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3사, 데이터 시대 연다…통신시장 패러다임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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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데이터 시대 연다…통신시장 패러다임 전환
  • 윤효진 기자
  • 승인 2015.05.1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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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U+, 2만원대 무제한 요금제 출시…SKT도 경쟁 돌입
▲ SK텔레콤이 5월20일 ‘밴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고객 유치 경쟁 과열, ‘가입자 뺏기’로 번질 우려도

국내 통신시장이 큰 변화의 물살을 탔다. 그동안 음성 중심이었던 요금제가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음성·문자 무제한 시대가 열렸다.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한 스마트폰 보급률과 함께 증가한 통신사 이용자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한몫했다. 음성·문자 위주였던 통신사 이용 패턴이 데이터로 바뀌면서 이통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잇따라 출시하고 나섰다. 

이제 음성통화는 사실상 무료가 됐다. 이용자는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이러한 요금제 패러다임 전환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이 7일 KT 광화문 West사옥에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소개했다.

KT, 데이터 중심 요금제 선포…가입자 급증 

KT가 이통3사 중 처음으로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5월8일 본격 출시했다. 요금제 가격에 상관없이 모든 구간에서 음성통화와 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는 이용량에 따라 선택해 지불한다. 월 최저 2만원대 요금으로 음성통화를 무한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

KT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최저 요금인 299요금제부터 999요금제까지 9단계로 나뉜다. 월정액 2만9900원에서 4만9900원까지는 무선 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5만4900원부터 9만9900원까지는 유무선 통화가 무한 제공되며 5만9900원 이상부터는 데이터도 무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무한은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1일 2㎇가 속도 제한 없이 제공되며, 2㎇ 소진 시에도 최대 3~5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무한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월정액 4만9900원 이상 요금제를 선택하는 고객에게는 데이터 선택 요금제 전 구간에서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를 사용량 제한 없이 전면 허용했다. 

KT는 이번 데이터 선택 요금제 도입을 통해 1인당 월 평균 3590원, KT LTE 고객 1000만명 기준 연간 총 4304억원의 실질적인 가계 통신비 절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8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 4일 만에 가입자는 10만명을 넘어섰다. 영업일 기준 3일이 조금 넘은 단기간의 성과임을 감안하면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다. 

KT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기간 데이터 선택 요금 가입자를 분석한 결과 30~40대의 비중이 50%로 가장 높았다. 음성통화는 물론 데이터 사용량이 활발한 고객층에서 합리적인 요금제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20~30대는 499와 599요금제, 40~50대는 349요금제, 60대 이상은 299요금제 가입비중이 가장 높았다.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 부사장은 “KT는 단통법 도입 이후, 작년 11월 순액요금제 단독 출시 등 고객의 실질적 체감혜택 확대를 선도해 왔다”며 “이번에 선보인 데이터 선택 요금제는 2만원대로 음성·문자 무한 사용은 물론, 데이터만 선택해 최적의 요금 설계가 가능하기 때문에 가계 통신비를 대폭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 13종을 출시했다.

KT 이어 LGU+, 무제한 요금제 흐름 합류…콘텐츠 요금제로 차별화

KT의 새로운 요금제 출시로 뜨거워진 통신시장에서 LG유플러스가 두 번째로 음성·문자 무제한 요금제를 5월15일 선보였다. KT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지 일주일만의 일이다.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동영상 시청이 많은 사용자를 고려한 콘텐츠 중심의 요금제를 출시했다. 음성·문자만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와, 음성·문자와 함께 데이터도 많이 사용하는 이용자를 이원화해 경쟁사와 차별점을 뒀다. 

음성을 많이 사용하는 고객을 위한 ▲‘데이터 중심 LTE음성자유’ 요금제와 동영상 시청 등으로 인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은 고객의 이용패턴에 특화된 ▲‘LTE 데이터 중심 비디오’ 요금제 등 총 13종의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데이터 중심 LTE음성자유 요금제는 299부터 999까지 총 7개로 나뉜다. 월정액 2만9900원부터 4만9900원까지는 무선 음성통화·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5만9900원부터 9만9900원까지는 음성통화·문자 무제한과 함께 데이터도 무한으로 제공된다.

데이터 무한은 기본 제공량 소진 이후에도 KT와 같이 1일 2㎇가 속도 제한 없이 제공되며 2㎇ 소진시에도 동영상 시청에 무리 없는 3~5Mbps의 속도로 데이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월정액 4만9900원 이상부터는 모바일 IPTV ‘U+HDTV’를 기본 제공한다. 

