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내 대형 재난 사고, 이후 무엇이 바뀌었을까?

삼풍백화점 붕괴, 이태원 압사 사고 등 대형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노력

2023-03-15     곽중희 기자

기후 위기,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른 도시 구조 변화 등 요인으로 우리 사회에 예측할 수 없는 신종 재난 사고가 늘고 있다. 이에 최근 안전한 사회를 위한 재난 대응 강화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과거 있었던 국내 재난 사고들에 다시금 주목하게 된다.

보통 대형 재난이 일어난 후에는 다시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정책과 법제도, 그리고 대응 기술들이 마련된다. 과거 국내에 있었던 대형 재난들 이후 우리 사회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건설 안전 의식 수준을 알려준 삼풍 백화점 붕괴 참사

1995년 6월 29일 오후 17시 55분경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1만 5000평 규모의 초호화 쇼핑몰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 이 사고로 502명이 사망하고 937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6명이 실종됐다. 많은 희생자가 나온 재난인 만큼 재산 피해도 컸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당시 백화점 건물 900억 원, 시설물 500억 원, 상품 300억 원, 양도세 1000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전체 피해 보상액도 3792억 원으로 추산됐다.

참사의 아픔도 컸지만 사고 후 시민들을 더욱 경악하게 한 것은 밝혀진 붕괴의 원인이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삼풍백화점은 규격 미달의 자재 사용과 부적절한 건물 설계 등 부실한 시공 관행에 따라 지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건설업계의 부당한 관행과 비리로 인해 공사비가 부족했고, 이에 시공 능력이 부족하고 저렴한 하청 업체가 시공을 맡아 공사가 부실하게 진행됐다. 이런 이유로 사고 당일 삼풍백화점 A동 5층 내 식당 바닥이 먼저 가라앉으면서 전 층의 바닥 하중이 인접 기둥으로 추가 전달돼 연쇄적인 붕괴가 발생했다.

안전 관리 체계에도 문제가 있었다. 삼풍백화점의 설계와 감리는 전문성이 없는 동일인에 의해 이뤄졌다. 이로 인해 문제점 발견 및 개선에 한계가 있었다. 건물 심사가 외부 미관 위주로 심사돼 구조 안전 확인 검사는 형식적으로 실시됐다. 당시에는 건축법이 일관성 없이 완화돼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했는데 삼풍백화점도 그 중 하나였다. 또한 관할 구청에서는 전문 지식이 없는 직원이 형식적으로 안점 점검을 했다. 

종합하면 삼풍백화점 붕괴는 안전 체계를 무시한 건설사 경영진과 몇몇 관계자들의 안전 무시 관행이 불러온 참사였다고 볼 수 있다.

참사 이후 정부는 건축 법규를 강화하고 건축 규제를 강화했다. 먼저 건축물의 설계, 시공이나 공사 감리를 부실하게 해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고의에 의한 경우와 업무상 과실에 의한 경우로 구분해 정했다. 만약 사상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형을 가중하도록 했다. 

또한 건축 공사가 건설할 수 있는 건축법의 조항도 변경됐는데 이 조항은 이후 20년 동안 조항이 구체화됐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부실 설계 시공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자, 2016년 2월에는 업무상 과실이라도 기존보다 10배의 벌금형을 중과하도록 법이 개정됐다. 또한 초고층 건축물과 대형 건축물은 건축 허가 전에 안전 영향 평가도 의무적으로 받도록 변경됐다.

한편, 국내 산업 중에서 여전히 가장 많은 산업 재해가 발생하는 곳은 건설업이다. 산업 재해를 줄이기 위해 2022년 1월 27일에는 ‘중대재해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이 법은 사업, 사업장, 공중 이용 시설, 공중 교통 수단을 운영하면서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 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 경영책임자, 공무원 등을 처벌함으로써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시민과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됐다.

 

대구 지하철 참사 그 후, 여전히 위협받는 지하철 안전

2003년 2월 1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중앙로역에 정차한 전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이 사고로 192명의 무고한 시민이 목숨을 잃고 140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다. 화재의 원인은 전 여자친구와 말다툼으로 인해 화가 난 한 남성이 지른 방화 때문이었다. 당시 발생한 재산 피해는 약 614억 원이었다.

대구 지하철 참사의 피해 규모를 키운 요인으로는 여러 가지가 지적됐지만 전동차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가 가장 크게 지목됐다. 전동차 내 가연성 내장재(FRP, 방사선가교폴리우레탄, 염화비닐수지, 폴리에스터목케터, 발포우레탄폼 등)를 사용해 화재 연기가 급속도로 확대됐고, 유독성 가스 발생으로 인해 인명 피해가 커진 것이다.

