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된 PC시장 돌파구 ‘미니PC’

HP·에이수스·ECS 등 글로벌 기업 잇따라 출시

2015-07-06     윤효진 기자

가격·디자인 최대 경쟁력…성능 향상 통해 시장 확대 급선무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전세계 PC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PC시장 침체기라는 이야기가 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PC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 중 미니PC가 한 예다. 모든 IT기기가 소형화되는 트렌드에 맞춰 PC도 변화를 시도한 것.

이러한 시장 움직임에 글로벌 PC업체들도 미니PC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나섰다. 이들은 과거 데스크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성능을 갖고 있다는 인식이 강했던 미니PC를 가성비, 확장성 면에서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노트북과 데스트톱 사이에서 미니PC의 포지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아직 기존 PC시장에서의 인지도가 부족한 탓일 터.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를 잠식시키기 위해 향후 미니PC가 가져야할 경쟁력은 무엇일까?

‘맥미니’ 출시 10년…크기 작아지고 성능 향상돼 

과거 PC의 성능이 크기와 비례해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작은 PC는 성능도 낮고 저장용량도 작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차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PC는 하나의 가전기기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작은 PC에 대한 관심도가 생기기 시작했다. 

때를 놓치기 않고 애플이 나섰다. 2005년 ‘맥미니(Mac Mini)’가 출시됐다. 내장그래픽의 성능이 향상돼 별도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지 않았고 한 뼘 크기의 광학드라이브도 개발된 상태였다. 이렇게 탄생한 애플의 맥미니는 계속 진화해 현재까지도 미니PC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현재 맥미니는 6W의 대기전력 소비량으로 에너지 스타(energy star) 기준을 충족하는 것뿐만 아니라 7배 이상 능가한다. 높이 3.6㎝에 1.2㎏ 무게를 갖춘 맥미니는 4세대 인텔코어 프로세서와 플래시 저장 장치 옵션 등으로 이전 세대보다 최대 3배 빠른 무선 네트워크 성능을 구현한다. 

올해로 맥미니가 공개된지 10년째다. 10년 동안 PC시장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가정 내 필수품으로 여겨졌던 데스크톱이 밀려나기 시작하더니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 

실제로 IDC가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세계 PC 출하량은 2억9310만대가 되며 2019에는 2억9140만대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PC업체들은 새로운 대안책으로 미니PC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HP, 에이수스, ECS 등 글로벌 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됐다. 

HP, 밀레니얼 세대 집중 공략…확장성 최대 강점 

애플 맥미니의 대항마로 HP의 ‘스트림 미니’와 ‘파밀리오 미니’가 꼽힌다. 맥미니가 iOS 운영체제(OS)를 대표하는 미니PC라면 스트림 미니와 파밀리오 미니는 윈도를 대표하는 미니PC인 격이다. 

특히 HP가 지난 6월4일 미니PC를 비롯한 신제품PC 라인업을 강화하면서 관련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지난해 스트림 미니를 통해 미니PC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HP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제품을 새롭게 공개한 것. 

파밀리오 미니가 그것이다. 파밀리오 미니는 전작 스트림 미니와 마찬가지로 14×14×5㎝로 한 손에 올려놓을 수 있는 크기다. 무게는 630g이다. 중앙처리장치는 인텔 펜티엄 355U 1.7㎓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장착했으며 저장공강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500GB가 탑재됐다. 

램(RAM)은 4GB로 출시됐으나 16GB까지 확장 가능하다. 또 45W의 낮은 소비전력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자랑하며 듀얼 모니터를 통한 생산성과 B&O 플레이 탑재를 통한 풍부한 오디오 경험을 제공한다.  

홍성훈 한국HP 대리는 “HP의 파밀리오 미니는 HDD와 SSD를 동시 장착 가능해 미니PC의 단점으로 지목되는 확장성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또 단순히 크기만 줄인 것이 아닌 디자인으로도 가정 또는 업무장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한 외관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특징을 앞세워 남다른 디자인을 원하는 젊은 층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라며 “나아가 성능보다 공간효율성 및 디자인을 중요시 여기는 숙박업소, 학원, 안내 데스크 등 법인 소비자까지 시장 범위를 확대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에이수스, 원격접속·클라우드 등 부가 소프트웨어 기본 탑재 

에이수스가 지난 2월 ‘비보PC(Vivopc)’를 출시하며 미니PC 시장 경쟁에 본격 합류했다. 에이수스 비보PC 라인업은 UN시리즈 3개, VM시리즈 5개 총 8개 제품으로 구성됐다.

UN과 VM 시리즈 모두 와이파이고(Wi-Fi GO!) 기능을 활용한 원격접속 기능과 PC를 홈 서버 형태로도 활용할 수 있는 홈 클라우드(Home Cloud) 시스템, 그리고 다양한 확장 포트를 기본 제공한다. 

UN시리즈는 인텔 셀러론(Inte Celeron)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UN42, 인텔코어 i3-4030U 및 i5-4210U 프로세서를 장착한 UN62(i3), UN62(i5)의 3개 제품으로 나눠진다. 

VM시리즈는 인텔 셀러론 프로세서를 장착한 VM42, 인텔코어 i3-4030U와 i5-4210U 프로세서를 각각 장착한 VM62(i3), VM62(i5), CPU에 엔비디아의 지포스820M이 추가된 VM62N(i3), VM62N(i5)의 5개 제품으로 나뉜다. 

