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안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자원 수소, 정말 위험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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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안전]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자원 수소, 정말 위험할까?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08.3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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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된 지구의 자원이 한계에 달하고 있다는 우려와 나날이 심각해지는 환경오염 문제가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류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자원을 소비한다면 동일한 면적의 지구가 2~3개는 더 있어야 한다는 분석까지 나온 가운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는 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에너지 발전 방식을 말한다. 과거에는 태양력과 풍력, 수력 등 자연 현상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이 대다수였지만, 최근에는 자연에서 얻은 원소나 에너지를 다시 변환시켜 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오늘은 수많은 친환경 에너지 가운데, 대중들에게 다소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알려진 수소 에너지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려 한다. 수소 에너지의 상용화는 가능할까? 그리고 대중들이 인지하고 있는 수소의 폭발 위험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까?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 수소

수소 에너지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하게 존재하는 원소인 수소를 활용하여 에너지를 얻는 다양한 방법을 의미한다. 수소는 우주 원소의 75%를 차지하고 있으며 물의 2/3를 구성하고 있는 원소다.

수소가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은 이유는 수소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자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수소는 에너지를 얻을 때 어떠한 유해 물질도 발생시키지 않는다. 수소에너지의 대부분은 수소와 산소의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은 전혀 배출되지 않고 부산물로는 순수한 물만이 배출된다.

이러한 장점 덕에 수소 에너지는 현재 전 세계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으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 수소위원회에서는 2050년이면 수소가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역시 세계 자동차 시장의 2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항만과 철도, 발전소에서도 수소가 사용되면서 수소 에너지 시장 규모는 약 2940조 원까지 성장하고 3천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있다. 아예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서 수소를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수소 경제라는 단어가 탄생해 정부 정책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 수소 에너지를 '혁신성장을 위한 3대 전략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2019년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스텝 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행보가 아니다. 미국은 2021sus 하이드로젠샷(Hydrogen Shot)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시작해 10년 이내에 그린 수소의 생산 비용을 1kg당 1달러로 낮추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U 역시 2030년까지 유럽 내에서 청정 수소를 1천만t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수소차 130만 대, 수소 충전소 1000개소를 보급할 계획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현재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수소 에너지의 활용법은 단연 수소차지만 수소 에너지는 다양한 형태로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차량에 사용되는 수소 연료 전지를 발전용이나 가정, 산업용으로 변환해 사용할 수 있으며 수소를 가스나 액체 상태로 저장해 두었다가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원료가 되는 수소는 전기 분해를 통해 얻을 수도 있지만 제철, 석유 화학의 부생 가스나 석탄, 석유 등의 수증기에 열을 가해 얻을 수도 있다. 이 같은 수소의 생산 방식을 각각 그린 수소, 그레이 수소, 블루 수소라 부르며 모든 국가에서는 최종적으로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를 얻는 그린 수소 방식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수소 폭발의 위험성은?

이처럼 수많은 장점이 있는 수소 에너지지만, 수소 에너지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다. 수소 에너지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충전소나 유통 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 데다가 아직은 그린 수소의 효율이 높지 않아 수소 생성 시 소량의 탄소가 발생하는 블루, 그레이 수소 위주로 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효율 높은 친환경 수소를 만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일반 대중들이 수소에너지의 활용에 있어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바로 안전성이다.

지난 5월 3일, 경북 구미 공장에서 차량 안의 수소가 폭발해 5명이 경상을 입는 사고가 있었다. 2021년 5월에는 강릉에서 수소 탱크가 폭발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2월에는 고속도로에서 수소 운송 차량이 폭발해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2019년에는 노르웨이의 수소 충전소가 폭발해 2명이 경상을 입었다. 이처럼 수소와 관련된 폭발 사고를 접할 때마다 대중들은 수소 에너지의 안전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디젤 차량이나, 전기차 관련 사고도 많지만 대중들이 유독 수소 관련 사고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수소가 핵폭탄의 일종인 수소폭탄의 원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소폭탄과 수소 에너지는 개념과 원리 자체가 다르다.

