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윤 정부 보호할 K-경호, 첨단화 수준은?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윤의 첨단 경호, 어떻게 바뀔까?

2022-03-30     곽중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기에 앞서 머무를 임시 집무실로 통의동을 선택함에 따라 경호 체계에도 어느 정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지난 3월 20일 집무실 이전과 관련해 청와대에 머무를 시 수반되는 경호 조치로 생길 인근 시민의 불편을 고려해 집무실 이전을 결정했다며, 첨단화된 경호 기술을 통해 국민이 불편하지 않게 경호 체계를 바꿔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경호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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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집무실이 바뀌면 ▲방탄유리 부재 ▲도청 방지 시스템 미비 ▲지하 벙커 부재 ▲저격 방지 난항 등 경호 시스템의 결함으로 당선인이 쉽게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취임 전부터 경호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새로운 대통령 경호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경호는 국가 최고의 안보 중 하나로 나라의 품격을 나타내는 중대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당선인 경호로 살펴본 K-경호 

윤 당선인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당선일부터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갑호 등급의 경호를 받고 있다. 이는 대통령 후보 때의 을호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당선인뿐 아니라 부인·부모·자녀 등 직계 가족에게도 모두 적용된다. 

대통령경호처는 당선인과 맞닿는 모든 것을 감식·점검한다. 당선인이 머무는 자택과 사무실 근처에는 24시간 전담 경호원이 상주하며, 당선인이 먹고 마시는 음식물도 모두 사전 검수가 이뤄진다. 또한 내부에는 금속 탐지기가 설치돼 모든 출입자에 대한 검색이 실시된다. 이동 시에는 단거리에는 근접 경호원이, 원거리에는 저격 요원이 배치된다. 차량 탑승 시에는 특수 제작된 방탄 승용차를 이용하고 동선에는 사전에 폭발물 감식이 이뤄지며, 경호차와 함께 경찰 특공대가 각각 100m, 50m 거리에 붙어 당선인을 호위한다. 필요하면 교통 신호도 통제가 가능하며, 경찰과 군 동원을 통한 추가 경호도 받을 수 있다. 

이 외에도 업무상 해외 출국이 필요할 경우, 공군 1호기인 대통령 전용기 사용이 가능하며, 동시에 국내외에서의 ▲통신 지원 ▲보안 관리 ▲의료 지원도 함께 제공된다. 차기 대통령으로서 업무에 필요한 모든 경호를 지원받는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한국의 대통령 경호는 수준급 이상으로, 국외에서도 크게 인정받을 만큼 선진화돼 있다. 전 세계의 경호를 다 경험한 것으로 유명한 교황청은 2014년 방한 후 ‘교황 경호는 한국처럼 해달라’며 한국의 경호를 칭찬한 바 있다. 또한 비밀 경호단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통령 경호를 직접 경험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임기 중 4번의 방한 후 “한국 방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준 대통령경호처의 활약에 감명을 받았다”라며 감사 문서를 보내기도 했다. 아울러 2014년에는 모하메드 아랍에미리트(UAE) 왕세제가 대통령경호처 교관을 보내 달라고 요청해 실제 대통령경호관 3명이 현지로 파견됐다. 이 인사들은 모두 한국의 경호가 위압적이지 않으면서도 안전해서 훌륭한 인상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대통령경호처에 따르면, 대통령경호처는 6공화국(노태우 정부~현재) 이후 총 1만 1264건의 경호 작전 중 단 한 번의 실패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런 성적으로 ISO9001 경호업무(국가 정상회의 경호 안정 모델) 국제표준화 인증까지 받아 세계 경호의 표준에 등극하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경호처는 경호 교육에 있어서도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 대통령경호처의 경호 교육 기관인 경호안전교육원이 운영하는 국제 경호 안전 과정은 해외 10개 국가에 수출돼 운영되고 있으며, 2016년과 2017년에는 몽골 ASEM 정상회담과 베트남 APEC 정상회담에 각각 경호 운영 체계를 전수·교육했다.   

 

국민과 소통할 윤의 첨단 경호, 어떻게 바뀔까?       

윤석열 당선인이 이끌 새 정부의 경호는 어떤 모습일까?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당시 ▲친근한 경호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슬로건으로, 국민과 대통령을 이어주는 안전한 징검다리의 경호를 강조했다. 딱딱하고 무거운 경호보다는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함을 내세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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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정부도 ‘국민과의 소통’을 언급한 것으로 보아 문 정부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구체적인 경호 체계를 어떻게 확립해 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국민이 불편하지 않은 첨단 경호’를 언급했고 공약으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내세운 만큼, 경호에 있어서 첨단 ICT를 활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인다. 

지난 3월 23일 윤 당선인 측은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하면, 기존처럼 인원을 동원해 통제·감시하는 ‘차단 분리형’ 경호 체계가 아니라, AI가 탑재된 CCTV를 활용한 ‘AI 개방형’ 경호 체계로 바꿔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기존의 인원 중심의 경호로는 당선인이 원하는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며 99.9%의 일반 국민이 대통령과 소통하고 0.01%의 위험 요소를 잘 가려내기만 하면 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 첨단 과학 장비 등을 통해 위협 요소를 식별하는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윤 정부의 경호 체계에 첨단 ICT 활용이 본격화된다면, 새로운 경호 장비의 도입도 기대해볼 수 있다. 대통령 옆에 경호원이 아닌 로봇이 서 있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한국에는 ‘파로(PARO·PSS AI Robot)’와 ‘HR-세르파’ 같은 첨단 경호 로봇들이 개발돼 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투입돼 경호와 의전 임무를 수행했다. 파로는 AI를 탑재한 인간 형상의 지능형 로봇으로 침입자 검수 및 보고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HR-세르파는 5G 자율주행차로 침입자 추격, 체포, 실시간 테러 상황 모니터링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만약 이들이 실제로 대통령 경호에 투입된다면, 경호원과 경호 차량을 돕는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ICT를 활용한 경호용 드론도 있다. 경호용 드론은 고공 비행이 가능해 고층 건물에 침입한 저격 용의자, 침입자, 테러리스트 등을 수색한다. 또한 대통령의 해상, 공중 이동 시에도 주위를 사수하며 위협을 포착할 수 있다. 

경호용

로봇과 드론이 외부 침입자에 대응하는 첨단 경호 시스템이라면, 경호 사각지대인 내부의 적을 잡아내는 시스템도 있다. AI를 활용한 안면 인식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출입이 허가된 사람에게만 입장을 허용해 사전에 외부인의 침입을 차단한다. 만약 대통령의 집무실 입구에 배치된다면 침입자 및 인원 감식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ICT 기반의 첨단 경호 시스템을 구축할 시 드는 비용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3월 20일 제20대대통령인수위원회는 집무실 이전 시 대통령경호처 이사에만 드는 비용이 약 100억 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만약 이사 외에도 첨단 시스템까지 구축한다면 그 비용은 훨씬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ICT를 활용한 경호 시스템을 구축한다고 해서 국민과의 소통이 잘 이뤄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 정부의 경호 체계에서도 충분히 국민과 소통해왔는데 굳이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첨단 ICT 경비 장비를 도입한다고 해도, 결국 대통령의 신변 안전을 위해서는 근접에 핵심 경호 인력이 배치돼야 한다. 첨단 경호를 통해 국민과의 소통을 높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대통령경호처 측은 차기 대통령 경호에 대해서는 아직 보안 사항이라며 밝히지 않았지만, 윤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집무실 이전 등 여러 논의 결과에 따라 대통령 경호의 패러다임도 새롭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