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내 데이터는 내가 직접 관리한다? 마이데이터의 시대

데이터 경제 활성화의 첫 걸음

2022-04-05     석주원 기자

내 개인정보를 내가 직접 관리한다? 한 번쯤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우리나라에서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마이데이터 관련 이야기다. 마이데이터란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개인정보를 제공한 정보주체인 개인이 갖는 걸 말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의미가 어려워 보이지만, 쉽게 설명하면 자신의 개인정보를 더 쉽게 전달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왜 이렇게 쉽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을까?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정보 활용

“A은행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해 이용자 수십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뉴스를 통해 자주 접할 수 있었던 사고 소식이다. 과거 우리나라는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실명 인증을 해야 했는데, 이때 실명 인증을 위해 제공되는 정보가 이름과 전화번호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매우 중요한 정보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그대로 보관하게 됐는데, 문제는 기업들이 고객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지 않으면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자주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개인정보, 특히 우리나라에서 공공 서비스를 이용할 때 매우 중요한 주민등록번호까지 전부 유출되어 범죄에 악용되면서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개인정보 유출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자 정부는 법을 개정해 인터넷 서비스 가입 시 주민등록번호를 비롯한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을 원천적으로 막았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통신사 인증을 통한 개인 인증 방식이 보편화되게 됐다.

그런데 개인정보와 관련한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 등으로 인한 피해가 늘면서 국내 개인정보 보호 관련 법제도는 개인정보를 더욱 강하게 보호하고 정보 수집을 최소화하는 한편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하는 데에도 여러 절차를 거치는 방향으로 개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데이터가 가진 가치가 급상승하자 이제는 개인정보를 단순히 지키기만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일부 기업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편법을 쓰거나 혹은 무단으로 개인정보를 활용하다 적발되는 사레도 급증했다.

그러자 정부는 개인정보를 가명정보화 시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추진했고 2020년 1월 이른바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신용정보법)의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개인정보를 기업들이 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데이터 산업

데이터3법 개정안의 핵심 요지는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로 나누어 비식별 정보를 산업 분야에서 보다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꼽히는 데이터 자원 중 하나인 개인정보를 산업 분야에서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주 목적이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 규모는 2019년 16조 8582억 원이었으며, 2020년에는 19조 2736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 규모에 비하면 작은 수준이지만 성장세만큼은 빨라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8.8%에 이른다. 2020년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성장률이 14.3%로 성장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2019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데이터 산업 규모는 미국, 영국, 중국, 스위스에 이어 5위권으로 평가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이 매년 발표하는 디지털 경쟁력 순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 수준이 2019년 조사 대상 국가 63개국 중 40위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15위까지 뛰어올랐지만 여전히 데이터 산업 규모와 전체 경제 규모를 비교하면 만족스럽지 않은 순위라고 할 수 있다.

데이터는 미래 산업의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자원은 단순히 양이 많다고 해서 그 자체로 경쟁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자원을 어떻게 채굴하고 가공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는 천차만별로 바뀌게 된다. 데이터도 만찬가지다. 우리나라는 IT 강국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공공 인프라는 물론이고 기업들의 서비스들도 대부분 디지털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하루에도 방대한 데이터가 생성되고 축적되고 있다. 이제는 이 데이터 자원을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하느냐가 정부와 기업들의 과제가 됐으며,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한 개인정보 활용 방안 확대와 이를 통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도입은 그 해답 중 하나인 셈이다.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시작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금융권에서부터다. 금융권에서는 특히나 개인 고객들의 민감한 정보를 처리하고 관리하는 경우가 많은데, 각각의 금융 기관마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관리하다 보니 정작 개인정보의 주인인 개인 고객이 자신의 개인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활용되는지 제대로 알기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또한 개인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 때마다 새롭게 개인정보 수집 활용에 동의를 해야 하다 보니 새로운 서비스 가입을 꺼리는 이용자도 많았으며, 이로 인해 신규 사업자들은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개인 고객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하나의 정보 관리 서비스로 통합 관리하고 필요할 때마다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개념을 제안했다. 그리고 2020년에 시행된 데이터3법에 금융권에서 제안한 마이데이터 관련 내용도 포함되면서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관련 서비스가 시작됐다.

그렇다면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도입으로 기업들은 어떤 이득을 보고 있을까?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의 이동 및 활용에 대한 활용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에 대형 금융 기업들이 독점했던 금융 서비스에 새로운 핀테크 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사용하던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려는 성향이 강한데, 이는 새로운 서비스로 전환할 때 발생하는 여러 절차들의 복잡성과 귀찮음이 진입 장벽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면 내 개인정보 제공에 대한 복잡하고 귀찮은 과정이 상당 부분 해소되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가입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내 개인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활용되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마이데이터라는 개념의 정의는 이쪽이다. 내 데이터를 내가 관리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이 마이데이터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을 이야기하자면 마이데이터는 기업들이 개인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법적인 허가 장치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신규 서비스를 가입할 때 약관조차 제대로 읽지 않는 대부분의 개인들이 개인정보 통합 관리에 얼마나 관심을 쏟을지는 미지수다. 결국 마이데이터는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개인정보 활용 제도라고 할 수 있겠다.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할까?

이쯤에서 드는 의문이 하나 있다. 이렇게 법제도를 개정하면서까지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과연 우리의 개인정보를 기업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기업들의 개인정보 활용 방식을 가장 쉽게 체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한 번쯤 받아 봤을 스팸 전화다. 어딘가에서 자신도 모르게 동의한 제3자 정보 제공이나 혹은 무단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통해 걸려오는 달갑지 않은 전화들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맞춤형 상품 정보를 보여주는 것도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분석해 이용한 서비스의 일종이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들도 기본적으로는 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서비스의 중심이 개인 사용자에게 집중되어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예를 들어 여러 은행의 계좌 정보를 하나로 모아 결제와 송금 등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의 경우 여러 은행들이 보유한 내 개인정보를 해당 애플리케이션으로 보내도록 요청함으로써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자산 관리, 대출 관리, 의료 데이터 관리 등 많은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마이데이터 관련 산업의 경쟁이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통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마이데이터 산업은 금융 사업자 등 대형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으며, 이들은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많은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등장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개인정보 관리의 피로도를 가중시킬 수도 있다. 더욱이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정보를 정보 주체인 개인이 직접 통제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그런데 결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환경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개인에게 주어진 선택권은 별로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사람들이 마이데이터가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향후 데이터 경제와 마이데이터 산업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고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데이터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저변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