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불안한 출퇴근길, 지하철 사고 급증에 ‘안전 대책’ 시급

두 달간 8건 발생, 시설-인력-환경 모두 빨간불 켜진 서울 지하철, 문제는 무엇?

2023-01-09     곽중희 기자

최근 서울 지하철에서 안전 사고가 증가하면서 지하철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이하 공사)에 따르면, 2022년 11~12월 두 달간 서울 지하철에서는 탈선, 화재, 작동 오류 등 총 8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지난 10년(2012~2021)간 안전 사고가 평균 11건 발생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치다.

시민 단체 등 일각에서는 서울 지하철의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큰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시행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통 50년, 시설 절반 이상이 노후화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서울 지하철의 큰 결함 요소로는 먼저 시설 노후화가 꼽힌다. 서울 지하철은 1974년 8월 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이 처음 개통된 이후로 49년째 운행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전력·신호·통신 등 철도 시스템의 노후화가 진행돼 시설 개량, 점검 사업이 시급한 상황이다.

2022년 5월 철도 전문 매체 철도경제신문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강체가선(철도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기선), 변전설비, 무정전전원장치, 신호기 등 서울 지하철 주요 시설물의 노후화율은 평균 50%를 초과했다. 노후화율은 지정된 내구 연한을 넘어선 설비의 비율을 뜻한다. 

특히 안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신호기, 연동 장치, 정보수신장치(DTS) 등 설비의 노후화가 심했다. 철도 신호기는 일반적으로 내구 연한이 20년인데 전체 1951개 중 1284개인 65.8%가 기한을 넘겼다. 신호기는 기관사에게 열차의 진행과 정지 여부, 속도, 진로 등 운행 조건을 제시하는 신호 장치로, 기관사는 각 신호를 통해 안전한 운행을 유지할 수 있다.

신호기와 선로 전환기, 궤로 회로 등을 연동해 안전 운행을 확보하는 연동 장치의 노후화율은 49.7%로 나타났다. 전체 151개 중 75개가 내구 연한 20년을 넘긴 것이다.

지하철의 운행선 신호 상태와 철도교통 관제센터의 통신을 주관하는 DTS의 경우 전체 157개 중 54개가 내구 연한 20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기관사와 철도센터는 DTS를 통해 운행 중인 철도의 안전 상태와 비상 상황을 공유하고 대처한다.

2021 서울교통공사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전동차의 경우 전체 전동차 3565칸 중 20년 이상 사용한 전동차가 전체의 67%를 차지했으며, 그 중에서는 법적 최대 내구 연한인 25년을 넘어 30년 이상된 전동차도 223칸(6.5%)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공사는 지하철 시설 노후화에 대응하기 위해 2014년부터 중장기 계획으로 시설 교체·개량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진행 상황은 미흡한 실정이다.

공사에 따르면, 노후 전동차 교체 계획은 2014부터 2027년까지다. 2021년을 기준으로 보면, 교체를 계획했던 기간의 절반이 지났지만 교체가 완료된 노후 전동차 수는 계획된 전체 1914개 중 414개에 그쳤다.

또한 상대적으로 노후 시설이 많은 1~4호선 설비의 경우, 2011년부터 2026년까지 약 2조 3258억 원을 투자해 시설을 교체하기로 했지만, 2021년까지 10년간 1조 3233억 원을 집행해 아직까지 1조 원 상당의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인력 부족, 안전 전문 요원 배치도 미비

인력 부족 문제도 서울 지하철의 안전을 위협하는 큰 요소 중 하나다.

공공운수노조(이하 노조)에 따르면, 공사가 관리하는 서울 지하철 1~8호선 265개의 역 중 73개의 역이 2인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철도공사의 자회사 코레일네트웍스가 위탁 운영하는 129개의 역도 모두 2인역으로 운영 중이다. 민간 도시 철도의 경우, 1인역이거나 역무원이 없는 경우도 다수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역이 2인역으로 운영될 시 실질적으로 2인 1조 근무가 어려워 비상 상황이나 긴급 상황에 원활히 대응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지난 해 새로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 부분 인력 감축을 추진하면서 철도의 인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노조 측은 정부가 수익성 논리를 가지고 철도 인력 감축, 민영화 등 철도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책을 계속 펼치고 있다며 철도가 민영화 될 경우, 수익에만 치우쳐져 서울 지하철과 시민의 안전이 더욱 위협받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 질서를 유지하고 인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야간 등 시간에 2인 1조로 역사를 순찰하는 안전 인력을 공공 일자리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중장년 취약 계층의 취업난을 해결하면서 동시에 지하철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기간제 노동자인 공공 일자리를 이용해 안전 인력 문제를 주먹구구식으로 잠깐 덮어 놓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전 전문 인력은 최소한의 안전 전문 교육을 받은 후 전문성을 가지고 오랫동안 근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2021년 공사가 시행한 재난·안전 전문 인력 양성 교육 운영 일지를 보면, 철도 안전 관련 교육 과정으로 ▲철도안전전문가 양성 과정(2개월) ▲철도안전전문가 통합 과정(2일) ▲위험 관리 전문 교육(2개월) 등 6개 과정이 운영됐다. 이 교육을 다 받으려면 적어도 수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서울시가 내놓은 공공 일자리의 근무 기간은 6개월에서 1년 안팎이다. 공공 일자리를 지하철 안전 관리 인력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에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서울 지하철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인력 구조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사고가 났을 때 보여주기 식으로 인원을 배치하는 형태가 아니라 유동 인구, 시설 노후화 수준 등 역의 특성을 고려해 미리 안전 인력을 양성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이태원 참사 이후 출퇴근 시간 인파가 몰리는 일부 지하철역 일대에는 전에 보지 못했던 안전 요원들이 배치됐다. 이에 일부 시민들은 “안전 요원을 통해 무질서 했던 출퇴근길이 조금이나마 정돈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애초에 이렇게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을, 왜 여태까지 안전 인력 배치를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고질병이 된 지옥철, 숨통 조이는 객실 ‘대책 필요’ 

