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열풍 속 영국 IT 정책의 변화는?

핀테크 활성화로 금융 · IT 산업 급성장

2015-08-11     윤효진 기자

영국 핀테크 산업은 세계 최대 규모로 2014년 기준 약 200억 파운드의 매출 기록했다. 회계연도 2013·2014년에 전세계 핀테크 FDI 프로젝트의 25%가 유럽으로 유입됐으며 이중 50%가 런던으로 유입됐다.

영국은 세계 최대의 금융 중심지로 전세계 외환, 주식, 원자재 및 탄소배출권 거래(스팟 및 선물시장 포함)가 이뤄지고 있는 국가다. 금융산업 중 금융서비스 분야의 기술 전문인력이 13만5000명이며 240만명에 달하는 영국 내 첨단기술(high-tech) 산업 종사자 중 82만5000명이 이공계(STEM roles) 학위 보유한 전문가들이다.

특히 2014년에 영국의 은행 및 보안 산업군이 IT에 지출한 금액은 3190억 파운드에 육박한다. 또 2014년 기준 영국 내 스마트폰 보급률은 93%를 기록했고 2015년 내에 95%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2014년 영국 성인(16~65세)의 58%가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제는 2014년 매출 기준 약 100억 파운드로 핀테크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이며 크게 ▲인프라(Infrastructure)와 ▲온라인(Online)으로 나눌 수 있다.

인프라는 결제에 필요한 실물자산, 즉 결제 단말기 등의 설비산업으로 약 81억 파운드의 매출 기록했으며  온라인은 19억 파운드의 매출 달성했다.

또 금융 데이터 분석(Financial Data Analytics) 약 38억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중 금융(은행·투자·거래)이 약 22억 파운드, 신용조회 정보가 약 10억 파운드, 보험업이 6억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금융 데이터 분석 부문은 기업들의 아웃소싱 비중이 적어 거의 대부분이 영국 내 소재한 금융기업들의 자체 데이터 생산 및 분석 활동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소프트웨어(Financial Software) 부문은 약 42억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중 거의 대부분인 40억 파운드가 금융(은행·투자·거래) 관련 소프트웨어이며 나머지 2억 파운드가 회계 소프트웨어다. 회계부문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다양성 및 혁신 잠재력이 상대적으로 작다.

금융 소프트웨어는 영국 기업의 참여도가 극히 저조하며 대부분 거대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Platforms) 부문은 약 20억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했다. 거래(정형화된 시장거래를 의미, 예를 들면 주식거래 등)가 약 8억 파운드로 가장 크며 개인간(P2P) 플랫폼(예: 개인간 소액송금 등)은 불과 5000만 파운드로 가장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외에도 개인자산 투자 및 관리부문이 7억 파운드, 그리고 상기 플랫폼을 통합한 종합솔루션 플랫폼이 5억 파운드 매출을 기록했다.

영국 핀테크 시장의 특징을 살펴보면 2014년 기준 영국의 금융산업은 영국 GDP의 9.4%를 차지하는 중요한 산업으로 부가가치 창출 기준 산업생산으로는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 규모이며 인구 대비로는 세계 1위다.

영국 런던은 세계 최대의 금융거래 중심지로 전세계 최대의 거래량 점유율(외환 32%, 주식 45%, 해운 60%, 비철금속 80%, 탐소배출권 60% 등)을 자랑한다.

영국은 DIY 투자, P2P 소액송금 및 결제와 같은 혁신적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들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 국가로 소비자들의 신기술 및 금융기법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얼리어답터 시장이다. 영국은 1인당 전자상거래 지출이 전세계 최고를 자랑한다. 영국 정부의 ICT 정책기조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주도 발전을 장려하되 ICT 분야 신기술 및 혁신이 타 산업 분야에 전파될 수 있도록 진입장벽을 허무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핀테크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금융산업의 배타적 진입장벽 타파를 위해 2013년부터 금융산업규제기관(FSA)을 이원화(FCA와 PRA)해 금융규제기관이 금융업계의 이익 대변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방지하고 있다.

또 ICT 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최고정보책임자(CIO) 및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내각 각료로 두고 주무부처를 지휘하도록 하고 있다.
영국 ICT 정책의 수행(정책설계, 규제 집행)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은 정보, 통신, 기술 등 각각의 개념에 대응하는 3개의 전담기관을 운영중이며 내각 수뇌부의 지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정보를 생산하는 문화산업 정책은 한국의 문화관광부에 해당하는 문화매체체육부(DCMS: Department for Culture, Media and Sport)가 주관한다.

통신에 대한 규제는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산업감독기관인 통신규제국(Ofcom: Office of Communications)이 담당하며 이를 현실로 구현하는 ‘기술’에 대한 정책은 한국의 지식경제부에 해당하는 기업혁신기술부(BIS: Department for Business Innovation & Skills)가 담당한다.

수행기관을 지휘, 감독하는 영국 정부 ICT 정책 최고기구는 내각 최고정보책임자(CIO: Chief Information Officer)로 정책의 기획을 민간 등 외부와 조율하고 이를 담당 중앙 및 지방 정부 기관에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육성 정책의 경우 영국 정부는 지난 2014년 12월18일부터 영국 사물인터넷(IoT) 기술개발 전문 스타트업을 발굴해 국가보조금을 지원하고 영국 내 대기업과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해 성장을 돕는 프로그램을 개시, 2015년 1월8일 7개사가 선정됐음을 발표한 바 있다.

