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획] ③ 중국산 CCTV? CCTV는 농수산물이 아니다.

범정부 차원의 지원과 협력으로 영상감시 산업 토대 다시 세워야…

2018-01-04     신동훈 기자

[CCTV뉴스=신동훈 기자] 2017년,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장 중대한 비즈니스 화두였던 한 해였고 중국의 무서움을 알 수 있는 한 해였다. 중국 내 진출한 영상감시 기업들은 아무 이유 없이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하룻밤 만에 중단해야 했고 수출길에 올랐던 배는 중국에 하역을 하지 못한 채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중국 법인을 가진 영상감시 기업들은 매출 하락을 대책 없이 눈 뜨고 지켜봤어야 했고 그래서 가장 힘들었던 한 해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단, 영상감시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이 그랬다.

이경촉정(以經促政)…중국의 국제관계 정책기조를 뜻하며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의미다. 한국은 중국에서 볼 때 경제적 이익 확대가 비교적 큰 국가이기에 마이너스보다는 플러스쪽에 가깝겠지만, 언제든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중국을 방문해 제 2인자인 리커창 총리와 만나 사드 보복 해제를 요청했고 리커창 총리는 “협력 사업과 양국간 채널을 재가동할 것”이라며 사드 보복 철회를 사실상 공식화하는 답변을 받은 것은 긍정적인 소식이지만, 국내 영상감시 산업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기업은 의지를 단단히 다지고 결단을 내려야 될 때이고, 정부에서는 범정부차원의 대대적인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 범정부 차원의 지원 아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영상감시 산업

앞서 살펴봤듯이 중국은 엄청난 돈을 투자하며 미래 청사진을 착실히 그려나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CCTV 시장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CCTV 유통 시장은 아직도 최저가 경쟁으로 진흙탕 싸움이 일고 있고 정부사업에도 원래 판매돼야 할 제품이 저가 제품으로 둔갑돼 판매되기 일쑤이다. 최근에도 정부 지자체 CCTV 설치사업에 조달우수제품을 타 제품으로 바꿔 차익을 챙기는 일이 평택과 오산 지자체 CCTV 설치 사업에 발생했다.

한 때 영상감시 산업을 호령하던 한국기업들은 이렇다 할 타개책을 찾지 못하고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절박한 현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한국디지털CCTV연구조합(KDCA)에서는 일본의 SoC 개발전문기업인 소시오넥스트(Socionext)와 함께 기술개발에 들어가는 방편을 마련했고, 한국첨단안전산업협회(KOHSIA)는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함께 국제수준의 CCTV 표준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표준기술력향상사업을 하고 있지만, 결과물이 언제 나올지 미지수이다.

SI업계 관계자는 “현재 지자체 공무원들이 중국산이 국산보다 품질도 더 좋고 값도 싸 처음 계약 단계부터 중국산을 찾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간 제조업체는 고사하고 중국산 제품을 취급하는 유통업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CVPR 2017에 다녀온 박장식 경성대학교 교수는 “이미 구글과 아마존, IBM,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 글로벌 기업들은 영상분석 클라우드 플랫폼과 서비스로 사업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딥 러닝이 영상처리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는 현재, 범정부 차원에서 AI와 머신러닝, 컴퓨터 비전, 영상보안 산업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VPR(Conference on Computer Vision and Pattern Recognition)은 AI의 한 분야인 ‘컴퓨터 비전’ 최고 권위를 가진 컨퍼런스로 세계 최대 기술 전문 단체인 IEEE와 CVF가 1983년부터 공동 주최하는 컨퍼런스로, CVPR 2017은 지난 7월 21~26일까지 하와이 호놀롤루에서 개최됐다.

