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물불 가리지 않고 덮친 자연재해, 해결책은?

기후 변화가 초래한 재난 위협, 한국엔 어떤 일이?

2022-12-13     곽중희 기자

2022년 대한민국 곳곳에서는 대형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았다. 물불 가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듯 올해가 그랬다. 지난 3월 발생한 울진·삼척 산불과 8월 중부 지방을 휩쓴 집중호우가 대표적인 예다.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재해 연보’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6~2020) 우리나라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계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2016년 7명에서 2020년 75명으로 늘었으며, 재산 피해액도 2016년 2884억 원에서 2020년에는 1조 3182억 원으로 약 4배가 증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재해의 양상이 다양해지고, 또한 그 규모도 대형화 되고 있어 그 피해도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산불과 집중 호우, 대한민국을 덮치다

지난 3월 4일, 동해안 일대에서 거대한 산불이 일어났다. 213시간 동안 수많은 산림을 집어삼킨 화마는 축구장 약 2만 3000개(2만 923ha) 크기의 숲을 태웠으며 주택, 공용 시설 등 민간 시설 700곳에도 피해를 줘 약 30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켰다. 이번 산불은 지난 2020년 4월 발생했던 동해안 산불에 이어 피해 면적이 두 번째로 큰 산불이자, 한국 역사상 가장 오랜 시간 지속된 산불로 기록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피해액은 총 2261억 원이며 피해 복구에만 4170억 원이 들어간다. 전문가들은 산불로 훼손된 숲을 완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약 10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수백 년에 걸쳐 만들어진 숲이 단 며칠 만에 사라진 것이다.

 

불만큼 무서운 것이 물이다. 올여름, 이틀간 쏟아진 물폭탄에 중부 지방은 물바다로 변하고 말았다. 비를 머금은 거대한 정체전선은 8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한강 이남 지역 일대와 경기, 충청 등 중부 지방에 머무르며 시간당 최대 강우량 141.5mm(24시간 지속 최대 강우량 435mm)의 폭우를 퍼부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집중 호우는 115년 만의 역대 최고 강우량을 갱신했다. 이는 서울시 배수체계 설계 용량 95mm/hr 및 빈도 시간당 최대 강우량 114mm/hr를 훨씬 넘어선 양이었다. 이로 인해 서울, 경기 지역 내 저지대에 위치한 7262세대에 침수 피해가 발생했으며, 특히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일대는 물에 잠겨 마치 재난 영화를 방불케 했다.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따르면, 이 집중 호우에 급류나 범람으로 물에 휩쓸리는 등 사고로 총 14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총 3155억 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으며 농경지 410ha(축구장 약 590개 크기) 등 사유지와 하천·소하천 1153건, 도로·교량 236건, 상하수도 346건, 소규모 시설 796건 등 1만 6842개의 공공 시설이 훼손됐다.

 

재해를 부른 기후 변화, 얼마나 심각할까?

올해 대한민국을 덮쳤던 두 자연재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거대한 산불과 집중 호우의 가장 큰 원인을 기후 변화로 보고 있다.

기후 변화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지구의 평균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지구의 기후 패턴이 급격하게 변화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기후 변화가 무서운 이유는 전 세계 인류의 건강과 생태계, 식량-물 보급 등 인류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 변화 위협이 현실이 되고 있다.

유엔 산하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DRR)이 발표한 ‘2000~2019년 세계 재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에서는 약 7348건의 자연재해가 발생해 해마다 약 6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기후 변화의 추세를 피하지는 못하고 있다.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 변화 평가 보고서 2020’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 기온은 1980년대 이후로 계속 증가했으며 수온과 해수면 상승률도 전 세계의 해양 평균보다 약 2~3배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도시에서 발생하는 홍수 등 재해 규모가 대형화되고 도시는 홍수, 폭설, 폭염, 해수면 상승 등 다양한 재해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보고서는 21세기 후반이 되면 우리나라의 평년 기온이 2~4℃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RCP) 4.5에서는 2℃ 이상, RCP 8.5에서는 4℃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는데,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호우, 폭염, 열대야 등 이상 기온 현상이 급증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올해 3월 발생한 산불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심각한 가뭄을 꼽았다. 대구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산불이 발생하기 전년도인 2021년 대구·경북 지역의 겨울철(12월~2월) 강수량은 6.3㎜로 평년(67.5㎜)의 7.1% 수준으로 1973년이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족한 수분으로 매마른 산림이 산불 발생 위험성을 높이고 산불의 확산을 키웠다.

