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여권 도입 서두르는 EU, 우리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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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여권 도입 서두르는 EU, 우리나라는?
  • 전유진 기자
  • 승인 2021.05.10 09:4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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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해외로 휴가 떠날 수 있을까?

해외여행 사전 예약 상품의 인기가 뜨겁다. 한 홈쇼핑은 해외여행 자가격리가 해제된 후 1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필리핀 해난리조트 숙박권’을 상품으로 내놓자 총 14억 원어치가 판매됐다고 밝혔다. 같은 조건으로 방송한 ‘베트남 빈펄리조트 숙박권’의 주문 금액은 18억 원을 넘기면서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상품임에도 주문이 몰려 조기 품절됐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해외여행을 향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백신여권만 있으면 전 세계 어디든 여행할 수 있을까?

정부에서는 5월부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이 해외에서 입국할 경우 14일 동안의 자가격리를 면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면 해외여행을 하고도 별도의 격리 기간 없이 일상생활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막을 백신 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백신접종증명서인 `백신여권(vaccine passport)` 역시 화두에 오르고 있다.

백신여권은 백신을 맞았다는 정부 확인서를 종이가 아닌 디지털 증명서로 만들어 언제 어디서든 검증받을 수 있게 한 것으로 ▲백신 접종 완료 ▲검사 음성 ▲감염 후 회복 등을 입증할 수 있다.

백신여권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 넘게 끊긴 해외여행 문호를 열고 또 나라 안에서 다중 이용 시설의 문호를 푸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백신여권을 도입하거나 도입하려는 나라가 늘고 있다.

특히, 관광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 백신여권 논의가 활발하다. 지난 3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7개 회원국 정부에 서신을 보내 백신여권 도입 계획을 앞두고 각국이 `백신 접종 증명 시스템` 구축에 돌입할 것을 촉구했다. 서신에는 백신여권 발급을 위해 관련 입법을 위한 법률 작업뿐 아니라 각국이 인증서를 발급하고 증명할 수 있는 공동 기술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EU가 발급할 백신여권의 공식 명칭은 `디지털 그린 패스`로 백신 접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증명서를 서류 형태나 전자 ID와 암호화 인증키 시스템에 기반을 둬 위조할 수 없는 스마트폰 QR코드 형태로 발급한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미국인들이 접종하는 백신은 모두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을 받은 종류다. 이를 접종했다면, EU 회원국에 대한 자유 이동과 관광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리스와 같이 관광이 국내 총생산에서 20%를 차지하는 남부 유럽국가들의 백신여권 도입이 적극적이다. 그리스 교통부는 EU 회원국과 스위스, 미국, 영국,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 등 30여 개국에서 오는 방문자에 한해 격리 의무 해제 조치를 시행했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태국, 르완다, 싱가포르 등에서 오는 방문자에 대해 조건부로 7일간의 격리 의무를 해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그리스 정부는 6월 공식적으로 국경을 다시 열어 외국인들의 자국 관광을 본격적으로 재개할 방침이다.

코로나 위기로 생존이 위협받는 항공 산업 또한 적극적인 백신여권 추진 세력 중 하나다. 싱가포르는 5월부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개발한 백신여권인 ‘트래블 패스(travel pass)’ 소지자의 경우 무격리 입국을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래블 패스는 백신 접종 시기와 종류, 진단 검사 결과 등 개인 면역 정보를 담은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다. 클라우드 기반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돼 의료기관에서 전송한 개인별 백신 접종 정보와 진단 결과를 모바일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개발을 시작한 트래블 패스는 올 3월 초 시범 무료 버전이 출시됐다. 현재는 싱가포르를 비롯해 뉴질랜드와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 20여 개국 항공사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백신여권, 불평등화 심화 논란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를 필두로 백신여권의 도입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백신여권이 일종의 특권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신 접종자가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직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의 코로나19 백신여권 도입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정부의 목표는 미국인의 사생활과 인권을 보호해 불공평을 초래하는 제도를 만들지 않는 것이다. 연방 차원에서 백신접종증명서 발급을 의무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한 관리도 뉴욕타임스에 "백신 접종은 개인의 결정이며. 이 결정 때문에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안 문제, 사기 이용 우려 등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효기간 역시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백신 효과가 얼마나 갈지 아직 알 수 없다는 이유로 두 번째 백신 접종 후 일주일부터 6개월로 유효기간을 제한하기도 했다.

 

한국, 디지털증명서 발급 시작

한편, 한국에서는 한 여행사에서 7월 21일에 괌으로 출발할 수 있는 여행 상품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항공기에서 내리지 않고 상공만 도는 무착륙 비행이 아닌 진짜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는 상품이 출시된 것이다.

이 상품은 질병관리청이 4월부터 발급하기 시작한 백신접종증명서 `쿠브(COOV, Corona Overcome)`를 활용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쿠브는 기존의 종이 증명서의 형태였던 백신접종증명서에서 진화해 블록체인과 분산신원인증(DID) 기술을 적용한 스마트폰 앱으로 제공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백신 접종 이력을 증명할 수 있다.

질병관리청 정은경 청장은 "쿠브는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는 등 종이 증명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접종자의 전자 예방접종증명서가 안전하게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백신여권과의 관련성에 대해서는 “백신여권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된 용어가 아니지만 코로나19 백신접종증명서, PCR 음성확인서, 코로나19 확진 후 회복 증명서 중 일부 또는 전부를 통칭하는 개념으로 활용되고 있다. 나아가 이를 국가 간 통용하는 백신여권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국제적 협약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백신접종증명서 ‘쿠브’ (출처: 블록체인랩스 공식홈페이지)

한편, 이번 정부가 발표한 쿠브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기술 평가 과정을 배제하고 특정 기업 기술을 채용하면서 특혜 논란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 관계자는 "애초에 특정 업체만 참여하도록 하려고 했으면 계약 절차를 진행했어야 하지만 블록체인랩스와 업무협약(MOU) 형태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다른 방식으로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말하며, "다른 기술과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의도는 없었고 자체 운영 앱보다 민간에서 더 잘 한다면 국민 편의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여부를 쿠브뿐만 아니라 민간 플랫폼에서도 증명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이 국민의 편의를 위해 네이버나 카카오톡, DID 서비스 등 국민이 널리 이용하는 앱에서도 백신접종증명서를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서비스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괌으로의 여행을 떠나기 위해서는 출발일까지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하며 백신 접종 후 2주간의 면역 형성 기간이 지나야만 한다. 한국은 전체 국민 중 2차 접종까지 받은 비율이 현재 0.5%에 불과해 백신여권 활용은 아직까지는 머나먼 얘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백신여권을 도입하려면 접종 가능한 연령층이 다 맞아야 한다.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많이 접종한 국가도 30% 정도 맞았는데 (이 정도로) 백신여권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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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원 2021-05-10 15:52:26
알찬 정보 감사합니다!

하유림 2021-05-10 15:48:29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좋아요 2021-05-10 15:11:13
정말 유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