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배송, 한국 시장 활성화 될 수 있나?

드론 배송을 꿈꾸는 해외기업의 대응 방법과 기술 그리고 국내 드론 배송의 미래

2016-09-09     신동훈 기자

해외, 아마존·구글 등 미국 중심 움직임 활발
국내, 자율주행·레이더 등 관련 SW 미흡으로 ‘미성숙’

물류기업에게 가장 큰 고민은 비용과 시간이다. 최대한 빨리 최소 비용으로 고객에게 물건을 배달해야 한다. 드론은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매력적인 수단이다. 드론 배송의 강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인건비 절약은 물론 강추위에서도 장거리 운행이 가능해 오지에도 물건 배달이 가능하다. 특히 산악이나 섬 지역과 같은 도로가 없는 지역의 드론 배송은 향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기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미 세계 굴지의 기업들은 드론사업에 뛰어들었다. 세계 무인기시장(2014년 기준) 비중을 보면 미국(54%), 유럽(15%), 아태(13%), 중동(12%) 등이다. 치열해질 무인배송 경쟁에 다른 기업들은 어떤 방법으로 대처하고 있을까? 국내 시장에서의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드론으로 이루는 유통의 꿈

드론산업이 가장 앞선 시장은 미국이다. 지난 3월 드론 제조 스타트업 플러티(Flirtey)가 미국에서 드론을 이용한 도심 배송에 성공했다. 미연방항공청(FAA)의 승인 하에 진행된 드론 물품배송 시험에서 프로펠러가 6개 달린 드론이 800m를 자율주행으로 날아가 생수와 비상식량 등이 담긴 구호물자를 빈집 밖에 내려놓는데 성공했다.

아마존은 이미 2013년에 드론 배송 서비스인 ‘프라임 에어’를 발표했다. 고객이 주문한 2.3kg 이하 상품을 16km 범위 안에서 30분 내에 배송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마존은 드론 배송 관련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서비스 출시를 기다리고 있지만 연방항공청이 안전과 보안을 이유로 아직 승인을 내주지 않고 있었다.

지난 7월 아마존은 영국 정부가 현지에서 드론을 이용한 배송을 위한 시험비행을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아마존은 시골과 교외 지역에서 조종사의 시야를 벗어난 상태의 드론 운행과 한명이 여러 대의 자율주행 드론을 조종하는 기술, 드론이 장애물을 인식하고 피하도록 하는 장치 등 3가지 방식의 시험을 시행하게 된다.

월마트도 지난해 드론을 야외에서 자택 배달과 길거리 픽업, 창고 재고 관리용으로 시험 운행할 수 있도록 연방항공청에 승인을 요청한 상태다. 아마존에 대항해 '싸고 빠른 배송'을 하겠다는 대응이다.

우리나라의 우정사업본부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1995년 민영화된 독일 도이치 포스트가 2002년 인수한 DHL을 통해 드론 배송에 뛰어들었다. ‘도이치 포스트 DHL(DPDHL)’는 2014년 자체 개발한 '파셀콥터(Parcelcopter)'를 이용해 북해 연안 독일령 유이스트 섬에 의료물품 시험 배송에 성공했다. DPDHL은 유럽 최초로 물품 배송 허가를 받았다.

일본은 최대 온라인 유통업체 라쿠텐을 비롯해 물류·통신 대기업 열 곳이 참여하는 드론 배송 민관 공동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드론 개발은 일본 무인기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겐죠 노나미 특별교수가 있는 지바대학교 자율제어시스템연구소가 주도하고 있다.

개발 방식은 우리 시범 사업과 비슷하다. 대형 드론이 외곽 물류창고에서 10km 떨어진 도심 임시 보관창고까지 15분간 비행한다. 이어 임시 보관창고에서 소형 드론이 도심 고층 아파트 베란다까지 물건을 배송한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기술이 포함된다. 미리 설정된 경로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통해 드론이 자율비행은 물론 문 앞까지 배송을 한다.

지바시에 따르면 2019년 입주가 시작되는 첨단 신도시 와카바 주택단지에 드론 택배 배송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인구 1만명의 신도시 집집마다 드론 이착륙장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노나미 겐죠 교수는 “앞으로 2020년에는 매출 규모가 약 1조원 규모의 드론 시장이 형성되고 2030년에는 약 100조원 정도로 드론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도 제조 강국답게 드론 상용화에 적극적이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포털 사이트 알리바바는 드론 배송을 위한 시험 비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그룹 내 최대 온라인 장터인 타오바오는 지난해 물류회사인 상하이YTO익스프레스와 제휴를 맺고 드론 시험 배송에 나섰다.

사흘간에 걸쳐 450여명의 타오바오 고객에게 생강차, 의약품, 설탕 등 비교적 무게가 가벼운 물품을 드론으로 배송했다. 무게는 340g 미만이었으며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지역에 한정해 1시간 이내 거리로 제한했다.

대규모 스쿠터, 화물차, 화물전용항공기 등을 자체 보유한 중국의 국제특송 서비스 부문 굴지의 대기업 SF익스프레스도 차세대 배송 수단으로 드론을 선정하고 시험 비행과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업체 JD.com은 장쑤성에 위치한 쑤첸시에서 드론을 사용한 배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쑤첸시의 차오지 지역에 위치한 배송창고에서 출발해 고객에게 배송되는 드론배송 서비스는 2대의 드론을 사용해 하루에 200개의 택배 배송을 진행 할 예정이며 가각의 드론은 10~15Kg의 제품을 15~54km/h의 속도로 배송이 가능하다. 또 심하지 않은 우천 시에는 385km/h의 속도로 배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JD.com에서는 해당 지역에서 트럭으로 라스트마일 배송 시 1시간 소요되던 것을 드론배송 시 20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고 제시했다. 또 배송비용은 1회 배송 시 약 870원(0.76달러)으로 기존 배송비의 절반 이하다.