 

환경 단체 그린피스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겨울(12월~2월) 기준 한국의 가뭄 지수는 D4(예외적인 가뭄)와 D5(극심한 가뭄) 상태로 나타났다. 산불이 난 경북 일대의 토양 습도는 약 35%로 나타났는데, 습도가 30% 미만일 때 식물종이 토양 수분을 활용할 수 없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기후 변화는 국지성 집중 호우 등 수해 피해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확한 인과 관계는 규명이 필요하지만, 전문가들은 집중 호우의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지목하고 있다. 기상청은 8월 내린 집중호우의 원인을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한 공기와 북태평양 고기압이 충돌하며 생기는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분석했다. 두 공기의 충돌 강도가 매우 강해 정체전선에 동반된 ‘동서 길이는 길고 남북 폭은 좁은’ 형태로 비구름대가 형성되면서, 특정 지역에 아주 강한 비가 짧은 기간 쏟아진 것이다.

기상청 산하 국립기상과학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남한 상세 기후 변화 전망보고서’와 기상청·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기후센터(APCC)가 함께 분석한 ‘기후 변화로 인한 유역별 극한 강수량의 미래변화 분석 결과’에 따르면, 고탄소 시나리오와 저탄소 시나리오에 따른 한국의 1일 최대 강수량은 둘 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2000~2019년의 1일 최대 강수량의 전국 평균은 125.7인데, 2040년까지 고탄소·저탄소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1일 최대 강수량이 17~18%까지 증가해 147.5~147.9에 이르며, 지금부터 60~80년 뒤인 2081~2100년에는 저탄소 시나리오에서는 21% 증가해 151.6, 고탄소 시나리오에서는 39% 증가해 175.3㎜가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기후 변화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이 외에도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급증하고, 겨울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전 세계의 노력, 우리나라는?  

이런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국제 사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는 등 관련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세계법제정보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약 200개국은 파리기후변화협정(Paris Agreement)을 채택,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협정에 따르면, 각 당사국은 자체적으로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정해 5년마다 제출해야 하며, 그 이행 상황을 점검 받아야 한다. 파리 협정은 2015년 열렸던 협정으로, 전 세계 국가 정상들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단일 협정을 맺었다.

올해도 기후 변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11월 6일~18일 이집트 샤름엘 셰이크에서는 제27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198개 당사국이 참여해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제시됐던 ‘지구 온도 상승폭 1.5℃ 이내 제한’라는 목표 달성을 위한 각국의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이번 COP27 결의문 초안에는 처음으로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자금 조달에 관한 사항’이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손실과 피해는 기후 변화에 따른 경제적·비경제적 손실을 말한다. 손실은 인명·생계·문화 등의 상실을 말하고, 피해는 사회기반시설·생태계 등의 상실을 뜻한다.

손실과 피해에 대한 핵심 논점은, 기후 변화를 초래한 책임은 적지만 피해를 크게 입고 있는 개발도상국(개도국)을 대상으로 선진국이 책임을 지고 보상을 촉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과 유럽 등 일부 국가들은 공정한 에너지 전환과 손실과 피해 기금 등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실과 피해에 대한 자금 마련 문제, 지원 방식과 규모 등에 대해서는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갈리고 있어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번 COP27에서 전 정부에서 설정했던 온실가스 40%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이하 NDC)가 제조업에 기반한 한국 경제의 현실에서 높은 목표이지만, 기후 대응에 기여하고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존 목표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신재생과 원자력 등 과학과 혁신에 기반한 실현 가능한 에너지 믹스를 통해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통해 제시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전략 하에 책임 있는 이행, 질서 있는 전환, 혁신에 기반한 탄소중립 녹색 성장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후 변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포한 것에 비해, 우리나라의 기후 변화 대응에 대한 국제 사회의 평가는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다. 독일 민간 기후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연구단체 뉴클라이밋연구소가 발표한 ‘2023 기후변화 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 이하 CCPI)’에 따르면,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 성적은 조사 대상 63개국 가운데 최하위인 60위에 머물렀다. 

