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과 스마트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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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과 스마트 기술, 어디까지 왔나?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12.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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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 발전의 역사는 대중교통 발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현 대사회에서 우수한 대중교통 시스템은 대도시 건설의 필수 조건이다. 대중교통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동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그런데 신체적 한계로 이를 온전히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교통약자들이다. 선천적인 장애, 임신, 노화 등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데도 수많은 애로사항이 생긴다. 이러한 교통약자들의 교통 애로 사항을 살펴보고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개발되고 있는 스마트 대중교통 기술을 살펴봤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의 필요성

교통약자는 생활 차원에서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뜻한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하 교통약자법)' 제2조 제1호에서는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영유아를 동반한 사람, 어린이 등 일상생활에서 이동에 불편을 느끼는 사람을 교통약자로 규정해 놓고 있다.

교통약자는 우리 생각보다 주변에 흔하게 존재한다. 현재 한국에는 장애인이 약 250만 명, 56세 이상 노인 650만 명, 9세 이하 어린이가 460만 명 가량 존재한다. 여기에 임산부와 보행 불편자, 신체약자 등을 고려하면 전체 인구의 약 33% 정도가 항상 교통약자로 분류된다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나날이 가속화되는 고령화 사회로 인해 교통약자 비율은 계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교통약자가 늘어나면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이동권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 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한국에서는 17년 전 교통약자법 제3조에서 이를 처음으로 규정하고 관련된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이유는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고를 당하기 쉬운 교통약자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교통약자의 대부분은 보행 속도가 일반 성인보다 느리고 돌발 상황에서의 즉각적인 반응 역시 더딘 편이다. 여기에 아이들이나 정신 지체 장애인의 경우에는 자동차의 특성과 교통 법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위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통사고 통계 자료를 확인해 보면 13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노인층의 교통사고 비율은 일반 성인보다 현저하게 높게 나타난다. 특히 한국의 경우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점유 비율이 외국보다 상당히 높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교통약자를 위한 정책

교통약자의 이동권이 법으로 규정되면서 한국에서도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한 다양한 기술, 정책들이 일상생활에 적용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2024년까지 '1역사 1동선'을 확보할 계획을 세우고 관련 시설을 정비하고 있다. 1역사 1동선이란 교통약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지상에서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동선을 의미한다. 엘리베이터와 비탈식 이동 구간이 대표적인데 서울의 지하철은 2022년까지 1역사 1동선 확보율이 93.6%에 달했다. 이를 단계적으로 높여 2024년까지 1역사 1동선 확보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목표다.

전 세계적으로도 지하철에 1역사 1동선 확보를 달성한 국가는 많지 않다. 싱가포르가 100%를 달성했지만 서울의 경우 역 수가 싱가포르의 2~3배에 이르러 1역사 1동선 확보가 쉽지 않음에도 교통약자의 편의를 위해 이 같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저상버스 역시 교통약자를 위해 도입된 대표적인 정책이다. 저상버스는 이름 그대로 교통약자들도 쉽게 버스를 탈 수 있도록 입구가 계단식이 아닌 비탈식으로 되어 있거나 매우 낮게 설정되어 있는 버스를 말한다. 애초에 교통약자를 위해 개발된 버스로 교통약자의 편의성을 위해 자체 리프트를 탑재하고 있어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도 쉽게 탑승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버스다.

교통약자를 위해 고안된 저상버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교통약자를 위해 고안된 저상버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해외에서는 저상버스라고 하면 바닥이 매우 낮고 리프트를 통해 휠체어도 자유자재로 탑승을 할 수 있도록 제작된 초저상버스를 의미한다. 교통약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버스인데 국내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비용을 문제로 초저상버스 대신 준저상버스를 교통약자를 위한 버스라며 도입하고 있었다. 준저상버스는 기존의 고상버스를 대체하기 위해 나온 모델로 낮지만 분명 계단과 턱이 있어 교통약자들이 원활하게 이용하기 힘든 버스였다.

저상버스의 기준에 대한 실효성과 의무화 관련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2020년대 들어서며 국회에서 저상버스 관련 논의가 이어졌고,마침내 초저상버스만을 저상버스로 인정하는 저상버스 기준이 마련되었다. 일반좌석버스 등급이 아닌 이상 불가능한 노선을 제외하고는 초저상버스의 출고가 의무화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이에 2023년부터는 저상버스 출고가 의무화되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에 앞장서고 있다.

이 외에도 역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점자 도로나 장애인 콜택시, 임산부석 지정, 유아 휴게실 등도 교통약자의 교통 편의를 위한 고민에서 비롯된 정책이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스마트 기술

교통약자를 위한 스마트 기술들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비전 인공지능(AI)이 대표적이다. 비전 AI는 CCTV가 촬영한 영상을 AI가 식별, 교통약자를 구분해 안내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역사 입구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교통약자가 있음을 인지한 안내원은 교통약자가 연락을 취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고, 혹시 모를 위급 상황도 미리 대비할 수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보다 걸음이 느리고 보폭이 적은 고령자, 지팡이를 들고 있거나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 장애인도 세밀하게 식별해 정보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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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약자 분석 AI[출처: 인텔리빅스]

교통약자를 위한 스마트 횡단 시스템도 등장했다. 횡단보도에 설치된 AI 기반 CCTV를 통해 보행자와 차량의 세부 사항을 인식, 전광판과 스피커, 경광등으로 운전자와 보행자에게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차량 접근 정보를 스피커로 알려주고, 보행자 횡단 정보를 전광판으로 알려준다.

여기에 휠체어나 보조 장비를 사용하는 보행자, 노약자 등 걸음이 느린 교통약자를 위해 횡단보도 위에 사람이 있으면 초록 신호를 연장시키는 기능도 있다. 보행자에게는 조금만 서둘러 달라는 음성 메시지를 스피커로 전하고 운전자에게는 전광판에 아직 보행자가 있다는 정보를 전달해 사고를 막는다. 이미 파주시와 창원, 구미, 강남 등 통행량이 많은 곳에 설치되어 교통약자의 편의성 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시스템이다.

행정안전부는 2023년 10월 17일, 교통약자의 원활한 이동 지원을 위한 'AI 기반 교통약자 이동지원 배차 효율화 분석'을 완료해 이를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장애인 콜택시 등 교통약자의 이동을 지원하는 차량은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용자에 대한 위치 정보 없이 운전자가 임의로 배차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용자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AI가 그동안의 데이터를 분석, 가장 효율적인 차고지를 선정한 것이다. 정부는 이 솔루션을 통해 교통약자 지원 차량이 신청지까지 이동하는 거리가 약 41% 감소해 대기 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 음향신호기도 확대되고 있다. 기존에 전국 횡단보도에 설치된 시각장애인용 음향신호기는 교통약자가 횡단보도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보행신호를 음성으로 안내해주는 기기다. 거리에 설치되는 기기 특성상 훼손이나 고장이 잦은데, 그동안은 이를 민원 신고나 현장점검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IoT 기술과 저전력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 원격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스마트 음향신호기가 기존 음향신호기를 대체하고 있다. 시각장애인이 따로 가동하지 않아도 시각장애인용 리모콘과 스마트폰 앱을 통해 원격으로 가동도 가능해 여러 모로 활용도가 높은 기술이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들이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개발되고 있다. 수많은 스마트 기술들 중에는 교통약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술도, 아직은 보완이 필요한 기술도 있다. 하지만 기술 개발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통약자를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시선이다. 조금 느리고 불편해도 교통약자를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성숙한 시민의식 위에 실효성 있는 기술 개발이 더해지면 교통약자의 이동권도 더욱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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