이 외에도 부족한 안전 대응 체계와 안전 인력도 사고를 더 크게 키웠다. ▲차량 내 소화기의 위치 인식 및 초기 소화 장비 부족 등으로 초기 소화 실패 ▲전동 화재 발생 시 교행하는 전동 차량의 화재 현장 진입 금지 조치 미흡 등 기관사와 지하철 사령실의 초기 대응 미흡 ▲안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상황 통제 미흡 등이 원인으로 분석됐다.

참사 이후, 대구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전동차 내부 시설의 재료는 불연 소재로 교체됐다. 또한 모든 역사에는 비상유도등, 소화 설비 등 방호 시스템이 구비됐다. 안전을 위한 연기 감지기·차단막·야광타일 등 화재 진압 시스템도 설치됐다. 서울 도시철도 1~3호선 91개 역사에 화재감지기 1만 3000개가 설치됐으며 청각장애인을 위한 시각 경보기와 화재 상황 전파용 수어 동영상도 송출되도록 했다. 

방화 범죄 등 화재 유발 요인을 감지하기 위해 전동차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CCTV도 확대 설치됐다. 또한 기관사와 즉시 연락이 가능한 비상 인터폰, 전동차 직원에 대한 안전 점검 교육에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됐다.

사고 이후 전동차 내부 시설에 대한 투자는 일부 이뤄졌지만 안전 인력에 대한 투자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다. 대구 지하철 참사 당시 기관사는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전기가 계속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상황을 반복하다가 승객을 대피시킬 타이밍을 놓쳤다. 당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안전 전문 인력이 전동차 내부에 있었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참사 20년이 지난 지금도 전동차의 안전은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대구교통공사는 2022년 운영비 부족을 이유로 인원 감축, 용역 전환, 무인 운전 시스템 적용 등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전문가들은 인력 감축과 경비 최소화가 안전 위협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2022년 11~12월 두 달간 서울 지하철에서는 탈선, 화재, 작동 오류 등 총 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0년(2012~2021) 동안 안전 사고가 평균 11건 발생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다. 서울 지하철은 시설 노후화, 안전 인력 부족 등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다시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대중의 발인 지하철에 대한 지원을 늘일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동시에 공사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대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

 

국민 안전-재난 경각심에 불을 지핀 세월호 참사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의 청해진해운 소속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부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이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세월호에는 승무원과 일반 탑승객,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는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등 총 476명이 탑승해 있었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은 사고가 발생한 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3년 6개월간 세월호의 침몰 원인을 조사해온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6월 세월호 침몰 원인을 끝내 밝혀내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세월호의 침몰 원인이 과적과 선박 노후화로 인한 안전 기준 미흡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왔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해양 사고는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다. 2021년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 발생한 해양 사고는 총 2720건으로 세월호 참사 발생 이듬해인 2015년(2101건) 대비 약 30% 이상 증가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부는 그동안 많은 정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2022년에는 향후 5년간의 해양 안전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담은 ‘제3차 국가해사안전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의 목표는 2026년까지 해양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를 30% 감축하는 것으로 관공선, 여객선, 어선 등 고위험 분야 집중 관리, 현장 점검 강화, 안전 문화 확산, 전담 인력 확보 등 해양 수산 분야 재해 예방 대응이 핵심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해양 선박의 안전 관리에 대한 법제도를 대폭 개선했다. 먼저 세월호 참사에서 지적된 선박 노후화와 부실 검사로 인한 설비 결함, 선박의 무리한 개조로 인한 복원력 상실 등을 개선하기 위해 화물 겸용 여객선의 선령 기준이 30년에서 25년으로 낮췄다. 또한 선박 개조도 복원성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만 허용했으며, 300t 이상의 연안 여객선에는 선박 블랙박스인 선박항해기록장치(VDR)의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한 선반 안전 기준과 안전 관리 체계, 해사안전감독관제, 선박 항해 시스템 등 법제도도 도입했다. 연안 해운 선박 노후화 개선을 위해 ▲연안 선박 현대화 펀드 ▲연안 여객·화물선박 현대화 프로그램 등 정책을 마련했다.

