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페이스타임을 마음껏 즐기지 못하나

이통사들은 m-VoIP의 ‘가성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페이스북 vs SKB...국내 업체들에게 ‘망중립성’은 그림의 떡

2017-05-24     최진영 기자

[CCTV뉴스=최진영 기자] 통화가 길고 잦은 까닭에 기자는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한다. 통화와 데이터를 모두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가 존재하지만 통신비 부담에 데이터무제한은 포기했다.

국내 이동통신사업자(이하 이통사)들이 데이터무제한 요금제에 대해서 페이스타임과 스카이프 등 모바일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이하 m-VoIP) 사용량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선택은 달라졌을 것이다.

또한 국내망사업자들은 원칙 없는 비즈니스로 페이스북과 대립각을 세우는 등 고객들은 물론 국내 콘텐츠사업자들까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고 있다.

□ 제한된 m-VoIP, 데이터는 불완전판매 되고 있다

국내 업체들까지 m-VoIP를 서비스하기 시작한 지 5년이 넘었지만 국내이통사들은 한결 같은 견제를 이어오고 있다. KT의 ‘완전무한 67’ 요금제를 사용하는 고객은 5GB의 데이터를 제공받는다. 하지만 5GB 중에 m-VoIP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300MB에 불과하다. 

10분에 30MB를 소모하는 대표 m-VoIP 영상전화인 아이폰의 ‘페이스타임’ 딱 100분이면 눈 녹듯 사라진다.

LG유플러스도 동일한 정책을 취하고 있다. 요금제별 기본 제공 데이터 한도 내에서 m-VoI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허용량은 매우 미미하다. LG유플러스 ‘LTE 62’ 요금제는 비슷한 가격대에 KT의 완전무한 67 요금제보다 더 많은 데이터를 제공한다. 그러나 m-VoIP에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는 200MB로 더 적다.

소비자 입장에서 SK텔레콤의 서비스 정책이 가장 비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전국민 무한 요금제의 경우 11만 원을 내야 겨우 350MB를 m-VoIP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m-VoIP로 할당된 데이터를 다 소진하고 나면 고객은 이런 알림을 받아 보게된다. “SKT m-VoIP 이용가능한도를 모두 사용하셨습니다. 이후 WiFi 환경에서 이용 가능합니다.” WiFi라는 대단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 시간당 만원이 넘는 영상통화 금액을 내고 쓰든가 집에 가라는 소리다. 또는 m-VoIP 등장 이후 비교적 저렴해진 음성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다. 

왜 이통사들은 m-VoIP를 싫어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요율체계로 보면 m-VoIP,는 이통사가 제공하는 음성, 영상통화 서비스에 비해 돈이 안 된다. KT 완전무한 요금제를 기준으로 KT의 영상전화는 요율은 1분당 180원이다. 반면 페이스타임을 1분 사용하는 금액은 6.6원(초과 데이터 요율 기준, 0.011원/0.5KB)으로 10원도 안 든다.

□ ‘망중립성’ 논의 없는 미숙한 대처에 피해는 국내 기업·고객 몫

5월 15일 대표적 SNS인 페이스북은 국내 망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에게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캐시서버 설치를 제안했다. 캐시서버는 인터넷검색을 할 때마다 웹서버 가동 발생 시간이 절약되고 과부하 현상도 줄이는 역할을 한다.

페이스북 측의 제안은 2014년 유튜브가 국내망사업자들에게 요구한 것과 흡사하다. 당시 국내에서 유튜브의 트래픽이 늘어나면서 국내망사업자들은 유튜브에게 캐시서버 설치를 제안 받았다.

국내망사업자들은 고객들이 유튜브를 즐길 수 있게 캐시서버를 지어줄 것인지 아니면 ‘유튜브가 없는 인터넷’이 될 것인지 고민했다. 결국 국내망사업자들은 고립될 수는 없다고 판단했는지 전자로 결정했다.

유튜브 또한 고객을 위한 결정을 했다. 꼭 국내 사용자들을 위한 결정은 아니지만 유튜브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에 자체 망과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유튜브는 망사업자를 대신해 비용을 지불했고 전 세계에서 제일 큰 통신사가 됐다.