UN시리즈는 저소음 설계 기술이 적용돼 풀로드시 26.3㏈ 수준의 정숙함을 제공한다. 또 6.95W의 낮은 소비 전략으로 전기사용료 부담을 최대로 줄였다. VM시리즈의 경우 ‘듀얼 베이 스토리지’라는 에이수스 고유의 기능을 통해 기본 장착된 SSD 외에 2.5인치 HDD 또는 SSD를 추가로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에 대용량 데이터를 필요로 하거나 빠른 속도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미니PC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이 에이수스측의 설명이다. 

이상훈 에이수스코리아 마케팀팅 대리는 “대부분의 미니PC가 동영상 감상, HTPC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반해 한정된 스토리지 용량으로 실질적인 기능을 완벽히 수행해내지 못했지만 에이수스 제품은 스토리지를 추가로 창작해 미디어 허브로서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또 홈 클라우드나 원격접속 등 추가로 설치해야하는 소프트웨어를 기본 탑재해 활용도를 극대화시켰다”고 비보PC의 장점을 설명했다. 

ECS,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휴대성 강조 

ECS가 한 손으로 가려지는 크기의 미니PC를 시장에 내놓았다. CPU·메모리·무선 네트워크 등 PC의 기본 요소들이 갖춰졌지만 크기는 손바닥보다 작다. 

ECS ‘리바엑스(LIVA-X)’는 인텔의 저전력 베이트레일 N2808(듀얼코어/1.58~2.25㎓/TDP 4.5W)와 DDR3L 메모리(4GB·2GB)를 온보드 형태로 기본 탑재한 미니PC다. 
저전력 기술을 기반으로 팬리스(무소음·무진동) 쿨링 솔루션 구축이 가능해 발열과 소음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리바엑스는 ECS가 앞서 선보인 ‘리바’ 제품보다 높은 호환성을 가진다. mSATA 슬롯이 탑재돼 윈도8.1부터 윈도7까지 다양한 OS 지원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미니PC의 한정적 OS 선택에 따라 제약이 발생하는 홈엔터테인먼트 PC와 POS/DID와 같은 산업 장비에도 사용 가능해 높은 범용성을 확보했다.

ECS 총판을 담당하는 성연호 제이씨현시스템 대리는 “최근 많은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PC에 치중돼 있으며 데스크톱 사용도는 낮은 상태”라며 “ECS의 리바 시리즈는 이러한 사용자들을 위한 스마트PC 제품으로 집안에서 간편하게 TV와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등 활용도가 높다”고 전했다.

이어 “15W급 저전력 제품으로 출시된 리바엑스는 어느 미니PC보다도 휴대성과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보급화와 데스트톱의 침체가 계속돼 미니PC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흐름에 맞춰 시장 경쟁력 확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크기·디자인 계속 진화할 것…차별화된 장점 개발 필수 

미니PC의 크기는 계속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많은 소비자들 역시 미니PC의 최대 장점을 크기와 디자인으로 꼽는다. 

책상 위에 올라가는 크기에서 모니터 위, 손바닥 위로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아진 미니PC. 급기야 주머니 속에 들어가는 USB형태의 스틱PC까지 출현했다. 
이제 더 이상 PC는 전자제품이 아닌 휴대용기기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텔이 지난 ‘CES 2015’에서 단추 크기만한 미니PC ‘인텔 퀴리(Curie)’를 공개했다. 미니PC가 계속 작아질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 이유다. 

인텔 퀴리는 엄지손톱만한 작은 기판에 인텔 쿼크 프로세서와 플래시 메모리, 램을 모두 갖추고 있으며 블루투스 통신 기능도 내장돼 있다. 또 가속도 센서도 내장돼 있어 단순한 PC가 아닌 사물인터넷(IoT)시대에 맞춘 웨어러블 기기라는 평을 얻었다. 

단순히 크기가 작아진 PC의 개념을 넘어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인텔 쿼리를 향후 미니PC 시장이 가야할 방향성으로 인식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이다.

인텔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라 최근 미국 미시간공과대학이 1×2×0.5㎜ 크기의 초소형PC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1㎜에 불과한 크기여서 좁쌀PC로도 불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초소형PC 개발 움직임이 활발해짐에 따라 PC의 IoT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훈 에이수스코리아 대리는 “아직까지 많은 제조사들의 미니PC의 활용성을 극대화하기 보다는 단순히 외형과 가격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며 “더 이상 미니PC의 장점은 단순히 ‘작다’, ‘깜찍하다’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PC시장에서 기존 제품들과 나란히 주류로 인식될 수 있기 위해서는 노트북과 데스크탑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미니PC만의 차별화된 장점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미니PC는 노트북과 데스크톱에 비해 시장 인지도와 판매도가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성능 면에서는 부품 구성상 데스크톱을 따라잡기 힘들고, 디자인·크기·휴대성 면에서는 노트북이나 태블릿을 따라잡기 어려운 것이 현 상황이다. 

이에 인텔의 움직임을 주목할 만하다. 인텔이 PC를 웨어러블 기기 형태로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처럼 미니PC 또한 노트북과 데스크탑과는 다른 강점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