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1년간 1300건 울린 재난 문자, 효과 있었나?

안전 혁신 위한 시스템 통합·고도화 필요

2023-02-07     곽중희 기자

새벽에 한 통, 출근할 때 한 통, 점심·저녁에 또 한 통, 계속해서 알림이 울린다. 코로나19 이후 유난히 익숙해진 재난 문자다. 기자가 지난 1년간(2021년 2월 1일~2022년 2월 1일) 받은 재난 문자를 세어보니 총 1314건이었다. 하루에 약 4건꼴이다.

재난 문자는 지진, 태풍, 홍수, 산사태, 감염병 등 자연재해와 화재, 교통 사고, 실종 사고 등 사회 재난 상황을 국민에게 알려주기 위해 발송되는 문자 서비스로 2005년부터 전국에 송출되기 시작했다.

재난 문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송 건수가 급격히 늘었다.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에 따르면, 2012년 342건이었던 재난 문자 발송 건수는 2021년에 3만 775건으로 증가했다. 재난 문자는 재난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사회의 안전성 향상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과도한 문자 발송으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최근에는 재난 문자의 시스템을 실효성 있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경제성-사고 경각심 증대 등 효과 입증 첫 연구 이뤄져

2022년 서울시립대의 한 연구팀이 진행한 ‘긴급 재난 문자의 경제성 분석’ 연구에 따르면, 재난 문자는 재난 피해 복구비를 감축하는 등 경제성 측면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구체적으로 재난 문자의 편익을 산출하기 위해 동일한 시군구에서 동일한 시간에 동일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재난 문자를 송출한 경우와 송출하지 않은 경우의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를 직접 비교했다. 이를 통해 다른 요소(지형, 거주자 특성, 기반 시설 등)에 영향을 최대한 받지 않도록 해 재난 문자로 인한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의 차이를 구분했다.

또한 최대한 구축할 수 있는 자료를 기준으로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와 재난 문자 발송 횟수 간의 평균적인 상관관계를 추정해 재난 문자의 편익을 산정했다. 다만 연구팀은 재난 문자를 보고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 경우와 감염병,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피해 복구는 제외한 점 등 한계점이 존재해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 재난 문자는 연간 2700억 원의 자연재해 피해 복구비를 아끼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지자체는 연평균 2765건의 재난 문자를 보냈는데 이로 인해 재해 복구비가 연간 2700억 원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재해 관련 재난 문자를 1회 더 보낼 때마다 피해 복구비가 1억 원 감소한 꼴이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에서 “재난 문자의 효과성에 대한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연구는 처음으로 재난 문자의 비용과 편익을 산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재난 문자의 효과성을 분석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했다는 것도 또 다른 의미가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재난 문자는 시민들의 사고 경각심 고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국내에 성행했던 2020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이 재난 문자를 통해 감염병에 대한 중요 정보를 제공받았다.

2021년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진행한 ‘코로나19 재난 문자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98.1%의 직장인이 재난 문자가 감염병 예방과 사고 경각심 고취에 도움이 되는 편이라고 답변했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답변은 1.6%로 나타났으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0.3%에 그쳤다.

조사에 따르면, 특히 재난 문자는 각 시민이 가진 스마트폰을 통해 개별로 전달돼 사고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각 개인이 재난 상황을 인지하고 대비할 수 있는 측면에서 더욱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스마트하게, 재난 문자 시스템 고도화해야

하지만 재난 문자의 여러 문제를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잦은 발송과 알림으로 피로도가 높아지거나, 정작 필요한 때에는 울리지 않는 등 시스템상의 결함도 있다. 이에 재난 문자의 시스템을 개선해 실효성을 높여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6일 발생한 용산발 익산행 무궁화호 열차 탈선 사태는 재난 문자의 시스템 체계의 허점을 보여줬다. 사건 당시 서울시, 구로구, 서울교통공사, 코레일 등 관련 기관 간 재난 문자 발송에 대한 체계가 정립돼 있지 않았고, 이로 인해 정확하지 않은 운행 정보가 재난 문자로 전달되는 등 시민들이 혼란을 겪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하철을 운영하는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의 정보가 지자체로 실시간으로 전달되지는 않으며 문자 전달에도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 등 시스템상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앞선 문제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난 문자의 시스템 체계를 시급히 개선할 필요가 있다. 재난 문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시스템인 만큼 정보 전달의 유기성과 정확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행안부는 2021년부터 재난 문자 시스템을 계속해서 개선하고 있다.

2021년 행안부는 이통 3사, 삼성전자·LG전자 등 기업,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함께 재난 문자 고도화 민간 협의체를 구성했다. 협의체와의 논의를 통해 재난 문자 발송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도화하고 있다.

먼저 행안부는 ‘5G SA(Stand Alone) 기반 재난 문자 서비스’를 도입했다. SA는 혼자 작동한다는 의미로 5G 이전의 통신 서비스인 LTE과 결합 없이 5G 네트워크만 활용하는 것을 뜻한다. 이 5G SA를 통해 기존에 LTE으로 송수신하던 재난 문자를 5G SA로 송수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또한 행안부는 5G가 LTE보다 도달률이 낮은 특징을 활용해 주거지와 인접 자치 단체에서만 재난 문자를 수신할 수 있게 정확도를 개선해 재난 문자의 과도한 수신을 줄이도록 했다. 재난 문자의 최대 글자 수도 90자에서 157자로 늘였다.

최근에는 잦은 코로나19 확진자 알림 문자로 인한 피로도를 줄이기 위한 대책도 마련했다. 지난 1월 18일 행안부는 “단순한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재난 문자로 발송하지 말라”고 권고하는 공문을 전국 지자체에 보냈다. 

공문에는 “확진자 수 위주의 재난 문자 반복 송출로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많아졌고, 재난 문자의 효과도 떨어질 우려가 있다.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할 방역 조치 관련 변경 사항이나 긴급성이 높은 재난 관련 내용 위주로 보내는 것이 좋다”는 내용이 담겼다.

행안부는 향후 재난 문자의 발송 체계를 더욱 고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이달 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재난 문자뿐 아니라 여러 과학 기술을 접목한 재난 정보 앱 등을 고도화해 더 많은 이들이 재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021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ICT연구센터의 연구 과제로 이뤄진 ‘긴급 재난 문자 서비스를 활용한 재난 정보 전달 애플리케이션 개발’ 연구에 따르면, 재난 문자는 수신율은 높지만 문자로만 이뤄져 있어 재난 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ICT 시대에 맞춰 재난 정보를 다양한 AI,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와 같은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시각 정보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재난 안전 업계 관계자는 “재난 문자 시스템은 앞으로 여러 과학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의 ‘통합 재난 안전 플랫폼’의 형태로 발전해가야 한다. 지금도 이미 개발된 재난 정보 앱이 있지만 단순 정보 전달에 그치고 업데이트가 느리며, 시각 정보가 부족한 등 여전히 한계가 많다. AI를 기반으로 실시간으로 재난 상황을 확인하고, 디지털 트윈 기술로 재난을 예측하며, 메타버스를 통해 재난 교육을 받는 등 새로운 기술을 하나의 재난 플랫폼에 통합해 모든 국민이 쉽고 빠르게 재난 정보를 얻고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