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텅 빈 지하철 안에서 성폭행 시도, “1호선 객실 내 CCTV 6%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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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텅 빈 지하철 안에서 성폭행 시도, “1호선 객실 내 CCTV 6% 불과”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7.30 09:19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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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 사각지대 지하철, 불안한 시민들

지난 7월 25일, 서울 지하철 1호선에 타고 있던 20대 여성 A 씨는 흉기를 든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할 위기에 처했다가 극적으로 탈출했다. 열차 안에는 A 씨와 남성 둘뿐이었다. 당시 남성은 A 씨를 노약자석으로 밀치며 흉기를 목에 대고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했다. A 씨는 ‘나를 탈출 시켜줄 사람은 나밖에 없겠다’는 생각으로 열차가 노량진역에 멈춰선 순간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뛰쳐나갔다. 이 남성은 11시간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는 공공장소이지만 CCTV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접 역사 안내소로 가기 전까지 도움을 받기 어려웠다고 진술하며, "대한민국에서 아직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재발 방지가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지하철 하루 평균 성범죄 4건 발생, CCTV 설치 평균은 29.8%


연간 수송 인원 20억 명에 이르는 서울 지하철은 하루 평균 4.18건의 성범죄가 발생한다. 경찰청 지하철 성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7월까지 적발된 서울 지하철 성범죄 건수는 6999건으로 집계됐다.

지하철역별로는 2019년 기준 고속터미널역에서 가장 많은 56건의 성범죄가 일어났으며, 1·9호선이 지나가는 노량진역(24건), 5·9호선의 여의도역(23건)도 성범죄가 많이 발생한 역에 이름을 올렸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6월, 취객 시비는 물론 여성 고객 보호 등 승객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열차 객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철도안전법 개정안을 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철도안전법은 지난해 12월 개정·공포돼 올해 6월 23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열차 내 범죄 예방을 위한 CCTV 설치가 의무화됐으며, 기존 운영되던 열차 내 CCTV 설치는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해 3년의 유예 기간을 두고, 향후 새로 투입되는 열차의 경우에는 모두 CCTV를 설치해야 한다.

코레일은 2024년 6월까지 모든 열차 안에 CCTV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교통공사와 코레일이 제공한 수도권(1∼8호선) 전동차 객실 내 CCTV 설치 현황을 보면, 2021년 6월 31일 기준 전체 5156량 가운데 1541량에만 CCTV가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서울교통공사, 2021. 6. 31 기준)
(출처: 코레일)

특히, 이번 범죄가 발생했던 서울 지하철 1호선은 전동차 1279량 가운데 CCTV가 설치된 차량은 80량에 불과했다. 지하철 1, 3 ,4호선 열차 중 CCTV가 설치된 비율은 10% 미만이며, 3호선 전동차에는 지금까지 CCTV가 한 대도 설치되지 않았다.

노선 간 격차가 큰 것에 대해서 서울교통공사는 혼잡도와 범죄 사건이 많은 2호선(776칸)과 7호선(561칸)에 CCTV를 우선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죄 사각지대 놓인 전동차, CCTV 도입 시급


CCTV는 각종 범죄와 사고 예방은 물론 현행범 검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강력 범죄 등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용의자의 동선 등을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인근 CCTV 자료를 확보한다. 이렇다 보니 CCTV가 중요한 단서로 작용해 범인을 잡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전시에 따르면 2018년~2020년 통합관제센터 CCTV로 포착된 각종 사건·사고는 2361건으로, 이 중 254건은 곧바로 출동한 경찰관에 의해 현행범으로 검거됐다. 울산시는 CCTV 통합관제센터 운영을 시작한 후 범죄 발생 건수가 2년 사이 11.8% 줄고, 범인 검거율은 같은 기간 16.6% 늘었다는 통계 자료를 공개했다.

실제로, 지난 7월 3일에는 지하철역에서 여성을 성추행한 후 도망치려던 30대 남성을 경찰이 CCTV 확인 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도 했다.

지하철 전동차는 열차 문이 닫히면 다음 역에 도착할 때까지 열차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이동이 자유롭지 못하는 등의 공간상 제약이 발생한다. 이에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 대상의 이동이 제한된 상태에서 함께 존재해야 하기에 시민들의 공포는 커지고 있다. 따라서, 감시를 통해 범행 기회를 줄이기 위해서는 CCTV 도입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콘텐츠학회에서 발행한 ‘지하철 범죄 예방 전략’에서 노성훈 경찰대학 교수는 “전동차 내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으면 범죄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 감시의 눈이 없으면,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통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범죄가 발생해도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CCTV 설치를 통해 잠재적 범죄자로 하여금 범행 도중 제지당하거나 범행 후에라도 검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을 주어 스스로 범행을 단념하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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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3638293 2021-07-30 22:30:47
씨씨티비 설치와 더불어 성범죄 형량도 올리면 좋을텐데... 법의 사각지대가 너무 많은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더 나은 미래가 되길 바랍니다.

ㅇㅇ 2021-07-30 15:16:11
생각해보니 정말 지하철 내에 cctv가 없네요 기자님 정말 통찰력이 남다르십니다 cctv를 하루빨리 설치해서 범죄가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성폭행범들은 화학적 거세 당했으면..

김초원 2021-07-30 10:18:24
이번에도 1호선에서 아침 일찍 성폭행 사건이 있었다죠.. CCTV 설치의 확대와 대안이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