드론 배송 꿈꾸는 세계 기업의 기술 경쟁

구글은 물품배송과 관련해서 ‘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이 프로젝트는 아마존과 다르게 연방항공청에 승인을 받았다. 구글은 자율주행이 가능한 드론을 개발하고 시험하고 있지만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데이비드 보스 윙 프로젝트 책임자는 “드론이 운영자를 식별하고 드론 비행체간 거리를 유지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연방항공청과 드론 전문업체, 항공업계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드론은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결합한 테일 시터(Tail sitter) 모델로 수직 이륙을 한 뒤 수평 비행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길이는 1.5m에 무게는 8.5kg이다. 다른 기업들과 다른 점은 상업용이 아닌 재해지역에 구급상자나 비상식량을 전달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최근 구글은 10kg 상당의 구호물품 배송에 성공했다.

구글은 다른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기술특허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 구급용 의료기기가 장착된 드론을 호출할 수 있는 장치를 특허 등록했다. 와이파이나 랜선, 휴대폰 테더링을 통해 호출 장치와 연결되는 방식으로 응급 의료장치가 필요할 경우 심정지나 부상, 구급상자, 응급구호물품 등 필요한 물품을 호출한 위치로 드론이 배송하는 기술이다. 구글의 이 특허는 드론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호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휴대전화 통신 연구·개발 회사인 퀄컴(Qualcomm)은 하드웨어 심장인 드론용 프로세서를 출시하며 드론 생태계 장악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2015년 드론 개발용 보드인 ‘스냅드래곤 플라이트’ 출시했고 최근 스마트폰용 SoC(System on Chip)인 ‘스냅드래곤 801’을 출시하며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프로세서는 CPU 코어와 화상처리용 GPU, 통신용 DSP, 4G LTE 통신과 무선 LAN 기능, 비디오 인코더 등을 탑재할 수 있다.

국내 드론 배송 상용화 … 기술과 정책 둘 다 잡아야

국내에서도 무인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부는 2020년 드론배송을 상용화 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말 드론 안정성 검증 시범 사업을 진행하면서 소형 택배 상자를 부착해 5km 거리까지 운반하는 드론 물품 배송 분야 시범사업자를 선정했다. 여기에는 CJ대한통운과 현대로지틱스, 대한항공, 부산대, 항공대, 경북대 등 6곳이 포함됐다. 아직까지 선진적인 드론 배송 형태를 보여준 곳은 없다.

현재까지 국내 드론 물품배송 시험은 자율주행이 아닌 조종사가 무선 조종기를 사용하거나 일부 자율기능을 시험해보는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이 시범 사업을 통해 2017년까지 5kg 이내의 택배 상자를 부착해 5km 이내의 거리에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물건을 배송하는 ‘포인트 투 포인트’ 1단계 시범 사업을, 2018년부터 배송지에서 소비자의 집 문 앞까지 택배 물품을 배송하는 ‘도어 투 도어’ 2단계 시범 사업을 2020년 상용화 단계까지 추진한다.

이들 업체가 사용하는 드론은 국내에서 제작한 ‘멀티콥터형’ 드론과 일부 외국산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하는 다른 업체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업체에서 드론을 제작하거나 해외 드론 전문 업체에 발주해 시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드론 배송 기술을 확보한 업체는 없다.

드론 외형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각종 안전 규격과 자율주행 기술, 빅데이터, 레이더·센서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시켜야하기 때문에 상용화 개발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드론에 탑재될 첨단 기술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무인 자율운행 자동차 기술과 흡사하다. 문제는 드론의 자율주행 능력과 소프트웨어다.

국내 드론 기술의 경우 드론 본체를 제작하는 기술은 세계 정상급이다. 특히 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의 경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수직 이착륙 고속 드론인 ‘틀트로터’를 개발했다. 하지만 충돌회피 및 자율주행 기술은 역시 개발 중이다. 이마저도 항우연의 특성상 고도의 군사 및 우주·항공기술을 보유한 특수한 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아직 민간 드론의 핵심 기술이나 투자는 미미한 편이다.

해외 기업의 경우 드론 관련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해 대학연구소 등과의 활발한 R&D 연계를 추구하는 반면 국내 기업은 안정적 투자에 집중해 활발한 R&D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편 드론 업계의 한 전문가는 “드론 사업을 추진하는 세계 최대 물류·유통 기업과 IT 기업들이 드론 물류 배송 시험을 이미 어느 수준이상 성공해 기술을 확보했거나 철저히 비밀을 유지한 채 프로젝트를 수준을 높이고 있는 반면 국내 드론 사업에 참여한 일부 기업과 기관들은 아직 기술은 부족한데 홍보에만 열을 올리는 등 기술 개발보다 성과주의에 그치는 현실이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문가는 또 “좋은 기술로 좋은 드론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플의 iOS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가 스마트폰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것처럼 드론의 소프트웨어와 빅데이터 수집·처리 수준이 미래 물류·유통 수단으로서의 성패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