■ CCTV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제도 개선 필요 한 목소리

박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범정부 차원의 산업 체질개선과 해법, 근본 대책이 필요한 때이다. 영상감시 산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는 특히 CCTV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제도로 인해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본 제도는 중소기업이 생산하는 제품 중 판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 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제도로 지정 품목의 유효기간은 3년이다. CCTV의 경우 ‘폐쇄회로텔리비전 시스템’이라는 명칭으로 2008년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최초로 지정됐다. 애초 법령 제정 목적이 중소기업 보호에 있다지만, 현행 제도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업계에서 지적한 내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기업·중견기업의 참여 제한으로 인해 신기술 개발 유입이 감소해 전체 영상보안 산업 경쟁력 자체가 약화됐다. 신기술 개발을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위한 비용과 인력이 뒷받침 돼야 하는데 일정 규모 이상의 중견기업이 아니고서는 이런 투자가 쉽지 않다. 결국, 글로벌 시장의 기술 트렌드는 빠르게 변하고 외산업체들은 해마다 눈에 띄는 기술 경쟁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국내는 오히려 국내 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대기업·중견기업의 판로를 제한함으로써 전체 시장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실제로 삼성과 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과거 영상감시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황이고 한화테크윈만이 국내 유일한 영상감시 대기업으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한화테크윈 마저 무너진다면, 국내 영상감시 산업 자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둘째, 중소기업의 공공조달 판로를 적극 개척함으로써 중소기업을 살리겠다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직접 생산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저가 중국산 모듈/부품에 하우징만 씌워 조달 납품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고,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참여 제한이라는 빈틈을 외산 대기업이 치고 들어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가고 있다.

이는 결국, 중소기업 강화가 아닌 외산 제품의 판로에만 수로를 만들어준 셈이며 기술과 자본력이 약한 국내 중소기업들은 되려 시장에서 도태되는 상황을 초래해 외산 거대공룡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먹어버리는 모양새가 됐다.

이외에도 2015년 한국경제연구원(KERI)에서 발간한 정책제언(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 지정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을 살펴보면, 이 밖에도 조달시장 경쟁력 약화, 상위 금액구간 공급집중도 심화, 중소기업의 성장 유인 감소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 30일 저장 후 폐기⋯빅데이터 자산 버리는 한국 VS 14억 인구 DB 모으는 중국

또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은 CCTV로 촬영을 한 영상 데이터가 사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시대 데이터가 석유와 같은 막강한 자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모으냐가 국가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관건이라는 뜻이다.

최근 중국 심천에서 개최된 CPSE 2017에서는 중국의 모든 영상감시 기업들은 얼굴 인식기술을 기본으로 전시하고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 데이터를 모두 모으고 있었다. 이런 이유를 중국 심천에서 만난 관계자에게서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해당 관계자는 “중국은 얼굴인식을 국가적 차원에서 드라이브 걸고 있다. 56개 소수민족이 있는 중국은 정치적인 문제나 지역별 분쟁이 상시 일어날 수 있는데, 이를 사전차단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중국에는 수 억 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아는데 중국 정부는 이를 활용해 딥 러닝을 통한 얼굴 인식에 박차를 가하면서 중국 전체 인구인 14억 명의 DB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2017년까지 약 1.2억명의 얼굴 DB를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고 이를 통해 무인 편의점과 같은 리테일 산업, 공장 자동화와 같은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버티컬 영역에 구축될 것이며, 얼굴인식 알고리즘이 보편화되면, 해외로 퍼져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 같은 경우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에 막혀 제대로 된 러닝 데이터도 얻지 못해 미래가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무서울 정도로 얼굴인식기술 응용분야를 확대되고 있다. 은행과 ATM, 학교, 식당, 대중교통, 심지어 공중화장실까지 얼굴인식 기능이 적용되고 있다. 스마트 기기 보급과 더불어 전자결제시장 확대, IoT 보급 등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될 것이고 보급 속도는 점점 빨라질 것이다.

얼굴인식은 물론 중국은 이미 클라우드 기반 관제센터를 통해 사람과 차량, 사물 등 다양한 DB를 중앙정부에서 모으고 있다. 이처럼 막대한 인구가 쏟아내는 정보의 양과 얼굴인식기술은 결국 AI 기술의 기반이 될 것이며, 중국 국가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이다.

