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온]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낯선 인터페이스와 익숙한 경험, 그리고 새로운 가치

2022-02-07     석주원 기자

지금 메타버스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메타버스의 미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현재 메타버스가 IT 산업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메타버스가 대체 무엇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메타버스라는 말 자체는 자주 접할 만큼 분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메타버스를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막상 이 메타버스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으면 명확하게 대답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는 메타버스의 잠재력을 개념적으로만 막연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이미 메타버스 서비스를 대부분 한 번씩은 사용한 경험이 있다. 메타버스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 아니라 과거부터 있어 왔던 서비스의 새로운 이름이기 때문이다.

 

왜 모두가 메타버스를 말할까?

왜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외치고 있는지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메타버스의 의미부터 짚고 넘어가자. 메타버스의 어원이야 이미 많은 매체나 전문가들이 다루었기 때문에 굳이 같은 내용을 되풀이하지는 않겠다. 어원이야 어찌됐든, 현재 메타버스를 대표하는 기술은 가상현실이다. 디지털로 구현된 가상의 세계에서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함께 유흥을 즐기며 거래를 하는 등의 모든 활동들이 메타버스에 속한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용어를 제외하고 보면 관련 기술과 서비스가 어느 날 갑자기 깜짝 등장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지난해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로블록스(Roblox)’만 하더라도 이 게임이 처음 출시된 것은 무려 16년 전인 2006년이었다.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인 ‘마인크래프트(Minecraft)’ 역시 2009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이전인 2003년에도 ‘세컨드 라이프’가 가상현실을 구현한 미래의 게임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굳이 가상의 라이프를 구현한 이러한 게임들이 아니더라도, 온라인 MMORPG 같은 장르도 메타버스의 다양한 형태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현재 메타버스 서비스로 주목받는 플랫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 주변에 있어 왔다.

이러한 서비스들을 분석해 보면 현 시대가 요구하는 메타버스의 개요를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사용자를 대표할 수 있는 아바타 캐릭터가 필요하다. 메타버스 세계는 현실을 투영하는 또 다른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의 나와 1:1로 매칭되는 가상세계의 ‘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또한 이 가상세계 속의 나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친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게임을 즐기며 쇼핑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부 사용자들은 메타버스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하는데, 사실상 이러한 수익 활동을 비롯한 메타버스 내 경제 시스템이야 말로 현재 메타버스가 주목받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새로운 기술이 아님에도 이제 와서 갑자기 관심을 받는 이유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의 확산과 ▲VR 기기 등 가상현실 구현을 위한 기술력의 발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거의 모든 IT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주목하는 이유는 메타버스를 통해 기존의 현물 시장과는 다른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이미 많은 게임들을 통해 증명된 사실이지만, 사람들은 가상세계에서도 자신을 뽐내거나 원하는 아이템을 소유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연다. 비록 가상세계의 모든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데이터 쪼가리라고 해도 사람들의 소유욕은 현실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이제는 메타버스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는 게임 포트나이트가 게임 내 아이템 판매만으로 연간 수조 원대의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점은 가상세계의 시장 규모가 현물 시장 못지않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로블록스 역시 지난해 3분기에만 5억 930만 달러(약 61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약 두 배 상승한 수치다.

이제는 이름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 이름 변경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처럼 다음 세대들은 메타버스에 일상적으로 접속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에는 포털사이트가 인터넷의 중심이었다면, 요즘은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는 것처럼, 미래에는 메타버스가 새로운 온라인 서비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메타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 등 주요 IT 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를 선언하는 데에는 그 나름대로의 시장 분석과 계획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메타버스에

 

그래서 메타버스에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데?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앞서, 메타버스의 의미에 대해 짚어 봤다.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이렇게 기업들이 너도나도 뛰어드는 메타버스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실 우리가 메타버스를 통해 할 수 있는, 혹은 하게 될 행동들은 지금 인터넷을 통해 하는 행동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메신저로 친구와 소통하고 온라인으로 게임에 접속해 즐기며, 인터넷쇼핑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들도 그대로 반복될 것이다.

