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미세먼지 저감하는 첨단 기술, 어디까지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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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온] 미세먼지 저감하는 첨단 기술, 어디까지 왔나?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12.0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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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뉴스에서 날씨 소식을 전할 때 미세먼지 농도에 대한 소식도 함께 전해 준다. 뉴스에서 일상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이야기하고 사람들도 앱을 통해 따로 미세먼지 농도를 살필 정도로 미세먼지는 이미 우리 일상 깊숙이 자리잡은 재난이다. 특히 겨울철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계절이기도 하다. 이제 매일같이 마주하게 된 미세먼지의 위험성과 함께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스마트 기술들을 살펴봤다.

 

미세먼지, 왜 위험한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인 먼지 중 지름이 10μm(마이크로미터) 이하인 먼지를 미세먼지, 입자의 지름이 2.5μm이하인 먼지를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1μm는 0.001mm(밀리미터)에 해당하며 사람의 머리카락이 50~70μm, 해변의 고운 모래 입자의 지름이 90μm 정도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사람의 육안으로 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미세먼지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아황산가스와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유기탄소화합물 등으로 이뤄져 있으며 매우 가벼워 대기를 떠다니며 멀리 퍼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미세먼지는 건설 현장에서의 분진이나 자동차의 배기가스, 보일러 등 연료의 연소, 비산 먼지뿐 아니라 대기 오염 물질 배출 시설 가동 시에도 배출된다.

봄이나 가을이면 기승을 부리는 황사를 미세먼지와 같은 것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지만 황사는 중국이나 몽골의 사막 지역에서 발생한 흙먼지를 의미하고 미세먼지는 아주 작은 크기의 모든 오염 물질을 말한다. 황사는 주요 성분이 칼슘, 규소 등 토양 성분이라는 점도 다르다.

미세먼지로 흐려진 강변북로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세먼지로 흐려진 강변북로의 모습[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미세먼지가 위험한 이유는 오염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데다 입자의 지름이 너무 작아 체내에 흡수가 쉽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대다수의 먼지는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점막이나 털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서 몸 속까지 저항 없이 침투한다.

미세먼지가 몸 안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활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천식, 폐질환,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더불어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침투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세균을 막는 1차 방어선이 취약해지면 감염성 질환이나 독감 감염에 대한 면역력도 덩달아 떨어진다.

특히 크기는 작지만 표면적은 미세먼지보다 넓은 초미세먼지는 더욱 많은 유해물질을 흡착시킬 수 있고 혈관으로 침투해 다른 인체 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미세먼지는 전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공통된 재난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미세먼지를 저감하거나 막기 위한 여러 기술이 전 세계에서 왕성하게 개발되고 있다.

 

발전하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

지난 3월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첨단방사선연구소는 미세먼지 유발 물질인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전자선으로 동시에 저감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이 기술을 기업에 이전하는 기술 실시 계약을 체결했다.

기술을 개발한 방사선융합기술연구부의 김태훈 박사 연구팀은 전자 가속기를 이용하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된 높은 에너지의 전자들이 물질의 분자 구조를 직접 파괴하거나 다른 물질로 변화시킨다는 점에 주목, 전자선을 물질에 쏴 분자 구조를 변환하는 기술을 미세먼지 저감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전자선으로 미세먼지의 원인 물질인 가스 형태의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쏴 에어로졸 입자로 변환시킨 후 전기적 성질을 띤 세정액을 분무해 제거하고 깨끗한 공기를 배출하는 것이다. 폐기물 소각시설에서 배출 가스로 한 달의 실증을 거친 결과,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의 95% 이상이 제거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후 국내 특허 등록을 마치고 기술 이전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현재 상용화된 대부분의 미세먼지 저감 기술은 질소산화물과 황산화물을 따로 처리해야 해 설비 설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여기에 전자선 기술을 활용하면 두 물질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시설 투자 비용을 절반까지 줄일 수 있다는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무필터 전기집진 공기 청정기술 [출처: 한국기계연구원]
무필터 전기 집진 공기 청정 기술[출처: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에서는 지난 4월 정전기력으로 초미세먼지를 모아 바람으로 세정하는 무필터 공기 청정 기술을 개발해 화제가 되었다. 현재 공사 현장이나 사무실에서 주로 사용하는 정전기 집진  방식을 이용한 공기청정기는 이온을 만들면서 많은 오존을 발생시키고 먼지가 모인 집진부를 물로 씻어야 하는 탓에 말리는 데 1일 이상이 소요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극세사 방전극과 비금속 탄소판을 이용, 저배압 모듈을 만들었다. 모듈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공기 이온을 발생시키고 이온이 붙어 있는 초미세먼지를 집진부가 포집, 초미세먼지를 분리해 건식으로 세정하는 방식이다.