이 프로그램은 영국 정부의 민관협력 IT 육성기구인 혁신(Innovate) UK와 영국 IT 산업단지 테크 시티(Tech City) 관리기구와 함께 추진, 선정된 7개 스타트업에 100만파운드의 스타트업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2015년 내에 이 같은 선정과정을 계속해 100여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선정된 스타트업 기업은 유럽 최대 이동통신사 EE, 영국 최대 종합소매유통기업 존 리위스(John Lewis), 세계적인 IT 설비 기업인 보쉬, 유니레버(Unilever), 시스코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이로부터 직접 지분투자를 받는 기회도 얻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의 기술은 센서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농기계와 통신하도록 해 농작물의 생장환경을 실시간 모니터링해 수확량을 크게 늘려주는 기술에서부터 전력망에 연결돼 있지 않아 배터리로 작동하는 기기 및 시설의 전력상황을 국가전력망에 연동시켜 무선으로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영국의 핀테크 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채택돼 있다. 핀테크 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른 런던에는 IT와 금융을 융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지난 2014년 말 기준으로 1300여개에 달하며 지난 5년간 이 핀테크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7억8000만달러에 육박하며 2008년 대비 600% 늘어났는데 이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3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영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산업과 IT를 적극적으로 융합해 핀테크 선도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핀테크분야 투자 규모는 2013년 전세계 핀테크 분야 대상 투자액의 13% 비중을 차지하며 2008년 이후 2014년까지 연평균 74%씩 성장하고 있다.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융합을 통한 IT형 금융 생태계를 일컫는 핀테크(Fintech)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금융강국으로서 가지는 경쟁력을 미래에도 유지할 수 있도록 IT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 패러다임에 대처하기 위한 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행해지는 까다로운 금융산업 규제가 핀테크 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인식하고 1월8일 재무성과 기술전략위가 협력해 핀테크 분야에 대한 금융규제 완화를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분야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는 로드맵을 채택했다.

영국 정부는 테크시티에 핀테크 기업 적극 유치 및 인큐베이터 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 지급결제뿐만 아니라 저렴한 금리의 개인간(P2P) 대출, 은행 대비 송금수수료를 10분의1로 낮춘 국제송금 서비스(영국 기업 트렌스퍼와이즈(Transferwise)가 주도) 등이 영국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기존 재래식 은행권 금융을 잠식하고 있다.

영국의 신호정보(SigIntel) 담당 정보기관인 GCHQ(Government Communication Headquarter)에 따르면 영국은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공공정보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국가이나 이들 중 많은 양의 정보가 개인 또는 기업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않으므로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관리해 개인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정부시스템을 구축했다.

대표적으로 영국의 국가보건체제 NHS(National Health Service)는 영국의 거의 모든 의료서비스(병원)를 독점 관리해 국가 전체 규모의 진료기록, 임상자료, 연구자료 등을 보유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2009년 6월부터 정부 부처 및 모든 국가기관의 정보를 공유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를 클라우드화해 접속 및 공유가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 IT 개혁안을 추진하고 2010년 3월부터 가동중에 있다.

일반인들이 전기를 사용하지만 직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생산할 필요가 없듯이 정부 클라우드 또한 하나의 자원 유틸리티로서 모두에게 사용권을 허락하고 있다.
모든 시스템과 콘텐츠는 오픈소스로 개발자 또는 일반 사용자 모두에게 공개해 기업에서 상업용도로 활용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영국 ICT 시장에 진출 확대를 위해서는 부품보다는 소매수요 완제품이 유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영국은 현지 전자제조산업의 규모가 매우 작아 원자재와 부품 수요가 작으므로 한국 기업들은 LED, 디스플레이와 같은 부품보다는 TV, 모바일 단말기 등 완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을 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은 2007년 애플 아이폰 출시 이후 본국인 미국 외 국가 중 가장 빠른 보급률을 보인 국가로 스마트 기기에 대한 인지도가 높고 소비자의 접근성이 발달해 2012년 기준 유럽(EU) 최대의 스마트기기 판매 시장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류는 기존 데스크톱 PC, TV 등을 완전히 대체하고 있으며 태블릿으로 모든 디지털 기기 수요를 충당하는 ‘1인 1디바이스’ 현상이 가장 강한 유럽 국가가 영국이다.

영국은 구글 글래스 구매비율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국가이자 스마트워치인 나이키 퓨얼밴드 판매 세계 4위, 스타트업 스마트워치 페블 판매 세계 3위의 국가로 웨어러블 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은 시장이다. 특히 2015년 본격적인 스마트폰 연동 웨어러블인 애플워치 출시 이후 미국 다음으로 많은 매출이 일어난 국가다.

2007년 영국 조세보건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 개혁 이후 추진되는 의료 IT 프로젝트를 통해 2017년까지 영국 만성질환 환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원격의료(tele-health) 접근율을 100% 달성할 계획이며 약 1억8000만파운드의 공공예산 집행할 방침이다.

영국 정부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금융규제당국의 이원화로 인해 영국 내 핀테크 진입장벽 해소돼 우리 기업 서비스 부문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영국의 금융규제당국은 ‘금융서비스규제청’(FSA: Financial Services Authority)였으나 2013년부터 ‘금융행위규제청’(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과 ‘건전성감독청’(PRA: Prudential Regulation Authority)로 분리됐다.

FSA가 금융규제의 목적만 가지고 있었던 반면 FCA는 금융산업 내 경쟁의 촉진, PRA는 금융산업의 모럴해저드 예방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