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계속해서 이어지는 음주 운전 참사, 해법은 어디에?

2023-05-22     김민진 기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음주 운전과 관련한 비극적인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제주시에서 20대 남성이 술에 취한 상태로 차를 몰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있었다.

이 남성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0월 9일에 제주시 공영 주차장에서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적발돼 기소된 상황이었다. 음주 운전으로 재판절차를 기다리던 와중에 또다시 만취한 채로 운전대를 잡아 사망 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지난 4월 8일에는 대전시 둔산동의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운전한 60대 운전자가 인도로 돌진해 9살 배승아 양이 숨지고 함께 있던 초등학생 3명을 다치게 하는 사고도 있었다. 잊을 만하면 이어지는 음주 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고에 지금보다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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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상 강력한 처벌은 가능, 실제 양형이 적은 이유는?

우리나라는 누구든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와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해서는 안 된다는 법 조항이 존재한다. 법적으로 술에 취했다고 보는 기준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70kg 성인 남성이 도수 18도의 소주 2잔을 마신 정도라고 할 수 있다.

현행법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이상 0.08% 미만일 때 운전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고 면허가 정지된다. 0.08% 이상 0.2% 미만이면 1년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혈중알코올농도가 0.2% 이상이면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받는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인 상황에서의 음주 운전은 자연스럽게 면허가 취소된다. 적발 횟수에 따라 처벌이 다르기도 하다. 1회 적발 시에는 위의 기준을 적용하지만, 2회 적발 시에는 혈중알코올농도와 관계없이 면허 취소가 된다. 음주 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경우에는 수치와 상관없이 무조건 면허가 취소되고 첫 번째는 2년, 두 번째는 3년간 재취득이 금지된다. 사망 사고의 경우에는 5년간 재취득이 금지된다.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한 경우에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에 나와 있는 위험운전치사죄가 적용,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피해자를 사망케 한 경우에는 위험운전치상죄가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 징역의 처벌을 받는다. 음주 운전으로 인한 처벌과 위험운전치사죄는 경합되어 가중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굉장히 강력한 처벌이 가능하다.

이처럼 한국에도 법적으로 음주 운전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규정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음주 운전으로 인해 무기 징역이 선고되는 경우는 없다. 실제 법원에서 형을 선고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대법원 양형 기준이 2년에서 8년이기 때문이다. 이 양형 범위가 1차적으로 제한을 가해 법원에서 8년 형을 넘는 처벌이 쉽게 나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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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강력한 해외의 음주 운전 처벌

한국은 술에 대해 관대한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어 음주 운전 처벌에 관한 양형 기준이 높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일본은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한국과 비슷한 처벌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1999년, 음주 운전 사고로 두 자매가 숨졌지만 가해자가 4년의 형량만 받는 사건이 공분을 샀고, 전국적인 법 개정 서명 운동이 이어졌다. 결국 일본 국회는 2001년 음주 운전으로 사망 사고를 낸 가해자에게 최고 30년까지 유기 징역을 내릴 수 있는 법안이 마련됐고, 실제로 20년이 넘는 높은 형량을 선고하면서 음주 운전 사망자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미국은 주마다 음주 운전의 기준이 다르다. 측정 방식도 한국처럼 기계를 이용하는 방식이 아니기에 단속이 쉽지 않다. 하지만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일으킨 경우에는 대부분의 주가 강력한 처벌을 내리고 있다. 음주 운전을 살인 미수죄로 처벌하는 주도 있고, 인명피해를 초래한 경우 고의성 살인 미수, 과실 치사에 포함시켜 처벌하는 주도 있다. 벌금 기준도 훨씬 높아 적게는 2천 달러(약 260만 원)에서 많게는 1만 달러(약 1천만 원)까지 벌금을 낼 수도 있다.

프랑스 역시 음주 운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뚜렷한 음주 징후가 없어도 혈중알코올농도가 0.08% 이상이거나 호흡 조사 기준 리터당 0.40mg 이상일 경우 4500유로(약 640만 원)의 벌금에 처한다. 음주 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최대 7년의 징역과 10만 유로(약 1억 2천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안전 운전이 각별히 요구되는 통학 버스를 비롯, 모든 버스에 음주 운전 시동 잠금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시행 중이다.

중국은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음주 운전을 판별하고 있다. 혈중알코올농도가 0.03% 초과이면 일반 음주 운전, 0.08% 이상이면 만취 운전으로 분류하며 만취 운전으로 적발되는 경우 형사 재판으로 넘겨진다. 이때 판결로 선고할 수 있는 최고형에 제한이 없어 사형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2012년 상하이에서 6명의 사상자를 낸 음주 운전자에게 사형이 선고되어 집행까지 된 사례가 있다.

 

음주 운전 원천 봉쇄를 위한 기술들

음주 운전을 막기 위한 기술도 속속 개발 중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미 시동 잠금 장치를 모든 버스에 부착하고 있다. 시동 잠금 정치는 차량에 설치된 음주측정기 확인을 거쳐야만 시동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정해진 알코올 수치를 넘기면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고, 재측정은 2분 뒤에 가능하다. 재측정에서도 기준치를 넘으면 30분 후에 측정이 가능하고, 이때도 기준치를 넘으면 2시간 뒤에 재측정 할 수 있다. 음주 운전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장치로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된 기술이다. 국내에서는 일부 주류 회사 화물차를 중심으로 시범 운영을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보다 한층 진일보한 기술이 개발 중이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는 2008년부터 비영리단체인 교통안전자동차연합(ACTS)과 함께 DADSS(Driver Alcohol Detection System for Safet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DADSS는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감지해 음주 운전을 방지하는 기술로, 차 안에 설치된 호흡 센서와 터치 센서를 통해 자동으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다. 동승자와 운전자의 호흡도 구분이 가능하며 터치 센서와 운전대에서는 적외선으로 보다 세밀한 측정을 할 수 있다. 약 6500만 달러(약 800억 원)가 투입된 이 기술은 2024년 개발이 완료될 예정이며 빠르면 2026년부터 신차에 이 기술이 의무 적용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또한 미국은 이미 시동 잠금 장치 설치에 관한 법안도 마련해 시행 중인 반면, 한국은 아직까지 관련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거듭된 음주 운전 사건과 사망 사고에 관련 법안이 국회에 속속 등장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