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CCTV 무료 설치…아이디어가 빛났다.

2013-09-17     이광재 기자
CCTV 폴대 대신 전신주·벽면 이용…자가통신망 '임대망'으로 대체

"제발 우리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CCTV 좀 설치해 주세요"

올해 초 김성환 노원구청장이 현장을 방문하자 중계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쓰레기를 몰래 갖다 버리는 이웃 때문에 골머리가 아프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에 김 구청장은 CCTV 관련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7월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무단투기가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CCTV 1대당 구매·설치비용이 적게는 500여 만원에서 많게는 1500여 만원으로 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으로 작용되고 있다.

25개 자치구 CCTV 설치대수는 총 1만7894대로 이중 쓰레기 투기단속용이 783대, 자치구 평균 30여대가 설치돼 있으나 노원구에 12대만 설치돼 있다.

이렇다보니 관내 주민들의 쓰레기 투기단속용 CCTV 설치 요청 건수가 올해 130건 접수됐다.

아무리 설치비용을 절감한다 하더라도 1대당 500만원으로 주민들이 요구하는 130대의 CCTV 설치비용만 어림잡아 6억5000만원이 필요했다. 올해 방범용 CCTV 설치비용 2억이 편성돼 있으나 턱 없이 부족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1월 강화수 노원구청 비서실장을 책임자로 하는 'CCTV 설치비용 절감 T/F팀'을 꾸렸다.

먼저 비용절감을 위한 실태분석에 들어갔다. 1세트에 1500만원 하는 방범용 CCTV에는 회전형 카메라와 보조용 카메라, 폴대 및 자가통신망 등이 구축돼 있다. 이들 세트 중에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자가통신망'이다.

자가통신망 및 통신장비 1대 설치비용이 600만원이지만 '방범용'까지 이러한 통신망을 구축해야 되는가에 강한 의구심을 가졌다.

결론은 자가통신망을 '임대망'으로 대체하고 폴대를 설치하지 않고 '한전주'를 이용하면 1대당 CCTV 설치비용이 600만원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존 방식대로 방범용 CCTV를 설치할 경우 13대 밖에 설치할 수 없지만 이러한 개선방안으로 설치하면 32대까지 설치할 수 있다.

이렇다 하더라도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25% 밖에 들어줄 수 없었다. 추가로 100대의 CCTV 설치가 필요했으나 편성된 예산이 없다보니 난감했다.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차에 강화수 비서실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예산이 없는 상황에서 CCTV는 꼭 설치해야 되겠는데 무단투기는 외진 곳이나 사람 통행이 없는 곳에 발생되기 때문에 '전신주'나 '담장벽'에 CCTV를 설치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알리면 어떨까 생각해 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T/F팀은 현장을 답사해 주민들의 담장벽 및 전기를 사용하는데 소유주의 동의를 얻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CCTV 운영에 꼭 필요한 것이 인터넷망이다. 통상 인터넷(ADSL) 1회선 임대료가 연간 39만원이다. 반드시 인터넷 사업자의 망을 유료로 사용해야 한다.

관내에 있는 인터넷 사업체가 총 5개. CCTV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곳 5개 업체 중 1개 업체와 임대계약을 맺어야 한다. 이를 잘 활용하면 별도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CCTV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 그래서 관내 5개 인터넷 업체를 상대로 경쟁을 붙이기로 했다.

즉 제안서를 접수받아 가장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사업체와 일정기간 인터넷 이용 임대계약을 체결하고 그 대신 사업체는 CCTV를 무료로 설치해 주는 조건이다.

관내 5개 사업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 결과 A업체에서 노원구 조건을 수용하기로 했다.

CCTV 설치비용 절감방안을 위한 T/F팀을 꾸린지 8개월만의 성과다. 이렇게 해 그동안 고질적인 쓰레기 무단투기 상습지역에 대해 130만 화소의 최신형 CCTV 100대를 지난 8월말에 설치 완료했다.

2억원 상당의 CCTV 100대를 구에서 돈을 들이지 않고 설치하는 혁신사례를 남겼다. 앞으로도 이러한 방식을 도입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CCTV 설치문제를 해결할 예정이다.

월계동에 거주하는 이순영(여)씨는 "골목길 코너에 수북이 쌓인 무단투기 쓰레기를 볼 때마다 이웃 간 불신의 벽만 높아졌는데 CCTV 설치 후 무단투기 사례가 사라졌다"며 매우 반겼다.

한편 구는 2011년 11월 방범, 주차단속, 쓰레기 투기단속, 어린이보호구역 등 각 부서별로 운영하던 CCTV를 한데 모아 운영하는 통합관제센터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구는 현재 806대의 CCTV를 운영하고 있으며 32명의 관제요원과 경찰관 1명이 파견돼 범죄 및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또한 구는 지난 6월 노원경찰서와 CCTV 공유 협약을 맺고 노원경찰서 112 상황실에서 구 통합관제센터 806대의 CCTV를 직접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8월5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러한 CCTV 공유로 치안을 업그레이드 한 노원구는 5대 강력사건 발생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낮다. 즉 25개 자치구 중 가장 안전한 자치구로 평가받고 있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CCTV는 사생활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범죄예방 효과와 사건 발생 후 용의자를 찾아내고 범인을 검거하는데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된다"며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최소 비용을 들여 안전하고 쾌적한 도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