 개인정보 보호

반면,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생체정보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더욱이 국가기관의 범죄 수사에 있어서 생체정보 활용 및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취약하다는 의견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 예방, 수사 등을 목적으로 하는 영상정보 개인정보보호법 제25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5조에 따른 영상정보의 처리는 법적 근거가 있지만, 해당 정보의 보관 및 삭제 등 구체적인 처리 절차와 방법은 영상 정보기기 운영자에게 위임돼 있어 그 활용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분명하지 않다. 또한, 경찰이나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영상정보처리기기상의 얼굴 정보를 공유하는 등 정보 처리를 할 수 있는지 및 그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규정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1항 제7호의 범죄의 수사의 구체적인 범위와 한계를 하위 법령에 위임해 상세히 규정하도록 하고, 수사기관이 수집하는 지문, 홍채, 얼굴 정보 등 생체정보의 수집과 보관에 관한 절차와 기준을 상세히 기록한 의무 규정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한 교수는 수사기관이 사용하는 생체정보에 관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그 보호 및 관리·감독에 대한 명확한 절차를 두고 그 보관 기관 및 삭제 시기 등에 대하여 구체적인 제한 규정을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형사소송법 또는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수권조항을 규정해 범죄 수사 등의 범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국가 기관이 안면인식 기술로 개인을 추적하는 것은 사생활·개인 정보 등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 현재 안면 인식 CCTV로 인권침해가 일어나더라도 관련 법 체계가 없어 보상이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법적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19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에 접수된 상담 사례는 15만 9255건이며, 개인정보 유출이나 오·남용 사실을 알게 될 경우 개인정보침해 신고센터(국번 없이 118 또는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신고·상담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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