가장 많은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그나마 인터페이스 정도가 아닐까 싶지만, 이 역시 지금 수준에서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창작물에서나 등장하는, 사람의 의식 자체를 완전히 가상공간으로 이식하는 수준의 가상 머신이 개발되지 않는 이상 지금 사용하는 VR 기기에서 크게 발전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런데 이 인터페이스의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생각보다 많은 것들이 바뀐다. 단순히 메신저 창을 띄어 놓고 글자와 이모티콘으로 대화하는 것과 가상세계의 한 공간에서 서로의 캐릭터가 만나 함께 행동하며 음성으로 채팅을 나누는 것은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더욱이 VR 기기를 이용해 1인칭 시점으로 친구의 캐릭터를 바라보는 것은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몰입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할 때는 다른 일을 하면서 병행하기 쉬운 만큼 대화 집중도가 떨어질 수 있다. 게임에 접속해 플레이할 때는 화면에 대한 몰입도가 더욱 높아지지만, 화면 밖 세상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수집되므로 온전히 게임에만 몰입하기 어렵다. 여기서 더 나아가 VR 기기를 착용한다면 사용자의 시야는 온전히 가상세계에만 머물며 몰입도가 크게 높아지게 된다.

몰입도의 차이는 소비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의 수단이 글자와 그림이었다면, 요즘은 동영상으로 추세가 바뀌었다.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기 전에 실제 제품을 사용하는 영상을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발전된 메타버스 세상에서는 어떨까? 가상으로 구현된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거나 착용해 본 후에 그 경험을 바탕으로 실물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메타버스 세상이 체험형 쇼핑 공간이 되는 셈인데, 현실처럼 별도의 매장을 설립하고 유통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더욱 쉽고 빠르게 소비자들과 접촉하고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또한 메타버스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 로블록스는 사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직접 개발한 서브 게임 등을 판매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올리는 개발자들도 있다. 향후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이 등장하게 되면 개발자뿐 아니라 직접 디자인한 의상이나 가구 등을 판매하는 콘텐츠도 인기를 끌 수 있으며, 이를 통해 가상세계를 전문으로 하는 다양한 직업군이 파생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인기 있는 영상 정보를 제공해 21세기의 새로운 스타로 떠오르는 크리에이터들처럼 메타버스 속 스타들도 출현할 가능성이 높다.

로블록스

결국 사용자 입장에서 메타버스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지금 이용하고 있는 서비스의 또 다른 형태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발전형 인터페이스는 더 많은 정보와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제공해 줄 수 있다는 것이 차이점이다.

문제는 이러한 발전형 서비스가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고 편리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많은 패스트푸드 음식점들이 카운터 주문에서 키오스크를 통한 무인 주문 시스템을 도입한 것과 맥락적으로 다르지 않다. 새로운 인터페이스에 적응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과의 새로운 세대 격차가 발생할 여지도 충분하다.

 

기업들이 꿈꾸는 메타버스 세상

메타버스를 논할 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의 메타버스 열풍이 사용자가 아닌 공급자, 즉 기업들에 의해 과하게 포장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메타버스를 인터넷의 다음 단계라고 말했는데, 현재의 메타버스 열풍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 세계를 휩쓴 닷컴 버블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당시 전 세계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세상에 열광하며 수많은 기업들이 인터넷 사업을 하겠다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대부분은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지금의 메타버스 열풍도 비슷한 불안 요소를 안고 있다.

실제로 현재 메타버스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는 기업들 중 상당수가 완성된 플랫폼이나 서비스 인프라 없이 사업 모델만을 발표하고 있다. 심지어 사업 모델들도 게임 속 부동산을 판매한다거나 NFT와 연동한 디지털 콘텐츠를 판매하겠다는 뜬구름 잡는 수준에 불과한 경우도 많다. 실제 실현 가능한 계획이라기보다 메타버스와 NFT 등 최신 기술을 갖다 붙여 투자를 받거나 주가를 올리는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어쨌든 메타버스가 현 시점에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애초에 가상현실은 이전부터 있던 기술과 서비스였고, 지속적으로 발전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래의 핵심 인프라가 되는 것이 수순이기는 하다. 여기에 메타버스라는 이름만 더해졌을 뿐이다. 그리고 그 뒤에는 수수료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플랫폼 공급 기업들이 있다. 작은 기업들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편승해 수익을 얻으려 한다면, 거대 플랫폼 기업들은 그 시장을 주도해 나가며 소비자를 길들이려 한다.

반면, 사용자가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이유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는, 혹은 현실보다 증폭된 새로운 가치를 찾거나 누리기 위해서다. 그 가치가 색다른 자극에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수익 창출에 있을 수도 있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용자가 추구하는 가치의 교집합 크기가 향후 메타버스 시장의 성패를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