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인터넷 흑역사'를 지운다? 디지털 세대를 위한 개인정보 정책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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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인터넷 흑역사'를 지운다? 디지털 세대를 위한 개인정보 정책의 중요성
  • 오현지 기자
  • 승인 2023.12.04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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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시대가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위협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디지털 환경에 노출된 아동과 청소년이 판단력이 바로 서지 못한 채로 자신의 정보를 소셜 미디어 등에 올렸다가 나중에 후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는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이 본인 동의 없이 온라인상에 게재한 어린 시절의 모습을 지우고 싶어하는 청소년도 많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 보호에 나섰다.

 

디지털 세대의 개인정보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자라 온 아동과 청소년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라고 한다. 더 나아가 태어난 순간부터 IT와 디지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알파 세대(alpha genetation)'도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는 아동과 청소년이 더욱 디지털 세상에 빠지들게 만들었다. 대외 활동에 제한이 생긴 아동과 청소년은 사이버 공간 속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온라인 세상에서 친구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소셜 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분출했다.

많은 아동과 청소년이 인터넷 친구들의 반응을 얻기 위해 글, 셀피 사진, 짤막한 동영상 등을 업로드하며 소통하는 행위를 즐겼다. 하지만 자아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개인정보에 대한 개념도 부족한 상태에서 공유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신상 정보들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아동과 청소년의 일상에 불편을 초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 역시 자녀의 정보 노출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자녀가 자라는 모습을 사진 또는 동영상으로 촬영해 업로드하지만 이러한 행위가 자녀의 개인정보를 침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못하고 있다. 자녀의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욕심에 앞서 자녀에게도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 있음을 몰랐던 것이다.

평범한 일상 모습일지라도 수영복을 입은 노출 사진, 자녀가 자주 다니는 공간을 사진과 해시태그로 업로드하는 행동, 자녀의 이름과 다니는 학교 등 교육 기관을 공개하는 내용 등을 자녀와 상의 없이 업로드 하는 것은 자녀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반하는 행위가 된다.

가치관이 올바르게 성숙하지 못한 자녀는 개인정보에 대한 인지능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어, 오히려 부모가 자녀의 개인정보를 지켜 주어야 함에도 이를 잘 모르는 가정이 많다. 때론 부모가 업로드한 소셜 미디어 때문에 외부에서 자녀가 범죄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아동과 청소년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무분별하게 개인정보가 노출된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향후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지우개 서비스로 지키는 개인정보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는 올해 '아동 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 사업'을 실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일명 '지우개 서비스'는 어린 시절부터 온라인 활동을 활발히 한 청소년이 누적된 개인정보를 삭제 또는 처리 정지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제도는 아동과 청소년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구체적으로 아동과 청소년 시기에 자신이 작성한 게시물 중 개인정보가 포함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되지 못하도록 기관에 요청하면 이와 관련된 처리를 도와준다.

지우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게시물은 19세 이전에 작성된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있는 이름, 생년월일, 전화번호, 주소, 얼굴 사진 등이 들어간 것이며 청소년기본법을 따라 24세 이하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지우개 서비스는 총 3가지 형태로 제공된다. 첫째, 의뢰한 아동과 청소년을 대신해 게시물이 올라간 게시판 관계자에게 삭제 또는 삭제된 것처럼 보이는 블라인드 요청을 한다. 

둘째, 게시물이 포털 사이트에서도 계속 노출되지 않도록 도와 준다. 특히 게시물이 올라간 게시판 운영 사업자가 폐업 등 소통이 어려울 때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이 작성한 게시물에 노출된 개인정보에 대한 대응도 도와준다. 사생활 침해, 명예 훼손, 불법 촬영물 등을 발견했다면 자세한 상담을 제공한다. 지우개 서비스는 개인정보위가 운영하는 개인정보 포털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 동안 아동 청소년 디지털 잊힐권리 시범 사업을 운영한 결과를 발표했다. 짧은 기간이지만 3488명의 신청이 접수됐으며 그중 16세 이상 18세 이하(고등학생)가 37%를 차지했다.

과거에 존재했으나 현재 폐쇄된 사이트에 작성한 게시글의 노출 삭제, 초등학교 시절에 자신의 얼굴과 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노출해 찍은 동영상 삭제 등의 유형이 있었다. 어린 시절 판단력이 흐렸을 때 올린 게시물 삭제가 어려워 고민한 청소년이 많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용하던 사이트 또는 커뮤니티의 폐쇄, 아이디와 비밀번호 분실, 포털 사이트에 검색된 2차 노출 등의 문제를 겪은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글로벌 IT 기업들, 아동 청소년 데이터 활용 'NO'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려는 정책은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시행되는 것이 아니다. 세계 IT 산업의 중심인 미국의 바이든 정부도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 보호에 나섰다.

바이든 정부는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글로벌 IT 기업이 마음대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선정적이면서 유해한 콘텐츠 또는 유료 광고 수집을 위해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올해 5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 플랫폼이 개인정보 보호 규정을 위반해 2020년 50억 달러의 과징금을 냈지만 합의를 재차 위반했다"고 밝혔다. 

FTC는 "메타 플랫폼은 어린이가 이용하는 '메신저 키즈(Messenger Kids)'와 관련해 자녀의 채팅 내용을 부모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한 청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 또한 얼굴 인식 기술을 사용할 때 사용자의 적극적인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법무부는 아마존에게 경고를 날렸다. 미국 법무부는 "아마존이 개발한 AI 플랫폼 '알렉사'가 부모의 동의 없이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아동온라인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FTC도 "아마존은 불법적으로 아동 음성 녹음을 알렉사 알고리즘 훈련을 위한 데이터 베이스로 활용했다. 어린이의 개인정보 보호를 희생해 이익을 냈다"라고 주장했다. 

영국 역시 개인정보 감독기관(ICO)을 통해 "스냅이 운영하는 모바일 매신저 플랫폼 '스냅챗'의 생성 AI 챗봇 서비스 '마이 AI'가 13~17세에 해당하는 청소년에게 미치는 개인정보 위험을 적절히 다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를 통해 영국 정부는 청소년과 어린이를 개인정보 유출로부터 적극적으로 보호할 방안이 필수인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 기술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현대 사회에서 개인정보는 매우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전 세계 정부 기관은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스스로 개인정보를 보호하기에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기 때문에 부모나 사회 시스템으로 지켜 줄 필요가 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동과 청소년의 개인정보를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끔찍한 범죄에 악용되지 않도록 지켜 주는 것도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책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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