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핀테크’, 영국도 놀랐다…테크사·금융사간 협력·제휴 본격화

2015-06-03     이광재 기자

“기술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금융권에서 투자를 받기는 어려웠다. 오늘은 정부 주재로 많은 금융권 관계자들과 만나기 때문에 투자처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벌써 한 은행 임원이 투자 방향을 함께 논의해보자고 제안해왔고 영국 벤처캐피털 관계자들도 저희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핀테크지원센터가 제2차 데모데이(사업 발표회)를 지난 5월27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3층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열었다. 핀테크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벤처투자자, 금융권 관계자들을 만나 투자를 제안했다.

이날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해 문을 여닫는 보안 시스템을 개발한 파이브지티 정규택 대표는 금융권 관계자들에게 보안 시스템 기술을 홍보하느라 분주했다.

파이브지티는 2014년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타운에서 우수 아이디어 업체로 선정되는 등 정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은 핀테크 스타트업. 하지만 더 좋은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금융권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다.

정 대표는 “이런 자리가 있기에 다양한 투자자들을 만날 수 있다”면서 “이 행사를 계기로 금융권의 확실한 투자를 받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하는 핀테크산업의 급속한 성장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핀테크 기업들과 금융권이 협력할 수 있는 장으로 핀테크지원센터를 올해 3월 개설했다. 핀테크지원센터는 4월30일 제1차 데모데이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후 5월27일 제2차 데모데이를 열었다.

이날은 파이브지티와 같은 창조기업들의 홍보 부스가 마련된 한편 핀테크사·금융사간 협력 사례가 도출됐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기업 가치 평가, 신용평가, 보안 인증 등 다양한 분야의 4개 핀테크 기업과 금융회사가 상호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번에 금융회사와 MOU를 체결한 핀테크 기업들은 이른 시일 안에 금융회사와 제휴해 핀테크 서비스를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데모데이에서는 세계적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레벨(level)39’를 비롯해 영국의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 등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레벨l39는 핀테크지원센터와 국내에서 역량 있는 한국 핀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데 힘을 모으기로 협의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고 벤처캐피털, 엔젤투자자 등도 역량 있는 국내 핀테크 기업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와 함께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의 기술 및 서비스를 전시한 부스에서는 이들 벤처캐피털과 엔젤투자자들이 국내 핀테크 기업과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국 핀테크 스타트업(MyriadaSystem, Pixelpin, Suades Lab 등)의 CEO들은 국내 핀테크 기업의 기술을 관람하며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실례로 레벨39의 에릭 반 더 클레이 대표는 “한국 핀테크산업은 아직 개척하지 않은 금광과 같다”면서 “한국은 조금만 도와주면 당장 세계 시장에서 먹힐 만한 기술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현재 더 클레이 대표는 레벨l39 서울지점을 설립해 이곳을 아시아 최대 핀테크 육성 허브로 키우기 위해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핀테크지원센터는 데모데이에 참석한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의 1 대 1 멘토링 협력관계 구축을 적극 지원한다. 1 대 1 멘토링을 통해 금융회사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따라 핀테크 서비스의 빠른 출시를 위해 다양한 지원을 할 방침이다.

실례로 이번 2차 데모데이에 따른 1 대 1 멘토링 연계 결과는 6월10일에 핀테크지원센터 홈페이지(www.fintechcenter.or.kr)에 공개되며 참여 업체에는 개별 통보된다. 핀테크 기업이 1 대 1 멘토링을 수료하고 산업은행, 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요청할 경우 우선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핀테크지원센터는 매월 데모데이 등을 비롯해 핀테크 스타트업 대상 공모전, 세미나 등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 및 핀테크 산업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특히 6월에는 핀테크 서비스의 핵심인 ‘빅데이터 활용 기반 마련’을 주제로 핀테크 스타트업이 참여하는 세미나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이번 2차 데모데이에서는 지난 제1차 데모데이와 핀테크지원센터 멘토링을 통해 선정된 핀테크 업체들과 금융사간의 업무협약(MOU) 체결식이 열렸다. 핀테크 업체는 위즈도메인, 더치트, 핀테크, 이리언스 등 4곳. 이들 업체는 MOU 체결을 통해 사업화에 나설 계획이다.

위즈도메인은 특허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특허번호만 입력하면 특허의 가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IP 빅데이터 로봇을 선보였다. 이 로봇은 기술평가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뿐 아니라 상장기업의 기술 가치와 시가 총액 비교·분석을 통해 기술력 대비 저평가 종목을 선별해 투자 지표로 활용할 수 있다.

위즈도메인은 1999년부터 특허분석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국내외 500여 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했고, 3년 전 IP 빅데이터 로봇을 개발하기 시작해 특허 분석 기술 선두주자로 자리잡고 있다.

한편 위즈도메인은 2차 데모데이 MOU를 체결하기에 앞서 현대증권과 협약을 통해 PTR(Price Technology Ratio) 지표를 활용해 자체 자금으로 올 하반기부터 주식 투자를 하기로 했다.

계좌 이체를 매개로 발생하는 개인 간 물품 거래 사기, 보이스 피싱 등의 금융 사기 피해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더치트는 이런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기 범죄에 사용된 정보를 공유해 추가 피해를 방지하는 서비스를 2006년부터 운영해왔다.

이 회사는 금융 사기 빅데이터를 활용해 계좌 이체 고객에게 수취 계좌의 금융사기 피해 이력을 미리 안내해주는 피해 방지 솔루션을 내놨다.

더치트의 솔루션은 피해 발생 이전에 대응하는 사전대 책이라는 점이 특징.

더치트 김화랑 대표는 “사기 피해 방지 솔루션을 통해 금융 사기 피해가 50% 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범죄 피해 민원이 감소하고, 경찰의 금융 사기범 검거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생체 인식 수단 중 가장 강력한 보안성을 보이는 홍채를 활용해 금융 보안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업이 있다. 제1차 데모데이에 참여한 이리언스가 그 주인공. 당시 홍채 인식 결제 시스템을 선보여 눈길을 끈 이리언스는 국내 유일 알고리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모든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리언스가 선보인 홍채 인식 기술은 인증센터와 연동해 홍채가 등록된 사람만이 결제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본인 등록을 통 한 로그인, 자금 이체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리언스 황정훈 본부장은 “이리언스와 한국정보통신은 생체인증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하고 있고 멘토금융기관과 함께 성공적인 핀테크 기술의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는 대출 신청 고객의 다양한 데이터를 정보기술(IT)로 수집해 고객의 신용도를 평가하는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선보였다. 이 평가 모델은 신청서를 작성하면 사업자의 실시간 매출 현황과 판매 상품에 대한 누리소통망(SNS) 평가 및 리뷰, 개인의 소비 패턴 분석, SNS 활동 현황 및 작성된 글에 대한 분석 등을 통해 성향을 파악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수집된 정보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알고리즘에 반영되고, 대출 신청 고객의 대출 가능 여부 및 한도를 측정하게 된다. 해당 서비스는 자료 수집부터 평가까지 모두 IT 기반으로 처리된다.

핀테크 김우식 대표는 “소셜 신용평가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금융 서비스에 접목이 가능하다”면서 “해외시장에서도 신용평가 모델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