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호법으로 장기요양기관 순식간에 무너진다

내몰린 간호조무사 1만 4,196명, 간호사 또 어디서 구하나… 간호인력 임금상승으로 요양보호사 최저임금 계속 맴돌 것

2023-05-02     최연지 기자

간호조무사가 간호사를 보조하도록 명시된 간호법이 4월 27일 국회에서 가결된 가운데, 간호사 또는 조무사 채용을 실시하는 장기요양기관에 미칠 영향력이 주목된다. 간호인력 구인난, 요양보호사 급여 인상 지체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예측된다.

[사진=요양뉴스

 

간호조무사 일자리 잃고, 간호사 구인난 악화한다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간호법은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더욱 확장해 타 보건의료직역의 영역을 침해한다. 장기요양기관 등에서 간호사 없이는 간호조무사가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많은 조무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장기요양기관은 시설형태마다 인력기준이 상이하나, 간호사 ‘혹은’ 조무사를 필수로 배치해야 한다. 간호법이 제정되면 촉탁 의사의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던 간호조무사는 간호사 지도하에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달라지게 된다. 즉 장기요양기관은 간호사 1명을 반드시 채용해야만 조무사를 운용할 수 있다. 두 자격증 소지자 중 한 명만 채용하는 노인복지법 규정상, 사실상 조무사는 갈 곳을 잃는다.

게다가 중소병원에서부터 촉발될 간호사 구인난은 요양시설에도 연쇄적인 파급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시설의 정상적 운영마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의하면 전체 장기요양기관 26,547개소로 해당 기관에 근무 중인 간호사 수는 3,645명인데 반해, 조무사 수는 약 4배나 많은 1만 4,196명에 달한다. 현 간호사 수는 서울지역 장기요양기관 3,622개소를 간신히 채우는 숫자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간호법이 시행될 시, 간호사없이 운영되는 시설에서 근무하는 대다수의 조무사는 직장을 잃을 위기에 놓여 있다.

 

시설장 운영비 부담 증가, 요양보호사 임금 개선 악화로 이어진다

일각에서는 간호법 통과가 요양보호사 임금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2021년 보건의료노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간호사 임금은 조무사 임금보다 평균 월 49만원이나 높은 까닭이다. 조무사를 고용했던 장기요양기관에서는 간호사로 인력을 변경하며 인건비 지출이 늘 전망이고, 이는 시설장의 운영비 증가로 이어진다.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진행하고 급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게 받는 시설장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맞춰 급여 일정 비율 이상만큼 인건비로 지출하고 나서야 남은 일부 비율 안에서 이익을 챙긴다. 결국 장기요양기관은 인건비가 늘수록 운영비로 사용될 금액이 줄어들게 되는 구조다. 시설장 운영비 부담 증가는 최저시급과 비슷하게 지급돼 고통받는 요양보호사 임금 개선을 더디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의사, 간호조무사협회 반발을 일으킨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에도 심대한 위험성이 제기된다. 보건의료연대가 부분파업에 이어 총파업 준비 중인 상황에서, 간호법을 막을 유일한 대안인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