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트렌드] AI 돌풍, 보안·안전 직종도 대체할까?

일부 직종 대체해도, 업무 지원·보완 역할 더 클 것

2023-02-15     곽중희 기자

오픈AI가 개발한 AI 챗봇 챗GPT가 IT를 비롯한 전 산업계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일반 인공지능(AGI, 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이 많은 직업군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월 6일 오픈AI의 샘 올트먼 창업자 겸 최고 경영자(CEO)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AGI가 고도로 발달하면 자본주의를 무너뜨릴 수 있다”라고 경고하면서 인간이 하고 있는 많은 노동이 AGI에 의해 대체될 것을 우려했다. 올트먼은 오픈AI를 창업할 당시 AGI가 인류를 위태롭게 할 수 있어 가능한 많은 사람이 AI를 소유할 수 있게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전망이 나왔다. 2022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AI 관련 기업체 인식 및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 구성원의 절반(50.1%)이 약 20년 내에 AI가 많은 직무를 대체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면서 인간의 생존을 지키는 보안과 안전 분야에서도 AI가 많은 직업군을 대체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보안·안전 내 AI 역할 확대, 일부 업무 대체될 것

어느 분야에서나 마찬가지지만 보안과 안전 분야에서도 AI의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과 사물 등 객체를 인지하고 분석하는 비전 AI 기술부터 사이버 공격을 자동으로 탐지·대응하고 미래 위협을 예측하는 AI 기반의 사이버 보안 솔루션까지 다양하다.

물리적인 보안 환경만 봐도 그렇다. 과거에는 경호원 등 사람이 직접 집을 지켰지만 지금은 지능형 CCTV와 디지털 도어락 등 출입 보안 장치가 대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무인 보안 솔루션과 AI X-ray, AI 로봇이 보안을 맡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대통령경호처는 AI 기반의 과학 경호·경비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으며, 추후에는 플랫폼을 통해 물품 식별, 침입자·거동 수상자 관찰, 위험 행동 탐지, 통합 관제 등 경호 업무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해외에서는 AI 로봇이 이미 경비 인력을 대체한 경우도 있다. 코발트(Cobalt), 나이츠스코프(Knightscope) 등 보안 로봇을 연구하는 많은 회사들은 보안 로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 로봇들은 AI를 기반으로 출입 탐지, 이상 징후 포착 등 업무를 수행한다.

로봇 기업 오보드로이드(obodroid)는 2017년 경비원들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AI 기반의 경비 로봇 ‘SR1’를 개발했다. 이 로봇의 기능은 충분히 경비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는 수준이다. SR1은 AI 기술로 물체·얼굴·동작 등 객체를 인지한다. AI로 탐지 가능한 사물 종류만 해도 20개 이상이며, 자율주행 기능을 통해 경사로와 계단도 오르내린다. CCTV와도 연동돼 긴급 상황 발생 시 중앙관제센터에 실시간으로 알람을 울린다. 실질적으로 보안 요원이 해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를 모두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를 봤을 때, 향후 물리 보안 분야에서 침입 등 보안 위협을 단순 탐지하고 알리는 보안 요원이나 이상 징후를 모니터링하는 보안 관제 요원의 경우 AI가 그 자리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사이버 위협 감지, 분석 등 분야에서 활용이 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최근 AI/XAI 기반의 대규모 사이버 위협 정보 자동 분석 플랫폼 및 보안 관제 전용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기존에 보안 관제 요원이 수동으로 분석해야 했던 사이버 위협을 대신 분석해 준다.

이 모델을 개발한 KISTI 측에 따르면,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면서 인력에 의존한 보안 관제 체계로는 자동화되는 사이버 위협을 대응하기 어려워졌고 이에 AI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AI는 사이버 위협 정보를 자동으로 신속·정확하게 분석해 결과를 도출해낸다. 이를 통해 수많은 사이버 공격을 빠르게 탐지해낼 수 있다.

또한 AI는 사이버 보안 솔루션을 개발하는 정보 보안 솔루션 개발자 등 보안 전문가의 일자리도 위협할 수 있다.

일례로 챗GPT는 작문 능력뿐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를 통한 코딩 작업도 한다. 실제로 오픈AI는 프롬프트에 대한 응답으로 코드의 오류를 검출하는 시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당시 챗GPT가 html 코드를 생성해 복잡한 코드의 오류를 인간보다 빠르게 해결했다.

AI를 통한 글쓰기 작업 자동화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의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IZSRI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크 사이디는 “챗GPT가 예전에 신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담당했던 역할, 즉 코드 오류를 해결하고 기본 애플리케이션을 구축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이는 AI가 현재 인간이 수행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말했다.

안전 분야에서도 AI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위험성이 높고 간단한 단순 반복 작업이 많은 산업 안전 분야에서는 비전 AI 기술을 비롯한 자동화·지능화 기술의 비중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유럽산업안전보건청(EU-OSHA)은 ‘AI가 산업 안전 보건에 미치는 영향’ 정책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산업 현장에서 기존에 사람이 하던 역할을 AI가 대신하게 됨으로써 산업 현장의 모습이 변화될 것이며, 업무 자동화로 인해 산업 현장에서의 일의 종류와 다양성이 감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2022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AI의 도입이 활발해지면서 안전 관리 관련 인력들이 대체될 가능성은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전 AI 기술은 24시간 산업 현장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영상을 분석해 현장 관리자에게 상황을 전파하고 육안 감시로는 부족한 안전 관리를 지원한다.