지옥철이란 말은 서울에 거주하는 시민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단어다. 하루 평균 약 700만 명의 시민이 서울 지하철을 이용한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수십만 명이 1~2시간 안에 움직여 혼잡도가 엄청나다.

서울 지하철은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을 160명으로 보고 이때 혼잡도를 100%로 계산한다. SKT가 2021년부터 유동 인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혼잡도를 분석한 결과, 2022년도 1~3월을 기준으로 차량 내 혼잡도가 가장 높은 역은 출퇴근길 모두 1호선 구로역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근 시간대 구로역의 혼잡도는 252%로, 지하철 한 칸에 403명이 탑승했다. 지하철 1칸의 넓이는 60.84㎡인데 이를 구로역에 적용해보면 1㎡에 약 7명이 서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 이태원 참사 당시 사고가 발생한 골목이 180㎡였는데 여기에 약 1천 명 이상이 모여 1㎡당 6~7명 정도가 서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혼잡도가 얼마나 심한지 가늠해볼 수 있다.

문제는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의 인구 과밀을 방지할 수 있는 마땅한 제도나 법이 없다는 것이다. 도시철도법과 철도안전법, 국토교통부의 행정 규칙, 한국철도공사와 공사가 게시한 지침 등 어떤 곳에도 지하철 승차 인원을 제한·관리하는 조항은 없다. 

2021 서울교통공사 안전 보고서에는 지하철 혼잡도 완화 대책 마련이라는 조항이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를 위한 대책일 뿐, 혼잡으로 인한 안전 사고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 혼잡도와 관련해서는 주로 또타지하철 앱이나 안전 관련 앱 등 IT 시스템을 통해 혼잡도 정보를 알려주는 정도가 전부다.

그럼, 이런 인구 과밀로 인한 지하철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 공사 측에 따르면, 운행하는 전동차 수를 늘리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특정 시간대에 인원이 몰리는 것을 해결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서울연구원은 2015년 지하철 2호선의 혼잡도 개선을 위해 연구를 시행했는데, 가장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방안으로 ‘자동 운전 장치’와 ‘승차도우미(커트맨)’이 꼽혔다. 당시 시험 결과, 두 방법을 적용할 시 누적 운행 지연이 22.5% 개선되고 전동차 내 혼잡률도 30%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생업과 일상을 위해 시간에 맞춰 움직이는 대규모 인파를 강제로 통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심리적 요인 등 여러 요소를 고려했을 때 시험과 달리 현실에서는 이 방법들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보았다.

해외의 경우, 새로운 발상을 통해 지하철의 인구 과밀 문제를 해소한 사례가 존재한다. 2013년 싱가포르의 국토교통청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혼잡도를 줄이기 위해 ‘얼리 버스’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혼잡 시간이 아닌 7시 45분 이전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에게 무료로 지하철을 이용하게 하고, 또한 그보다 조금 늦은 시간인 7시 45분~8시에 이용하는 승객에게는 요금을 50% 할인해 주는 등 혜택을 제공했다. 그 결과 실제로 시행 1년 만에 혼잡도를 7%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싱가포르에서 이 정책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 안전을 위해 싱가포르 국회와 정부, 기업들이 예산 지원 타협, 출퇴근 시간 조정 등 사회적인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 서울 지하철은 시설, 인력, 환경 등 모든 부분에서 독한 감기를 앓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빠르게 개선되지 않으면 최근 발생한 여러 사고에서도 봤듯, 언제 큰 안전 사고가 발생할지 모른다.

다행히 국토교통부와 공사 등 관련 기관은 안전 대책을 위한 체계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사고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예산 문제 등 서울 지하철이 처한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더욱 신속하게 안전 대책을 시행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