 

CCPI는 한국의 기후 변화 대응 성적이 낮은 이유로 저조한 재생 에너지 보급을 꼽았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전 정부가 NDC를 2018년 26.3%에서 40%로 높인 점은 좋지만,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는 여전히 낮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들어선 새 정부의 기후 위기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가 탄소 중립보다는 경제 성장과 원전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설정한 탄소 중립 목표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올해 8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0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은 지난해 전 정부에서 설정한 30.2%보다 8.7%가 떨어진 21.5%로, 원자력 발전 비중은 지난해 대비 8.9% 높아진 32.8%로 편성됐다. 이 외에도 화석 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 증대, 화석 연료를 우대하는 시장 구조 및 화석 연료에 대한 과도한 보조금 지급 등의 문제도 우리나라가 기후 변화 대응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탄소 중립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며,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화석 연료 사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후변화 정책의 방향을 바뀌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 세계가 화석 연료를 줄이고 재생 에너지 인프라를 늘려 대대적인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추세에서, 오히려 정부는 역행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추진 중인 에너지 정책을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기후 변화를 막는 일이지만, 그 외에도 재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다른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 여기에는 빗물 터널과 같이 재해 피해를 줄이는 재난 대응 시설을 구축하는 방법과 산불 드론·산불통합관제시스템과 같은 ICT를 활용한 재난 대응책이 포함된다.

지난 8월 집중 호우 당시, 정부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빗물 시설 구축 등 재난 대응 시설 구축에 총 7905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서울의 경우 상습 침수로 지목됐던 강남역, 광화문, 도림천 일대는 2027년까지, 사당, 강동구, 용산구 일대는 2032년까지 대심도 빗물터널을 건설한다.

빗물터널의 성능은 시간당 최대 110㎜까지 감당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이 외에도 피해가 컸던 반지하·쪽방 등 주거 취약 계층 관리 강화, 방재 성능 목표 상향 등 개선이 필요한 사항들도 과제로 발굴해 추진한다. 

또한 정부는 올해 피해가 컸던 산불을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산불 점검과 산불 예방 시스템 구축에 돌입했다. 행정안전부는 11월 15일 전국 지자체의 인명 구조와 산불 대응 역량 강화를 위해 다목적 소방 헬기 도입에 323억 원을 지원한다.

경북도는 2026년까지 담수량 8000L 이상의 대형 헬기를 도입하고, 강원도는 2025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000L 이상의 헬기를 다목적 헬기로 변경한다. 이는 그동안 산불 대응 시 문제로 지적됐던 장비 노후화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이다.

산림청은 변화하는 산불 발생 추이에 맞춰, 그동안의 산불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질적으로 산불에 대응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힘을 쏟는다. 먼저 각 산불 단계별 동원 자원과 현장통합지휘본부기능을 고도화하고, 초대형 산불에는 지방산림청장 등 산림청 산하 기관장을 시도지사의 보좌관으로 지정해 산불지휘본부의 기능을 세부화 한다.

아울러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에 산림 재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진화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산불재난교육훈련센터'도 설립한다. 

자연재해에 대응에 ICT와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사례도 늘어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8월 18일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등 부처와 함께 ‘디지털 기반 국민 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기반 위기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AI, 빅데이터, 드론, 디지털 트윈 등 ICT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공포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하천 범람·도시 침수에 디지털 경고-대응 체계 마련 ▲산불 발화 지능화 감시 등 자연재해 대비 강화 ▲장력·균열 등 사물인터넷(IoT) 기반 철도 등 기반 시설의 안전 방안 등이다.

산불 대응에는 먼저, 산불 데이터를 수집해 산불 초기 단계를 감지하고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실시간으로 산불을 감시하는 산불 감시 지능형CCTV 기반의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한다. 또한 순찰 드론·로봇 등을 투입해 이상 행동을 탐지하고 산불로 인한 화재를 예방한다. 홍수 피해에는 AI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

디지털 트윈 기반의 ‘홍수 피해 예측 시스템’을 구축해 3D 고정밀 가시화, 실시간 유역 점검, 시뮬레이션, 조기 경보 알림을 통해 AI가 실시간으로 방류나 대피 등 의사 결정을 지원하게 한다. 아울러 재난 안전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는 ‘재난 안전 데이터 공유 플랫폼’과 ‘AI용 학습 데이터’도 마련한다. 수많은 재난 데이터를 통해 자연 재해 피해를 예측하고, 발생 시의 대응력도 높일 계획이다.

기후 변화가 심각해 질수록 자연재해로 인한 인류의 피해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멈추지 않으면 앞으로 전 세계에 어떤 재앙이 불어 닥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따라서 이제 인류는 탄소중립, 온실가스 감축 등으로 기후 변화 대응에 사력을 다 하면서, 동시에 예측할 수 없어 일어나는 자연 재해에는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