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산업재해의 최전선 건설 현장

근본적인 산업 구조의 개선 필요

2022-03-08     석주원 기자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우리나라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는 163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명 늘었다. 산업재해 사망자는 산업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는 사고 사망자와 업무 중 질병을 얻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질병 사망자로 나뉘는데, 사고 사망자의 수는 과거와 비교해 줄고 있는 추세지만, 질병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건설업 분야만 이러한 흐름을 역행해 사고 사망자 수의 절반 이상이 건설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문제점은 무엇이며 왜 고쳐지지 않을까?

 

우리나라 산업재해 현황

우리나라는 지난해 공식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노동 환경 개선 문제에 대해서는 수십 년째 지적 받아 왔으며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어 온 건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많다는 점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인구 1만 명 당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도 갖고 있다. 다만, 이 통계의 경우 각국의 산업재해와 관련한 데이터 집계 방식이 달라서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을 수용한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많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2003년 2923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매년 조금씩 줄어들어 2011년에는 2000명 이하로 감소해 2016년 1777명으로 가장 적은 사망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8년에는 2000명을 넘었고, 2020년까지 2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감안해야 할 부분은 2000년대 초반과 똑같이 연간 2000명대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해도 근로자 수 대비로 따지면 비율적으로는 많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노동자 1만 명당 사망자 발생율을 나타내는 사망만인율을 살펴보면 노동자 수가 약 948만 명이었던 2000년에는 1.49%였고, 노동자 수가 1897만 명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한 2020년에는 0.46%로 1/3 수준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지표 속에서도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 자체는 더 이상 감소하지 않고 정체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산업재해 발생 시 관리 책임자에게 더 큰 책임을 묻기 위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해 올해 1월 27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틀 만인 1월 29일에 경기도 양주시의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사건으로 기록됐다.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서는 노동계와 재계 양측 모두 각각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한 개정안도 이미 논의되고 있다.

 

 

유독 사고 사망자 비율이 높은 건설업

앞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현재 2000명대로 정체되어 있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과거와 비교해 사고 사망자 수가 줄고 질병 사망자 수가 늘고 있다. 21세기 들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했던 2003년에는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923명 중 약 52%인 1533명이 사고로 사망했지만, 2020년의 경우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2062명 중 882명이 사고로 사망해 사고 사망자의 비율이 약 43%까지 낮아졌다.

그런데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건설업이다. 건설업의 경우 2003년 산업재해 사망자 762명 중 사고 사망자가 638명으로 약 88%의 비중을 차지했고, 2020년에도 567명의 사망자 중 458명이 사고로 사망하면서 여전히 약 81%의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사고 사망자 비중이 두 번째로 많은 제조업의 경우 2003년 전체 사망자 739명 중 사고 사망자는 413명으로 약 56%의 비율이었고, 2020년에는 사고 사망자 비율이 43%까지 하락해 469명의 사망자 중 사고 사망자는 201명이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산업재해 사망자 중 사고 사망자의 비율이 줄고 있는 추세지만 건설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사고 사망자 비율을 유지하며 산업재해의 최전선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지난해에도 그대로 반복됐다. 지난해 1월부터 9월말까지 산업재해로 사망한 노동자 중 사고 사망자는 678명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인 340명이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 뒤를 이어 제조업에서 발생한 사고 사망자가 150명, 운수창고·통신업에서 발생한 사망자가 59명 순으로 많았다.

같은 기간 산업재해로 인한 질병 사망자는 957명이었으며, 산업 분야 별로는 제조업이 251명, 광업이 249명으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건설업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109명의 질병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해 산업별 산업재해 사망자 중 사고 사망자의 비율이 가장 높은 분야도 단연 건설업으로 약 76%의 사망자가 작업 현장에서의 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비율은 2020년과 비교해 5%가 하락한 수치지만 사고 사망자의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제조업(약 37%)보다도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사망만인율을 비교하면 건설업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의 심각성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된다. 2020년 기준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의 사망만인율은 0.46%다. 산업별로는 전기가스·상수도업이 0.25%로 가장 낮고, 제조업이 0.5%, 운수창고·통신업이 0.72%로 낮게 나타난 반면, 건설업은 2%로 전체 평균의 4배나 높았다.

사고로 인한 사망만인율이 건설업보다 높은 산업은 광업뿐으로 7.5%에 이르지만, 광업의 경우 전체 근로자 수가 1만 664명에 불과해 표본 자체가 적어 상대적으로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228만 명 이상의 노동자가 일하고 있는 건설업과의 단순 비교는 어렵다.

 

 

건설업의 산업재해, 무엇이 문제일까?

그렇다면 과연 건설업이 다른 산업들보다 사고 사망률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8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3년간 국내 건설업 산업재해 사망 사고 조사 내용에 따르면 건설업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원인 1위가 ‘안전 시설물 불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 시설물 불량이 31.4%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작업 계획 불량’이 20.2%, ‘보호구 미착용’이 15.1%, ‘관리체제 미흡’이 14.9%, ‘작업 방법 불량’이 12.8%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의 건설 현장보다는 소규모의 건설 현장에서 재해 사고 발생 빈도가 높으며, 그 이유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의 산업재해 통계를 보면 사고 사망자의 81% 이상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30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발생한 사망자의 비율은 전체 사고 사망자의 5%였으며, 10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에는 2%로 확연히 낮아졌다. 사업장 규모가 클수록 안전을 위한 여러 장치들이 잘 갖춰져 있음을 시사한다.

또 하나 문제로 지적받는 것은, 건설업 종사자 중 비정규직, 일용 노동자의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산업 안전을 위한 여러 법과 제도가 있지만 관련 법 적용이 주로 정규직 근로자와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 위주로 되어 있어 비정규직 노동자나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는 법제도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비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된 소규모 건설업 사업장은 매년 약 70여만 개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처럼 단기적으로 작업을 하는 사업장이 제대로 된,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안전 인프라를 구축해 적용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사실 이러한 건설업의 노동 문제는 산업재해 방지 차원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가 있어 왔다. 건설업계에서는 건축물관리법, 건설산업기본법, 건설안전특별법을 묶어 건설안전3법이라고 부르는데,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제·개정 논의가 진행되다가 시간이 지나면 유야무야 묻히기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건물 철거 현장에서의 붕괴 사고와 올해 초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의 붕괴 사고 등 대형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정부와 여당은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건설안전특별법은 건설 공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업 주체들에게 안전 책무를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발주부터, 설계, 시공은 물론 현장 안전 감독 책임자까지 모두에게 현장의 안전 조치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만약 사람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이 부과된다.

이 법안이 지난해 추진되다 논의가 중단된 가장 큰 이유는 올해 1월말부터 시해된 중대재해처벌법과 겹치는 부분이 이중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새롭게 제출된 개정안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등의 수정이 가해졌다. 건설안전3법 중 하나인 건축물관리법도 올해 1월 안전 조항을 강화한 개정안이 국회 국토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제도의 정비만으로 건설업의 높은 사고 사망률을 줄일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 혹은 일용직으로 이루어져 있는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타파하고 위험의 외주화를 방지하지 않는 이상 건설 현장의 위협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