이온을 만들 때 오존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세정 시에 물이 아닌 바람을 사용하는 덕에 2차 오염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전력 소모도 줄어들고 팬을 교체할 필요가 없어 교체 비용도 들지 않는다. 연구팀은 지하철 역사 500개에 이 기술을 적용하면 연간 유지 보수비 20~30억 원, 팬 교체 비용 150억 원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 관측에 활용되는 스마트 기술들

서울주택도시공사에서는 2020년에 도시 속 미세먼지 저감 솔루션인 'SH 스마트 이끼타워'를 개발하기도 했다. SH 스마트 이끼타워는 도시 환경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을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의 특성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솔루션으로 이끼와 바람을 이용해 주변 약 50m 내의 미세먼지를 흡착, 공기를 정화하는 기술이다.

독일에 있는 이끼타워와 유사한 기술로 태양광 패널을 통해 가동 전력을 공급받으며 통합운영센터에서 원격으로 이끼타워를 관리한다. 타워가 수집한 각종 환경 정보는 모바일 앱으로 전송되어 대기 환경 정보를 분석하게 된다. '스마트 모스월'이라고 명명된 기기는 마곡지구를 비롯, 도심 곳곳에 설치되어 미세먼지 저감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드론 등 첨단 기술은 미세먼지 관측에 주로 활용되고 있다. 미세먼지 관측은 시민들이 지역의 미세먼지의 농도를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가 제공받은 미세먼지 정보는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미세먼지 관측소의 지역단위 정보에 불과했다. 실제 도심의 미세먼지 농도를 관측한 것이 아니므로 시민들이 직접 생활하며 마주하는 미세먼지 정보와는 차이가 있었다.

이에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지방자치단체의 CCTV 인프라를 활용해 AI 영상 인식을 기반으로 3차원 미세먼지 정보를 구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CCTV 영상에서 미세먼지 농도에 따라 가시거리와 선명도가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된 이 기술은 CCTV 영상 이미지 정보를 AI가 분석해 미세먼지 정보를 보다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시민 생활권 내 정확한 미세먼지 정보 전달을 위해 개발된 기술은 지자체 실증과 기술 고도화 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CCTV를 활용한 미세먼지 관측 기술 [출처: 한국건설연구원]
CCTV를 활용한 미세먼지 관측 기술[출처: 한국건설연구원]

기상관측용 드론을 활용해 미세먼지를 정확하게 관측하는 기술 역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기온이나 습도, 기압, 풍향, 풍속 등의 기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비행하는 드론에 초미세먼지 정밀 관측 능력 센서를 부착, 미세먼지 농도와 이동 경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미세먼지의 농도만을 관측할 수 있는 현재의 관측 방식으로는 알 수 없는 미세먼지의 이동 방향과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로 수집된 정보는 IoT 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에게 전송된다.

실내 공기질 수집에 빅데이터와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되기도 한다. 민간의 영역에 가까운 실내 공기질 수집을 위해 데이터 공유자에게 코인을 제공하고, 이렇게 수집된 실내 공기질 데이터는 블록체인으로 안전하게 관리, 분석한 후, 공기질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보다 정확한 데이터 분석을 위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마스크 버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공기 정화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존재한다.

미세먼지는 우리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재난 가운데 하나다. 미세먼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내일을 위해 수많은 미세먼지 관측, 분석, 저감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스마트 기술들이 모두 상용화된다면 언젠가는 맑고 청명한 한국의 하늘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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