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스토리] 21세기 영상 보안의 발자취, DVR부터 AI 카메라까지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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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스토리] 21세기 영상 보안의 발자취, DVR부터 AI 카메라까지 ①
  • 석주원 기자
  • 승인 2023.08.14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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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IPVM]

요즘은 길거리에서 나를 촬영하고 있는 CCTV 카메라를 발견해도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런데 불과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CCTV 설치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꽤 많았다.

하지만 그동안 사회가 많이 험악해진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익숙해져서 무덤덤해진 것인지, 일상적으로 접하는 CCTV 카메라를 불편해 하는 사람들을 보기 어렵다. 일부 사람들은 오히려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자체가 범죄에 당할 가능성을 낮춰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CCTV는 언제부터 우리의 일상을 지켜보고 있었을까?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 분야에서 처음 CCTV를 도입한 시기는 1971년으로, 서울의 주요 교차로 12곳에 CCTV를 설치하고 교통관제센터를 운영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서울 지하철역에 CCTV가 설치되기 시작한 것이 1970년대 후반이었고 1990년대에 들어서 새로 짓는 지하철역에 의무적으로 CCTV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방범용 CCTV가 도심에 설치되기 시작한 것은 그보다 좀 더 뒤인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CCTV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기 시작했다.

마침 미국의 영상 보안 전문연구기관 IPVM이 2000년 이후의 영상 보안 역사를 정리한 자료를 공개했기에 해당 내용을 참조해 21세기 영상 보안 산업 발전을 정리해 봤다.

 

2000~2005년, DVR의 시대

CCTV의 역사를 살펴볼 때 가장 중요한 기술적 진화를 꼽는다면 영상 녹화 장치의 디지털화를 빼놓을 수 없다. CCTV와 같은 영상 감시 시스템은 1960년대부터 실용화됐는데, 막상 당시에는 영상 데이터를 녹화할 방법이 없어 실시간 감시만 가능했다고 한다.

CCTV에 본격적으로 녹화 기능이 도입된 것은 1970년대에 자기 테이프가 도입되면서부터다. 자기 테이프도 처음에는 오픈릴 방식으로 사용되다가 비디오테이프 형태로 바뀌면서 편의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비디오테이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는데, 최대 녹화 시간이 6시간 정도로 짧았으며, 반복적으로 녹화를 할 경우 화질이 저하됐다.

DVR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저장장치로 탑재한 디지털 방식의 녹화기로, 2000년대 초반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영상 보안 산업의 혁신을 가져왔다. 기존의 자기 테이프와 비교해 더 오랜 시간을 보관하면서 화질 저하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으며, 탐색도 편리했다.

IPVM은 DVR이 영상 보안 산업에 두 가지 중요한 발전을 가져왔다고 의의를 부여했다. 하나는 비싸고 보관이 어려운 VHS 테이프를 대체할 수 있었고, 다른 하나는 IP 네트워크 카메라로 원격 영상 감시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당시 DVR은 16채널 어플라이언스가 5천 달러에서 1만 달러에 이를 정도로 비쌌지만, 기존의 VHS를 사용할 때보다는 관리 비용이 저렴했다.

 

2006년, 초기 IP 카메라와 VMS의 도입

CCTV의 본래 의미는 폐쇄 회로 텔레비전이다.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서 운용되는 영상 감시 장치를 뜻한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IP 카메라의 등장으로 CCTV가 인터넷과 연결되면서 더 이상 닫힌 공간에서만 운용되는 장치가 아니게 됐다.

2006년 시점에서는 DVR과 SD 해상도의 아날로그 카메라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다. IP 카메라와 영상관제시스템(VMS)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 시장이 크지는 않았다. 고해상도 카메라도 개발됐지만 기존의 아날로그 카메라와 비교해 가격이 훨씬 비쌌고 MJPEG 인코딩만 지원해 범용성이 떨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IP 카메라와 VMS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고, 벤처 캐피털의 투자금도 이 분야로 모이기 시작했다. 당시 주목받았던 주요 기업들이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엑시스, 마일스톤, 제네텍 등이다.