수소폭탄은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지만, 우리가 종종 접하는 일상에서의 수소 폭발 사고는 산화 환원 반응으로 인한 것이다. 원료도 에너지로 쓰이는 수소는 경수소를 이용하고, 수소폭탄은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수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기 때문에 애초에 일반적인 수소 에너지에서 수소폭탄과 같은 형태의 폭발은 일어날 수 없다.

그렇다고 수소가 완전히 안전한 물질인 것은 아니다. 수소를 에너지로 사용하는 이들을 비롯해 대다수의 화학 전문가들은 수소라는 원소가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수소는 산소와 직접 닿으면 산화와 함께 폭발이 일어난다.

문제는 이 산화 환원 반응이 너무나 쉽고 광범위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수소는 프로판이나 메탄 등 다른 연료보다 쉽게 불이 붙고, 한번 불이 붙으면 LNG의 10배나 큰 대규모 폭발이 발생한다.

더불어 수소는 공기 중의 농도가 4~75%의 농도일 때 폭발성을 가진다. 즉, 농도가 적거나 많을 때 모두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수소의 위험성을 수소 에너지 개발자들도 잘 알고 있기에 연료 전지나 발전소에는 다양한 안전장치가 내재되어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수소 에너지의 안전장치

수소 에너지가 가장 많이 활용되는 연료 전지에서의 위험성을 먼저 살펴보자. 수소 폭발은 결국 수소가 산소와 직접적으로 만나야만 발생한다. 수소 연료 전지에서는 아예 이러한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기 위해 수소 저장 탱크를 만들지 않았다.

연료 전지 내부 셀에서 수소는 수소 이온과 전자로 분리되고, 전기 생산을 담당하는 스택에서 산소를 공급해 물과 전기를 생산한다. 산소와 수소가 직접적으로 만나는 공간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산화 반응이 일어날 수가 없다. 게다가 연료 전지 내부에서는 수소가 이온 형태로 분해되어 존재하는 탓에 폭발의 위험이 거의 없다.

충전 용기 역시 특별하게 제작되어 안전성을 담보하고 있다. 강릉에서 8명의 사상자를 낸 수소 폭발은 연구 실험 시설용 수소 탱크가 폭발한 사고였다. 이 수소 탱크는 강철을 용접해 만든 탓에 용접 부위에 이음매가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수소 충전소와 수소차의 충전 용기는 강철보다 10배 이상 강력한 탄소 복합 섬유로 제작된다. 탄소 복합 섬유는 충격을 받으면 터지는 대신 찢어지면서 수소가 새어나간다. 수소는 밀도가 낮아 누출되면 대기 중으로 빠르게 퍼져 사라지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불씨만 만나지 않는다면 대형 폭발의 위험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수소의 누출을 감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도 다수 설치되어 있다. 실시간으로 수소 누출을 모니터링하고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수소차 연료 공급 시스템 곳곳에 적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수소 누출을 감지하면 밸브를 차단하고 온도가 상승하면 강제로 수소를 배출하는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만에 하나 수소가 산소를 만나게 되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수소 탱크는 내화재를 적용해 폭발과 화재의 위험을 방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수소 발전소 건립이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수소 안전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지만, 수소 연료 전지는 이미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한국의 무인 주유소처럼 무인 수소 충전소가 성공적으로 가동되고 있으며 잠수함이나 우주왕복선 등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야에서도 수소 연료 전지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내의 강릉 수소 탱크 폭발 사고나 노르웨이 수소 충전소 사고 모두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그린 수소의 연구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며 현재 상용화된 수소 연료 전지에서는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9년 이래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연료 전지 시스템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킨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수소 에너지는 지금의 석유와 화석 에너지의 위치를 대신할 차세대 친환경 미래 에너지 중 하나다. 다소의 위험이 있다고 하지만 석유나 석탄, 천연가스 등 이미 우리 일상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다른 원료에 비해 그 위험이 크다고 할 수는 없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하루라도 빨리 마주하기 위해서는 아직 실재하지 않는 위험을 걱정하기 보다는 수소 에너지의 가능성에 집중하며 안전을 위한 기술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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