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 CBT 도입으로 시험장 117곳에서 9곳으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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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보호사, CBT 도입으로 시험장 117곳에서 9곳으로 축소
  • 최연지 기자
  • 승인 2023.02.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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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사라진 요양보호사 시험장, 과거 시험 보러 한양 가는 꼴 됐다

요양보호사 자격 시험에 올해부터 컴퓨터 상시시험(CBT)이 도입되면서 기존에 있던 요양보호사 시험장이 117곳에서 9곳으로 대폭 축소됐다.

이에 요양보호사 교육원 등 관련 기관에서는 원거리 지역 교육생의 이동 거리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재 관련 기관들은 보건복지부에 서울·경기·경남 외에도 추가 시험장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시험장 가는데 3시간, 교통비는 무려 5만 4000원

전남요양보호사교육원협회와 경남요양보호사교육원 대표 일동은 ‘요양보호사 자격시험이 외곽 지역의 시험장 접근성 문제’로, 원거리 지역에 거주하는 교육생이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늘어나 시험을 응시하기 어렵다며 상설 시험장을 추가로 개설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병만 전남요양보호사교육원협회장은 “국시원이 지난해 광주광역시 남구청에서 시험제도 설명회를 진행할 때 자차로 여수에서 10시 50분에 출발했는데, 13시 13분에 남구청 주차장 입구에 도착했다. 여수시내 55㎞, 여수자동차 전용도로 85㎞, 광주순천간 고속도로 105㎞, 광주외곽순환도로 90㎞ 속도 교통 법규를 준수해 운전한 결과다. 교통혼잡, 주차난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세 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비용도 문제다. 집에서 여수 터미널까지 최소 10분 최대 20분 걸리는데 이때 택시 비용은 약 5000원이고, 여수에서 광주 광천터미널까지 1시간 45분 가는데 고속버스 우등 비용은 1만 6000원이다. 광주 광천터미널에서 남구청 시험장까지 도착하는데 10분 이상이고, 비용은 6000원 정도 나온다. 총비용은 대략 편도 2만 7000원, 왕복 5만 4000원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교육원, 고속버스 대절 나서

2023년부터 요양보호사 시험장은 전국 시도별 117곳의 중·고교에서 9곳의 국시원 시험 센터로 변경됐다. 본래 자격 시험은 지필고사로 운영해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연 4회 열렸으나 폐지 수순을 앞두며 새로 도입된 CBT와 일시적으로 병행된다. 

시험장 수 변경 지침은 CBT가 아닌 애당초 지필 고사를 치르는 교육생도 예외 없이 적용됐다. 국시원은 9곳의 시험센터를 시험장으로 일괄 지정했다.

시험장 수도 부족한데다 시험센터가 각 지역 내 중심부에 있어 도시 외곽 지역의 교육생이 시험 응시에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자, 고속버스 대절을 진행하는 교육원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교육원은 요양보호사 시험이 열리는 13일을 시작으로, 교육생의 편의를 위해 지속해 고속버스를 대절할 계획이다.

하지만 교육원이 3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고속버스 한 대를 대절하는 데 60만 원의 비용이 드는 실정이다. 현재 자체적으로 교육생들이 1인 당 3만 원을 지불해 저렴하게 이동을 추진하고 있으나, 곧 다가올 성수기에는 버스가 없어 대절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경기, 경남만 어렵나… 다른 지역 시험장 추가 확보 계획은?

지난 7일 언론을 통해 국시원이 전국 9개 시험센터 외에 서울 동북부센터, 경기 서남부센터, 경남 창원센터에 시험장을 추가 확보 사실을 알렸다. 센터별 6억 5000만 원씩 총 19억 5000만 원의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 운영할 방침일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추가된 3곳을 포함해도 기존 117곳 대비 105개의 시험장이 사라져 외곽 지역 교육생의 불편함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경규 한국요양보호협회 상무이사는 “요양보호사 시험 응시생이 많아 컴퓨터 시험으로 전환하겠다는 덴 동의한다. 하지만 시험장 축소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강행한 국시원의 행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간다. 

국시원은 먼 거리 고령자 응시생이 원거리 이동으로 불편함이 생기지 않도록 시험장을 각 지역에 균등하게 하루 빨리 설치해야 할 것이며, 아직 구비되지 않은 지역은 예전처럼 가까운 지필시험장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에 사는 사람은 동네버스, 고속버스, 택시를 거쳐야만 시험장에 도착하는데 이건 현대판 과거 제도다. 시험 보러 한양 가는 꼴이다. 요즘 이런 말이 돈다. 요양보호사 시험 보러 가는데 온 가족이 동원되고, 관광지가 아닌데 많은 관광버스가 시험장에 서 있는 진풍경이 연출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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