이어 작년부터는 선박에 대한 현행 규제 및 안전 관리 사각지대에 대한 제도 개선과 관리·감독 강화에 대한 계획도 세웠다. 소형 선박, 항만건설작업선, 무인부선 등에 대한 안전 규제 완화와 면제 선박에 대한 현장 점검을 강화했다. 노후 선박을 개조하는 지원 혜택도 마련됐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금융 기관은 국적 선사의 친환경·고효율 신조선 발주 시 친환경선박 투자 펀드 조성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박 안전 감독을 위한 해사안전감독관제도 확대 강화됐다. 원래 선박의 안전 관리 감독은 선사 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이 담당했지만, 수익성과 이해 관계 등을 이유로 제대로 된 감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안전관리 담당을 공공 기관인 선박안전기술공단이 맡도록 변경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숱한 해양 안전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해양 사고 수치 등 실상을 봤을 때 이 정책들이 실질적으로 해양 사고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세월호는 많은 국민들에게 상처를 줬던 사건이다. 같은 사고를 다시 반복해서는 안된다. 따라서 정부는 매년 반복되는 정책이 아니라 실제 해양 사고를 예방하고 위협 상황에서 안전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해양 안전을 지켜나가야 한다.

 

축제 속 비극, 안일한 안전 대응이 불러온 이태원 참사 

2022년 10월 29일 밤 11시경, 서울 이태원역 부근에 대규모 인파가 한 번에 몰리면서 압사가 발생해 159명이 목숨을 잃고 196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일에는 코로나 이후 첫 노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10만 명 이상이 현장에 모였다.

이태원 참사에서 가장 많이 지적된 부분은 중앙 정부와 지자체, 경찰, 소방 등 공공의 안전 대응 미흡이었다. 군중 밀집으로 인한 사고였기에 행사 전 미리 인파를 예상했다면 안전 매뉴얼을 통해 미리 안전·구급 요원 배치, 군중 통제, CCTV를 통한 현장 감시 등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참사 이후 정부는 시민들과 연관이 깊은 공공 시설, 축제 등에 대한 안전 시스템 점검에 전면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명 이상이 사망한 압사 사고인 만큼 재발을 막기 위해 인파가 모이는 지역 축제, 행사 등에 대한 안전 매뉴얼을 재점검하고, ICT 기술 기반의 인파 관리 시스템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먼저 정부는 인파 사고를 포함한 다양한 위험 신고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판단하기 위해 112 반복 신고 감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음성 위주의 신고를 보완하는 112·119 영상 신고를 활성화한다. CCTV 설치도 확대·고도화된다. 모든 CCTV를 2027년까지 지능형 CCTV로 전환하고 AI 기반 이상 징후 자동 감지와 영상 자동 분석 등 위험 상황을 상시 관리하는 체계로 개선한다.

소방과 재난의료지원팀(DMAT) 등 중요 안전 인력의 소통을 강화하고, 소방의 구급지휘팀을 운영하는 등 신속하게 현장에 출동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 지자체·소방·경찰·DMAT 등 유관 기관 합동 현장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해서 구조·구급 역량을 강화하고, 이번 이태원 사고에서 지적된 재난안전통신망 기관간 활용도 대폭 강화한다.

또한 범정부 차원에서 새로운 위험을 예측하고 상시 발굴해 체계적으로 예방하고 대비하는 선제적 재난안전관리체계를 운영한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 ‘(가칭) 신종 재난 위험 요소 발굴 센터’를 신설하고, 지자체,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해 국민신고, 언론, SNS 등 다양한 매체로 수집한 정보를 분석해 위험 요소를 상시 발굴한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의 과학적 재난 안전 관리 대책도 마련한다. 기존의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 단계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과학적 재난 관리에서 더 나아가서 예방 이전에 사전 예측을 지원할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대폭 강화한다.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시스템에서 분산 관리 중인 데이터를 ‘재난안전정보통합플랫폼’을 구축해 통합 관리하고, 국민에게 다양한 재난 안전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국민안전24’도 신설한다.

민간 참여·협업 중심의 안전 관리 방안도 활성화한다. 체험 중심의 안전 교육이 이뤄지도록 ‘1시도 1안전체험관’ 건립, 온라인 체험관 구축 등을 추진하고 체험관 접근성이 낮은 농어촌 지역을 대상으로는 ‘찾아가는 안전 체험 교실’도 운영한다. 또한 전 국민의 안전 역량을 높이기 위해 생애주기별 필수 안전 교육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안전사고에 대한 안전 교육을 강화해 실효성도 높여갈 계획이다.

다만,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재난 관리 계획이 앞으로 잘 지켜질지는 꾸준히 지켜봐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압사 사고였던 만큼 인파 관련 사고에 대한 대책은 더욱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참사는 최근 30년간 국내에서 가장 큰 인적·물적 피해를 냈던 대형 재난이다. 각 사고는 모두 다른 시기에 다른 장소에서 일어났지만 한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안전 점검, 안전 장치, 안전 매뉴얼 등 총체적인 안전 시스템이 미흡했다는 점이다. 커지는 신종 대형 재난 위협 속에서 이제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 법제도, 기술 등을 갖추어 안전 선진국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