반면, 국내 CCTV 통합관제센터는 대부분 아직도 내부폐쇄망으로 돼 있고 CCTV 영상 데이터는 빅데이터 자산으로 활용되지 못한 채 30일, 60일 간격으로 버려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클라우드 기반 스마트시티 통합플랫폼을 구축한다 했지만, 영상 빅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됐는지 의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석유보다 더 중요한 미래자원이 버려지고 있다.

이명진 한국항공대 교수는 “파노라마 영상을 CCTV에 접목하기 위한 연구개발, 머신러닝을 이용한 지능형 영상분석 알고리즘 및 시스템 개발 연구, 학습 영상 시퀀스 확보가 필요한 때”라며 “기업과 연구소, 연구기관, 유관기관의 협력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장식 경성대 교수는 “국내 지자체 통합관제센터의 카메라 영상은 실질적인 지능형 CCTV 서비스를 위한 빅 데이터베이스 또는 데이터셋이라는 개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개인정보보호와 상충하는 부분이지만,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고비 시점으로 본다면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할 때”라고 제언했다.

이외에도 국내 영상감시 산업 활성화를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산더미이다. 중국이 미래 청사진을 그리고 전폭적으로 기업을 키워낸 것처럼, 우리나라 역시 CCTV를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요소로 보고, 영상감시 산업을 핵심 기반 사업으로 키워나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능형 영상보안 시장은 기존 시장군에서 AI 기반 딥 러닝과 클라우드 기술을 접목해 자율주행차, 지능형 로봇, 스마트 팩토리, 의료분야, 핀테크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또 지금도 활용되고 있다”며 “이 시장을 빼앗긴다면, 향후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의 미래는 불투명할 것”이라 강조했다.

■ 결 언

지금까지 중국의 부흥과 한국의 어려운 현 상황을 짚어봤다. 이젠 업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해야 될 때이다. CCTV는 이제 단순히 영상을 찍어 스토리지에 저장하는게 아닌 IoT 기기로,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요소이다.

드론에 달린 CCTV는 도시안전과 재난을 빠르게 포착할 것이고, 교차로에 달린 CCTV는 신호등과 연계해 자동으로 신호를 바꾸고 교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게 도울 것이다. 또, 도시방범 CCTV는 중앙 DB에 저장돼 있는 범죄자를 인식해 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까지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측면에서 CCTV는 칩 제조사, 통신사, 컴퓨터 비전 등과 연계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다. CCTV 관련 다양한 인접 산업군의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통해 컨소시엄 구성이 필요하다.

또한, 경쟁 전략의 수정과 관점의 탈피가 필요하다. 보안 장비가 농수산물도 아니고 언제까지 ‘중국산 VS 한국산’으로 경쟁할 것인가? 저가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난립하고 있는 문제가 있지만, 일부 장사치들의 문제이다. 가성비 좋은 고품질의 중국 제품이 공공과 민수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 신뢰로 먹고 사는 보안 사업에서 중국 제품이 정말 문제가 된다면, 중국 기업들의 해외 매출이 매년 2~30% 고성장 할 수 있었겠는가? 수요자들이 먼저 값 싸고 품질 좋은 중국산을 찾고 있는 현재, ‘중국산 VS 한국산’의 오래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선도업체 VS 후발업체’로써 현실을 직시하고 심기일전에 나서야 한다.

그렇기에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와 규제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CCTV는 더 이상 중소기업 육성품목이 아니다. CCTV는 스마트시티 등 대규모 프로젝트와 같은 신규 성장사업의 원천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그에 걸맞게 영상감시 산업도 정부측에서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현재 우리 영상감시 산업의 외양간은 망가질대로 망가져 안에 있는 소들은 이미 멀리 도망가 버린 상태이다. 외양간을 다치 고치고 튼튼히 기반을 다진다면, 되돌아 간 소는 다시 붙잡을 수는 없어도 소들을 새롭게 키울 수 있다. 국내 영상감시 산업이 중국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산업이 부흥할 수 있는 토대를 다시 세우는 2018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