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 표면적 ‘사이버주권보호’, 실상은 ‘중국 내 감시와 검열’

中, VPN 사업자에 징역 5년 선고... '만리방화벽' 공고화 목적

2018-01-05     이승윤 기자

[CCTV뉴스=이승윤 기자] ‘사이버 주권보호’라는 취지로 시작된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인 일명 ‘만리 방화벽’이 우회접속 가상 사설망(Virtual Private Network 이하VPN) 규제를 더욱 강화하면서 중국 내 사용자들에 대한 감시와 검열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2월 22일 중국 법원은 해외 인터넷 사이트 등에 우회 접속할 수 있게 만드는 VPN 프로그램 사업자에 징역 5년 6개월의 중형을 선고했다. '만리방화벽'이 구축된 이후 가장 높은 수위의 처벌을 한 사례로, 그동안 VPN에 대해 암묵적으로 묵인 하고 있던 중국이 향후 ‘만리방화벽’을 더욱 공고화하기 위해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처벌을 받은 중국 푸젠성 핑난현의 사업가인 우상양은 2013년부터 4년 동안 허가를 받지 않고 VPN 사업을 벌인 것이 적발돼 징역 5년 6개월, 벌금 50만 위안(8218만원)을 선고받았다. 판결에 대해 중국 최고인민검찰원은 “우 씨가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고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통로인 VPN 서버를 구축하고,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타오바오(淘宝)와 개인 웹사이트인 '팡거우 VPN' 등을 통해 VPN 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아냈다”고 당사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2017년 1월부터 중국 공업정보부는 전국적인 인터넷 검열과 함께 VPN 서비스를 사실상 불법화하고 2017년 7월 이후 VPN 서비스 중지 명령과 함께 VPN 사용 중지를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이미 규제로 인해 중국 내 ‘그린 VPN’과 ‘하이베이 VPN’ 같은 VPN 제공 업체들은 2017년 초 사업을 중단했다.

향후 중국은 자국 내 인터넷 사용자에 대한 감시와 검열에 더욱 공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VPN을 통해 겨우 숨 쉬던 중국 내 사용자와 기업들은 중국의 VPN 차단으로 큰 피해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VPN 차단으로 완벽함을 노리는 ‘만리 방화벽’... 고개숙인 글로벌 IT 기업

‘만리 방화벽’은 만리장성(Great Wall)과 컴퓨터 방화벽(Fire wall)을 합성한 용어로 중국의 인터넷 감시·검열 시스템이다. 1998년 황금방패 프로젝트(Golden shield project)를 통해 추진되었고 2003년 완성되었다. 중국 내에서 미국과 유럽 등 외국 사이트 접속을 차단해 ‘과도한 통제와 감시’라는 비판을 받으며 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이미 ‘만리 방화벽’을 통해 페이스북, 유튜브 등 세계 상위 1000개 웹사이트 가운데 135개에 대한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정부가 2015년 이후 1만3000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내 인터넷 사용자에게 VPN을 통한 우회 접속이 구글과 유튜브 등 해외사이트를 연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그러나 중국은 VPN 마저 차단하며 ‘만리 방화벽’의 강화해 나가고 있어, 중국 내 사용자들의 유일한 통로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웨이보 이용자는 중국 VPN 차단에 대해 “페이스북과 미국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마지막 통로마저 차단하는구나”라며 분노를 표현했다.

또한, VPN 차단이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 이유는 중국의 규제도 있지만 이와 함께 글로벌 IT 기업들이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8월 2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글로벌 기업 아마존이 중국이 요구하는 온라인 규제를 중국 내 클라우드 사업에 도입했다고 전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중국 사업자인 신넷 테크놀로지는 2017년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중국 현지 사용자에 이메일을 보내 "중국 당국의 만리방화벽을 우회하는 어떠한 소트트웨어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애플도 2017년 7월 29일 중국 앱스토어에서 해외 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VPN 앱 60개를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중국을 도와주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해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행동이라는 평가가 많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글로벌 IT 기업들의 행보에 뉴욕타임즈는 “거대 IT기업들이 중국 지도부가 인터넷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기에 얼마나 깊이 중국 당국에 묶여있는 신세인지를 새롭게 상기시켜 주는 일"이라고 전했다.

강화되고 있는 ‘만리 방화벽’ 향후 전망은?

12월 3일 팀 쿡 애플 CEO, 선다 피차이 구글 CEO , 마윈 알리바바 회장 등 글로벌 IT CEO가 참석한 중국 ‘세계인터넷대회(World Internet Conference 이하WIC)’에서 시진핑 주석은 황쿤밍(黃坤明) 중앙선전부장이 대독한 축하편지를 통해 “중국 사이버 공간의 발전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중국의 문이 점차 개방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국 최고지도부 일원인 왕후닝(王滬寧)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도 기조연설에서 “중국은 디지털경제를 발전시키려 하지만 인터넷 주권을 존중하는 기초 위에서 인터넷 공간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고위층이 공식석상에서 ‘개방’, ‘소통’에 대해 언급하면서 ‘만리 방화벽’ 완화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제로 완화가 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이날 행사에서도 미카엘 클라우스 주중독일대사와 스티븐 오린스 미국-중국관계 국가위원회 의장 등 참석한 많은 외국 대표들이 중국의 VPN 차단 정책을 비판했지만 확실한 입장을 듣지 못했다. 특히 이스트웨스트 연구소의 브루스 매코넬 부회장은 "중국에서 인터넷 규제기관과 누리꾼 간의 밀고 당기기가 계속될 것"이라며 "최고의 기술과 가장 혁신적인 사고는 다른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에서 나온다"고 크게 비판했다.

향후 ‘만리 방화벽’에 대한 이슈는 끊임없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방화벽 이외에도 ‘사이버 보안법’을 시행하면서 중국 내 움직이는 모든 데이터에 대한 감시와 검열을 원하고 있으며, 중국 내 사용자들과 기업들은 해외 사이트를 차단하는 ‘만리 방화벽’을 비판하며 폐지를 원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