또한 기존에 중간 관리자가 담당했던 위험성 평가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AI는 스스로 위협을 탐지하고 딥러닝을 통해 자체적으로 위험 요인까지 발굴해낸다.

이처럼 위협 탐지·평가, 위험 요인 발견 등 산업 안전의 일부 분야에서 AI는 이미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안전 관리자 등 산업 안전 전문가의 자리도 대체가 가능한 상황이다.

김성삼 국립재난안전연구원 공학 박사는 “안전 분야에서의 인력 대체 문제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지만 기술 수준에 따라 대체될 수 있다고 본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재난을 탐지해 피해 규모를 확인하는 등 단순·반복 학습이 필요한 업무들은 대체가 가능하다. 일례로 과거 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할 때 전담 공무원들이 직접 나가서 분석했지만 지금은 드론 매핑 등 AI가 접목된 기술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AI는 인간을 돕는 업무 지원·보완 역할 더 커

일각에서는 AI가 보안·안전 분야에서 업무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식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22년 6월 IBM은 ‘사이버 보안을 위한 AI와 자동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AI가 보안 운영 전반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보안 인력과 어떻게 상호 작용할 수 있는지 설명해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안 분야에서 사이버 비서의 역할을 하는 AI는 기술과 리소스가 계속 부족한 보안팀의 부담을 덜어준다. AI 기반의 위협 모델은 오랜 기간 동안 다양한 운영 조건을 경험하면서 훨씬 더 많은 공격을 학습하기에 인간이 대응하기 힘든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등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AI 생성 인사이트로 강화된 AI 기반 자동화 기능은 보안 전문가가 최선의 조사와 해결 방법을 결정하는 동안 적절한 알림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IBM 조가원 보안사업부 상무는 “AI는 지속적 학습을 통해 수십억 건의 위협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위협을 식별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보안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최근에는 침해 지표(Indicator of Compromise) 등 위협 지표의 상세 내용을 확인하고 분석하는 시간과 소모적인 작업이 많아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이 사이버 보안의 인력을 대체하는 건 아니다. 보안 전문가들이 더 신중한 의사 결정을 하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안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각종 대형 재난이 늘어나면서 대응을 위해 AI 기술이 많아 활용되고 있지만 안전 분야에서 AI가 하는 일은 기존에 인간이 하기 어려웠던 분야가 많아, 인력을 대체하기 보다는 대응의 수준을 높여주는 측면이 크다.

AI 비전 솔루션 기업 인텔리빅스 관계자는 “산업 안전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지 직업을 대체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본다. 일례로 보안 관제 분야에서, 정말 모니터를 바라보기만 하는 단순 모니터링이라면 모르겠지만 그 외의 분야는 요원하다. AI는 사람이 탐지하지 못하는 걸 탐지하고 모니터링을 지원함으로써 안전 사고를 예방해 중대 재해를 막는 보조적인 수단으로 활용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세현 한국인공지능협회 기술 이사는 “AI가 실제 산업들에 적용되는 수준은 아직 시작 단계다. 보안·안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물론 보안 위협과 재난을 탐지하는 부분에서는 AI가 큰 장점을 나타낼 수는 있겠으나, 전체 관리의 차원에서는 여전히 사람이 중심이다. 보안·안전 분야의 지능화가 이뤄진다고 해도 그것을 검토하고 진행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의 판단이 꼭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한 보안·안전 업무가 AI로 대체될 시 그 기술의 완전성에 대한 부분이 검증돼야 하는데 현재 AI 기술에서는 사람의 확인과 의사 결정이 꼭 필요하다. 보안·안전의 범위는 설정하는 범위에 따라서 보안과 안전이 지켜졌다는 판단 영역이 있어야 하는데 AI는 검출하고 분류하고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는 있지만, 보안·안전 준수 여부를 판단하고, 인력을 배치하는 것은 사람이 할 수 밖에 없다. 결론은 AI가 일부 역할을 하게 되더라도 현장에서 보안·안전에 대한 점검을 하는 주체는 사람이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챗GPT처럼 고도화된 AI의 발전은 분명 인간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 속도를 봤을 때 실제로 일부 직종들을 언젠가 AI가 대신하게 될 것이다. 이는 보안·안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는 AI의 발전을 단순히 인력 대체의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고도화된 AI가 등장함에 따라 업무를 더 원활하게 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특히 보안·안전 분야는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기술의 정확도와 안전성이 중요한 만큼 인간의 역할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AI가 인간보다 더 잘 해낼 수 있는 위협 탐지·예측 등 분야는 AI가 맡고 추론과 창의성이 필요한 위협 평가·대응·관리 등 분야는 인간이 주관하는 방식으로 직업 생태계가 변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시대의 흐름에 맞춰 인간의 도구이자 파트너로서 새로운 일을 해낼 수 있는 지원자로 AI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꾸준히 고민해 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