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7개월, 효과 있었나?

효력은 아직, 판단은 시기 상조, 법 보완부터 해야

2022-08-24     곽중희 기자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 약 7개월이 흘렀다. 노동계는 법 시행 후 산업 현장의 사고가 많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전히 재해는 크게 줄지 않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처벌 대상 등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사고 줄었지만 법 효력으로 보긴 어려워

7월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재해 조사 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303건(320명)으로 전년 동기 334건(340명) 대비 31건(20명), 9.3% 감소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기업의 사망사고는 87건(96명)으로 전년 동기109건(111명) 대비 22건(15명) 20.2% 감소했다. 이는 법 시행이 사고 감소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를 단순 수치만으로 판단할 순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체 사고만 보면 수치가 줄었지만 제조업 등 일부 업계에서는 사고가 늘었으며, 또한 사고의 50% 이상이 안전 조치 미흡으로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는 산업 현장 내에서 안전 의무 사항이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고 유형에 따라 증가한 것도 있고 감소한 것도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사고가 줄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산업 재해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업종별로는 건설업은 147건(155명)으로 전년 동기 179건(179명) 대비 32건(24명) 감소했지만, 제조업은 92건(99명)으로 전년 동기 85건(89명) 대비 7건(10명) 증가했다. 이 외에 기타 업종은 64건(66명)으로 전년 동기 70건(72명) 대비 6건(6명) 감소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 끼임 유형은 전년 대비 13.7% 감소한 반면, 물체에 맞거나 깔리거나 뒤집힘으로 인한 사고는 34% 증가했다. 사고 원인에서는 안전 의무 위반이 52.2%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부적으로는 작업 절차·기준 미수립(24.4%), 추락 위험 방지 미조치(15.8%), 위험 기계·기구 안전 조치 미실시(12%) 순이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첫 1~2달 동안은 경영주들이 안전 조치에 신경을 쓰는 듯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안전 의식이 다시 느슨해진 경향은 분명 있다. 이런 점이 안전 조치에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그리고 사고 수치가 소폭 줄어들었다는 것만으로 법의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눈에 띌 정도로 많이 줄지도 않았고 법 때문에 사고가 줄었다는 걸 입증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처벌 사례 아직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아직까지 실제로 처벌이 확정된 사례는 없다. 약 100건 이상의 사건이 법의 적용을 받았지만 대부분 수사가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8월 5일 기준 수사 중인 중대재해 관련 사건은 124건(사망 사고 122건, 직업성 질병 사고 2건)이다. 이 중 노동부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17건으로 전체 사건의 약 13.7%에 머물렀다.

법률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대부분 행정법이 아닌 형사법에 해당하기에 행정부 감독 권한이 적어, 법원의 판례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과 달라 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행정 감독권을 발휘할 수 없다.

또한 사고 적용 기준이 복잡해 수사가 수개월 이상 걸리고, 기소 후에도 수년 이상의 긴 재판 과정으로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법이 적용되더라도 경영주를 실제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경영자가 안전보건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직접적인 인과 관계를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효과 보기에는 시기 상조, 법 정비부터 마쳐야

일각에서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고, 실제 처벌을 위해서는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효성 있는 법 개정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시행된 지 이제 약 7개월이 지났다. 법이 시행된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날 수는 없다. 사고가 발생해도 조사와 기소 등 행정 절차에만 1~2년 이상의 기간이 걸린다. 실제 처벌 사례가 나오기까지는 더 오래 걸린다. 영국만 봐도 관련 법을 제정하고 개정 하는데 수십 년이 걸렸다. 아직 법의 효과를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또한 법 시행뿐 아니라 경영주, 노동자들의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는 안전장치 등 새로운 방안도 필요하다. 안전을 위해 법이 가장 중요한 건 맞지만, 법만으로 안전 사고가 줄어들 수는 없다. 따라서 법 보완을 우선으로 하면서 재해를 최소화 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 등 논의가 지속적해서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