하지만 국내망사업자들은 시장을 빼앗길까 두렵다는 솔직한 투정 대신 벙어리냉가슴 앓는 국내 콘텐츠사업자들과의 형평성을 변명거리로 삼고 있다.

페이스북도 국내망사업자들에게 국내 고객들이 원활하게 페이스북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캐시서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LG유플러스도 페이스북으로부터 같은 제안을 받았다.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로부터 캐시서버를 구축하는데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라는 답변을 받았고 이에 응할 수 없어 논의가 진척되지 않았다고 5월 23일 밝혔다.

페이스북의 공식입장이 사실이라면, 페이스북이 통신망을 공짜로 요구했다는 뜬 소문과 달리 고객들의 원활한 페이스북 이용을 위해 한 푼도 쓰지 않으려고 한 기업은 SK브로드밴드가 된다.

2017년 현재 망사업자와 콘텐츠사업자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콘텐츠의 위상이 더욱 높아진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이 비용부담을 진다는 생각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페이스북은 주 접속 경로를 전혀 변경하지 않았다는 점도 밝혔다. 약정에 따라 SK브로드밴드 사용자들은 페이스북 이용 시 홍콩 접속점을 통하며, 데이터 비용은 서로 내지 않는다. 페이스북과 SK브로드밴드의 진실공방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로 곧 밝혀질 예정이다.

물론 그때까지 SK브로드밴드 고객들은 페이스북에서 기약 없는 로딩창과 씨름해야 한다.

국내망사업자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 협상에 나설 때마다 국내 콘텐츠사업자들의 속내는 복잡해진다. 과점시장인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국내 콘텐츠사업자의 협상력은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 “페이스북과 우리를 차별하지 말라”고 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며, 망중립성은 그림의 떡을 넘어 화석이 된 지 오래다.

국내망사업자들은 유튜브가 캐시서버를 요구할 당시 두 가지를 고려해 시장을 견고하게 할 수 있었지만 근시안적인 판단으로 빠르게 포기한 면이 적지 않다. 

우선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콘텐츠 업체가 수집하는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근거로 국내에 서버를 두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게 목소리를 내는 방법이다.

스마트시티 구축, 커넥티드카 도입 등 해외업체들이 국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논의는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 안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국내망사업자들이 스스로 무덤을 팠고 정부는 방관했다.

또 다른 방안은 해외망사용자에게 지불하는 비용을 고객들에게 전가하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출혈경쟁만 이어온 유선망 시장에서 가격상승은 시장퇴출로 이어진다. 국내망사업자들이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없는 원인도 스스로에게 있는 셈이다.

□ “법안도 나와있고, 대통령도 뽑혔다” 망중립성 기준 생기나

유승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은 고객들에게 온전한 m-VoIP를 돌려주기 위해 지난해 이미 법안을 마련해 놨다. 

유 의원이 2016년 9월 5일 대표 발의한 ‘전기이통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내 이통사들이 부가통신서비스인 m-VoIP를 매개하는 트래픽을 완전히 차단하거나, 이용자들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 수준을 불공정한 방식으로 차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합법적인 트래픽을 불합리하게 차별하지 못하게 하고 ‘망 중립성’ 확보를 통해 공정한 인터넷 이용환경을 하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물론 이통사의 합리적인 트래픽 관리를 위해 불법적인 콘텐츠 등은 차단할 수 있게 문을 열어놨다. 법안에 따르면 불법적인 콘텐츠의 기준은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정하고 고시하게 돼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망중립성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밝힌 만큼 차기 미래부 장관은 국민들에게 온전한 m-VoIP를 돌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사단법인 오픈넷은 4월 28일 내놓은 논평을 통해 “망중립성은 주파수라는 공공재를 사용하는 망사업자에게 적용되는 원칙”이라고 밝혔다. 망중립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유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대한 지지도 담았다.

또한 “우리나라는 망사업자들이 과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어, 이들의 자의적인 차별로 인하여 부가통신사업자들의 혁신이 가로막히고 이에 따라 이용자 편익도 훼손될 우려가 크다. 어느 국가보다 망중립성 규제가 요구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