 

2008~2012년, H.26 기반의 MP 카메라 도약

H.264 영상 규격과 고해상도의 MP(메가픽셀) 카메라의 등장은 영상 보안 시장의 주역을 아날로그 카메라에서 IP 카메라 교체하는 시발점이 됐다. 또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VMS 시장의 확대로 이어졌다.

 

2009~2013년, 클라우드에 대한 주목과 실패

IP 카메라의 보급이 증가하면서 네트워크로 전송되는 영상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클라우드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업계에서 바란 것은 영상을 CCTV와 가까운 곳에서 녹화하거나 관리하지 않고 중앙에서 통제하는 것이었지만, 당시 인터넷 속도와 열악한 클라우드 VMS 성능은 이러한 요구 사항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었다.

실제로 당시 클라우드 서비스는 영상 보안 시장에서 외면 받았고, 관련 서비스를 도입했던 기업들도 큰 손해를 봤다.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가 영상 보안 시장에서 다시 주목을 받기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렸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0~2018년, 영상 분석 시장의 분쟁

초기 VMS는 낮은 성능과 소비자 불만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당시 VMS 시장에서 앞서 가던 오브젝트비디오(ObjectVidoe)가 삼성테크윈(현 한화비전)을 비롯해 소니와 보쉬 등을 특허 침해로 고소하면서 관심을 끌었다.

당시 오브젝트비디오는 아비질론(Avigilon)을 상대로 승소해 약 8천만 달러의 특허 사용료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업계는 이러한 특허 소송으로 인해 VMS 투자 및 사업 확장에 소극적이었고 이는 VMS 산업 전반에 침체기를 가져왔다.

 

2012~2014년, 에지 스토리지 주목

연결의 끝단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에지 스토리지는 한때 차세대 영상 관리 시스템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 틈새 시장을 벗어나지 못했다. 에지 스토리지는 IP 카메라 내부에 탑재되어 영상을 카메라에서 바로 저장하고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녹화 장치나 클라우드 등의 필요성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제품의 성능에 대한 신뢰성이 높지 않았고, 또 중국이 본격적으로 CCTV 시장에 진출하면서 네트워크 녹화 장치(NVR)의 가격이 저렴해지면서 에지 스토리지는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2014년, HD 아날로그 카메라 등장

SD 아날로그 카메라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 현역으로 사용됐지만, 2015년에 HD 아날로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실상 수명을 다했다. 이전까지는 HD 화질의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IP 카메라를 강제적으로 사용해야 했지만, HD 아날로그 카메라가 등장하면서 사용자에게 선택지가 생겼다.

HD 아날로그 카메라는 현재도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해상도도 8MP까지 높아졌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IP 카메라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꾸준한 수요가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더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IP 카메라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2015년, 스마트 코덱 등장

이 당시 영상 보안 분야의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스마트 코덱의 등장이다. 스마트 코덱은 영상 분석을 기반으로 압축하고 I프레임 간격을 동적으로 조정해 일반 코덱 대비 대역폭을 50% 줄일 수 있다. H.264와 H.265 코덱과 함께 적용할 수 있어 영상 데이터의 전송 트래픽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2013~2017년, 중국 기업의 부상

2000년대 초반, 국내 CCTV 기업들은 전 세계 DVR 시장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최고의 호황기를 누렸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저렴한 가격과 쓸만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국내 CCTV 산업은 크게 후퇴하게 된다. 이제는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개발과 제조를 직접 하는 CCTV 업체가 손에 꼽을 정도만 남아 있다.

하지만 하이크비전이나 다후아 역시 2010년 이전까지는 해외 유명 업체들의 OEM 제품을 공급하며 자체 브랜드로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었다. 중국 CCTV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였다. 당시 IP 카메라의 가격은 저가형도 300달러 정도였지만, 중국 기업들이 출시한 IP 카메라는 100달러 이하에서 판매되며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다.

중국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전 세계 CCTV 시장을 장악하면서, 점유율을 빼앗긴 기존 업체들은 이에 대항하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제품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과도한 출혈 경쟁에서 버티지 못한 국내 기업들 다수가 사업을 접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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