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사회 진입, 노년층 지원하는 서비스와 기술 개발 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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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진입, 노년층 지원하는 서비스와 기술 개발 활발
  • 김민진 기자
  • 승인 2023.10.1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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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에게는 필연적으로 노화가 찾아온다. 나이가 들어 기대 수명이 가까워지면서 신체, 정신적 능력이 떨어지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줄고 사회에서 맡는 역할도 축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문제는 현대인들의 수명이 길어지고 노년으로 지내는 시기가 길어지면서 사회적 역할 축소로 인해 소외감과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만큼 빠르게 고령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보니 노인 문제 해결은 사회 전반에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 관련 기관 등에서는 초고령 사회를 대비해 노년층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 정비와 관련 기술 연구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대한민국

현대에 들어와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평균 수명의 증가 자체는 우리 모두가 축복할 일이지만, 여기에 출산율 저하와 인구 감소라는 현상이 더해지면 인류에게는 또다른 재앙이 시작된다.

국제연합(UN)의 기준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적으로 노인이라 불리는 65세 이상 고령자의 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구분된다.

UN이 2022년에 발표한 세계 인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화는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사회 현상이다. 2022년 세계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10%로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에 직면해 있지만, 이 수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2050년이 되면 16%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고령화가 유난히 심각한 국가 중 하나다. 당장 고령 인구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주변 다른 나라에 비해 유난히 빠르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년 노인 비율이 7.2%를 기록해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7년 14.3%를 기록해 고령 사회가 되었다.

여기에 고령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기에 지금 추세대로라면 1년에 거의 1%씩 비율이 증가해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3%를 기록,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가 한국의 문제인 것만은 아니다. 이미 일본은 2005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이탈리아는 2006년, 독일은 2009년, 핀란드와 그리스는 2015년, 스웨덴은 2017년에 초고령 사회에 진입한 바 있다.

영국이나 캐나다 대만 등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시기에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가의 경제 수준이 올라가고, 출산율이 줄어들면서 대다수의 선진국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문제는 속도다.

통계청에서 한국, 일본,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등 11개 국가를 대상으로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로 진입하는 기간, 다시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도달하는 기간을 비교한 바 있다. 여기서 한국은 각각 18년과 7년을 기록, 11개국 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국가로 뽑혔다.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인 돌보는 스마트 기술

이처럼 초고령 사회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오면서 증가하는 노인 인구를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고 부양하는 일이 앞으로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부모를 직접 부양하지 않는 경우가 늘면서 독거노인 등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들의 삶의 질 확충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스마트 기술들이 등장하고 있다. 통신 3사에서 각각 제공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대표적이다. 통신사 등에서 제공하는 AI 스피커는 TV 시청을 돕거나 다양한 부가 기능을 활용하는 데 사용하되만, 독거노인이나 거동이 힘든 노인들에게는 생명을 구하는 생명줄로도 기능한다.

실제로 하루종일 혼자 방안에서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은 AI 스피커에게 말을 걸며 일상의 외로움을 해소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심정지가 오거나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경우에 AI 스피커에게 '살려달라'고 소리쳐 119를 호출한 사례도 많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저소득 독거노인이나 치매 어르신을 위해 AI 스피커나 반려 로봇을 보급하는 사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성남 시니어산업혁신센터에서는 노인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이 적용된 시니어 스마트홈 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AI 인형이 인사를 건네고 인형의 귀를 누르면 연결된 TV를 통해 회상 놀이와 체조, 퀴즈 등 다양한 인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약 복용 시간과 기상 시간, 약속 여부와 혈압과 혈당 등 생활 전반에 대한 관리도 가능하다. 모두 상용화된 기술로 이미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는 기능들이다.

시계나 깔창을 활용한 치매 실종 예방 장비도 있다. 시계나 목걸이 형태의 실종 예방 배회 감지기(GPS) 위치 추정 장치도 있고, 이 장치에 거부감을 느끼는 고령자를 위해 신발에 부착 가능한 GPS도 등장했다. 깔창은 혹시 모를 미끄럼과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 미끄럼방지 밑창을 붙였고, 신발 상단에는 GPS 장치가 보이지 않게 부착되어 있어 실종을 예방한다.

이미 배회 예방 장치는 정부 차원에서 매트형, 목걸이형, 시계형, 열쇠고리형 등 다양한 형태로 보급되어 치매 환자의 실종 예방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 중요한 건 삶의 질 유지

노년층이 일상에서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거동의 불편함이다. 노화로 인해 근육이 줄어들고 관절이 약해 짧은 거리를 걷는 것도 힘겨워하는 노인들이 많다. 100~200m의 짧은 거리라고 해도 불편 없이 이동할 수 있다면 노년층이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이를 위한 스마트 보행기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미국 스탠포드대 바이오메카트로닉스연구소에서는 적은 에너지로 더 빠르게 걷고 달릴 수 있는 로봇 부츠를 개발한 바 있다. 외골격 로봇 형태인 로봇 부츠는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노인을 위해 개발된 제품으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종아리 근육과 함께 작동하는 모터를 탑재해 추가적인 힘을 제공한다. 아직은 개발 중이라 거리당 소비되는 에너지를 약 17% 줄이면서 9% 정도 빨리 걸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향후에는 효율을 높여 출시할 계획이다.

스탠포드대 마이오메카트로닉스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로봇 부츠[출처: biomechatronics.stanford.edu]
스탠포드대 마이오메카트로닉스연구소에서 개발 중인 로봇 부츠[출처: biomechatronics.stanford.edu]

국내에서는 파킨슨병 환자들이 겪는 보행동결 증상을 해소하기 위한 스마트 클라스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보행동결은 근육이 굳어버려 갑자기 걸음을 멈추는 현상으로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스마트 글라스는 증강현실(AR)과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행동 장애가 있는 환자의 보행을 분석하고 걸음 지시선 등을 안내해 보행에 도움을 준다.

웨어러블 로봇 개발 스타트기업 위로보틱스에서는 70~80대 노인들이 입고 운동하기에도 부담 없는 1.4kg의 초경량 착용 로봇을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보행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운동 효과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정량적으로 보여주는 기능도 탑재하고 있다.

AI가 탑재된 전동보행기도 있다. 무동력으로 보행을 돕는 보조 기구로 70대 이상 고령층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고안된 기구다. 수동과 자동을 조절해 사용할 수 있으며 LED 조명과 속도 조절 기능이 내장되어 있다. 더불어 내비게이션 기능은 물론, AI 센서도 탑재되어 내리막길이나 위급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제동이 되는 기능도 구현되어 있다.

일찍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년층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독특한 제품이 출시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상단에 비둘기 모양의 알람이 비치되어 있는 비둘기 시계는 평상시에는 일반적인 시계처럼 활용할 수 있지만 자녀나 지인이 부모를 보고 싶을 때 스마트폰 앱을 터치하면 비둘기가 울도록 만들어져 있다.

가족의 사진을 배경화면으로 설정할 수 있는 시계도 등장했으며 액자에 센서를 부착해 이상이 감지되면 가족에게 연락이 가도록 고안된 제품도 있다. 부모가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하면 즉각 알 수 있으며 위급 시에는 액자 위에 달려있는 버튼만 누르면 바로 가족을 호출할 수 있어 첨단 기기에 취약한 노인들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지금 노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는 언젠가 나 혹은 우리가 마주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초고령 사회로의 전환이 야기할 수많은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이 자명하다. 정부와 관련 업계의 심도깊은 논의와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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