LG유플러스가 경쟁 무기로 내세운 데이터 중심 비디오 요금제는 총 6개로 나뉘며 월정액 3만7000원부터 7만5000원까지다. 전 구간에서 음성·문자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며 ‘유플릭스 무비(UflixMovie)’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매일 1㎇의 전용 데이터를 별도로 제공한다. 음성·문자를 무한으로 제공하면서 동영상 시청에 최적화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해 앞서 서비스를 선보인 KT와 차별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최주식 LG유플러스 부사장은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2013년 음성(유무선)무제한, 2014년 데이터무제한에 이은 또 하나의 야심작”이라며 “LTE 요금제 리더십을 꾸준히 확보해온 LG유플러스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통해 앞으로도 LTE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 발 늦은 SKT, 유선통화도 무제한…늦은 출시 만회 ‘급선무’

KT와 LG유플러스의 이러한 움직임에 SK텔레콤은 다급해졌다. 3사 경쟁구도가 뚜렷한 국내 통신사 시장에서 경쟁사의 독보적 행보는 가입자 이탈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KT와 LG유플러스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발표한 직후 SK텔레콤도 관련 요금제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T가 처음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후 열흘 후에 SK텔레콤이 관련 요금제 출시를 선언했다.  

SK텔레콤이 5월20일 ‘밴드(band)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경쟁사에 비해 한 발 늦게 신규 서비스를 출시한 SK텔레콤은 늦은 출시를 만회하기 위해 특화 혜택 등으로 차별화를 줬다. 2만원대 무선통화·문자 무제한에 음성통화까지 무제한 제공한다는 것이 SK텔레콤의 전략이다. 

▲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요금제 (자료=SKT)

SK텔레콤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29 요금제부터 100 요금제까지 총 8종으로 나뉜다. 전 구간에서 유·무선음성통화가 무제한으로 제공된다. 월정액 6만1000원부터는 각종 모바일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제공한다. 데이터 기본량 소진 후에도 일 2㎇를 3Mbps 속도로 제공한다. 

특히 ‘밴드 데이터 36·42·47·51’ 요금제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은 1.2·2.2·3.5·6.5?로 KT와 LG유플러스의 같은 구간 요금제보다 많다. 또 SK텔레콤은 LTE 뿐만 아니라 3G 스마트폰 사용자들도 신규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뒤늦은 출시에 부담을 느낀 탓일까.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가 선보이지 않은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결합시켰다. 동일 명의의 복수 스마트폰 사용자가 신규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최대 2㎇까지 추가 제공한다. SK텔레콤 1700만명 사용자 중 200만명이 복수 스마트폰 사용자라는 점을 미뤄봤을 때 특화 혜택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또 가족·지인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데이터 선물하기·함께쓰기·리필하기’ 등의 서비스도 제공한다. 

윤원영 SK텔레콤 마케팅부문장은 “SK텔레콤의 밴드 데이터 요금제는 사용자들의 모바일 이용 패턴에 맞춰 실질적인 혜택을 강화한 서비스”라며 “향후에도 스마트한 모바일 라이프를 지원하고 ICT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는 혁신적 요금체계 개편을 지속, 경쟁 패러다임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3사 ‘데이터 중심 요금제’, 고객 유치 위한 신무기

이통3사의 요금제 개편은 통신시장에 큰 파급을 불러올 전망이다. 이번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로 통신사의 주요 수익 모델이 음성통화가 아닌 데이터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음성통화는 무료 보편 서비스가 되고 이용자는 원하는 데이터량은 선택해 사용하는 ‘종량제’ 형태로 통신 소비 패턴이 전환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러한 전환은 스마트폰, 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변화라고 평가했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2년 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국내 LTE 데이터 사용량은 2838TB에서 12만960TB로 42.7배 증가했다. 이는 전체 무선 데이터 트래픽(13만8121TB)의 87.5%에 해당된다.

이번 이통3사의 요금제 전격 개편은 통신사가 사용자 이용 패턴에 맞춰 서비스를 전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과거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사용자가 선택해 이용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통신사 수익 변화에 주체가 된 것. 이통3사가 통신 요금 인하를 유도해 가계통신비를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치는 시각도 있다. 

KT 대리점 관계자는 “사용자들이 요금제 변경을 위해 대리점을 직접 찾는 경우는 드물다”며 “최근 KT의 신규 서비스 출시로 요금제 가입을 위한 사용자들의 대리점 방문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이상민 LG유플러스 CV운영팀장은 “LG유플러스가 15일 데이터 중심 요금제 13종을 출시한 이후 고객센터와 전문 매장 등에 관련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며 “15일 오전9시부터 낮12일까지 고객센터에 걸려온 문의전화를 집계한 결과, 평일 대비 30% 이상 문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가 통신시장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서비스가 이통3사의 가입자 유치경쟁에 다시금 불을 붙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법 시행 이후 다량의 보조금 지금이 공식적으로 금지되면서 통신사 간 번호이동이 크게 줄었다. 이에 그동안 가입자 유치에 과열된 양상을 보였던 이통3사의 경쟁이 한동안 잠잠했다. 

하지만 KT를 시작으로 본격화된 데이터 중심 요금제 출시가 이통3사의 가입자 유치를 위한 신무기로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존 가입자를 지키는 데 주력하며 멤버십혜택 위주의 서비스를 제공하던 통신사들이 새로운 사용자 유치를 위해 공격적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이 지속, 과열된다면 과거와 같이 ‘가입자 뺏기식’ 마케팅으로 전략할 위험이 있다. 이에 통신사들은 단기적 가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 전략이 아닌 장기적으로 국내 통신시장의 발전과 실질적인 서비스 질 향상 등 통신 서비스의 근본적인 문제에 집중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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