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 역행하는 비트코인, 채굴을 둘러싼 논란 가속

뛰어오르는 가치만큼 탄소 배출량 늘리는 비트코인

2021-03-30     석주원 기자

2017년 전 세계를 강타했던 비트코인 열풍이 최근 몇 배는 더 강력하게 재현되면서 비트코인뿐 아니라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상승장을 주도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3월 14일 6만 달러로 정점을 찍었고, 이후에도 5만 달러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며 좀처럼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채굴을 금지한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비트코인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실 중국은 일찍부터 암호화폐 발행과 거래를 금지한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암호화폐 채굴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았다. 암호화폐 채굴은 쉽게 말하면 암호화폐를 생산하는 작업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암호화폐의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 저장하고 암호화하는 복잡한 수학적 연산 과정이 필요하다. 즉, 채굴이란 암호화폐의 신뢰성을 구축하는 작업이고 이에 대한 보상으로 해당 암호화폐가 채굴자에게 지급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암호화폐 채굴장은 이러한 채굴 작업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공장으로, 수학적 연산에 특화된 컴퓨터 시스템을 대량으로 연결해 24시간 끊임없이 구동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암호화폐 채굴장은 막대한 전기를 끌어다 쓰게 되며, 상대적으로 전기 요금이 저렴한 중국에 많은 채굴장이 밀집해 있었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의 70%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3월 초, 중국 네이멍구자치구(내몽골자치구)가 4월 말까지 관 내 암호화폐 채굴장을 전면 폐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네이멍구자치구의 이 같은 정책은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에너지 절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호주와의 석탄 무역 분쟁으로 인한 전력 생산 비용 급등을 진짜 이유로 보는 시각이 많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석탄 수입국으로, 중국 내 전력 생산의 60%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호주로부터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으며, 지난해 호주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는 데에만 78억 9천만 달러(약 8조 9450억 원)를 지출했다. 그러나 호주가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산 통신 장비를 자국에서 퇴출시킨데 이어, 코로나19 발원지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양국 사이의 관계가 갈수록 악화됐다.

결국 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에서 들여오는 석탄 수입을 사실상 중단시키는 압박에 들어갔다. 호주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 수입을 중단함으로써 호주 경제에 타격을 준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이 조치는 오히려 자국 내 전력 생산에 타격을 주면서 최악의 선택이 되고 말았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면서 대체재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콜롬비아산 석탄 등을 수입했지만, 석탄의 품질이 호주산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운송비도 더 많이 들어 손해를 보고 있다. 또한, 중국 업체가 수입을 추진한 북미산 석탄은 t당 가격이 호주산보다 100달러 미싼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호주산 석탄이 제3국을 거쳐 다시 중국으로 수입되는 정황도 포착됐다. 결과적으로 호주산 석탄을 더 비싸게 수입하고 있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처럼 수입 물량도 불안정하고 가격도 오르다 보니 중국 내 전력 생산 비용도 상승해 버리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중국 정부로서는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암호화폐 채굴장을 계속 방치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고, 채굴장 폐쇄라는 강수를 통해 이를 극복하려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선이다.

이번 중국 사태가 아니더라도 암호화폐 채굴장이 탄소 배출을 가속화시킨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재 전 세계 국가들은 지구 온난화를 늦추기 위한 탄소 중립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수년 사이 이상 기후로 인한 자연 재해 발생이 잦아지면서 탄소 중립 운동에 동참하는 국가와 기업이 늘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이터센터들도 저전력 저발열 기술을 기반으로 시설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장은 이러한 전 세계적인 기류에 역행하고 있다. 더욱이 그렇게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면서 생산하는 게 사이버상의 가상자산이기 때문에 실물 경제와 우리 생활 전반에 어떠한 이득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이러한 지적은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 처음 시작됐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다만, 당시에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대 섞인 전망과 암호화폐의 미래 가치 등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향후 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수준의 논의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 이후 최근 3년 사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추측되는 가상 이변이 자주 관측되며 지구 온난화는 갈수록 중요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한국판 뉴딜 정책에 그린 뉴딜을 포함시켜 주요 국가 정책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암호화폐 채굴을 지금처럼 손놓고 보고 있어야 하는 가에 대한 찬반 의견도 갈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읺으면서 인정하는 듯한 애매한 모습을 보여왔지만, 올해부터는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가상자산 거래소에 세금을 부과하는 등 점점 암호화폐와 관련된 법제화가 추진되고 있다. 아직까지는 암호화폐의 가치에 관련된 부분만 부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암호화폐 생산 과정에 대한 제도적 정비 또한 시급하다 할 수 있겠다.

실제

한편, 중국에서 암호화폐 채굴장 폐쇄가 가속화되면 당분간 전 세계의 암호화폐 공급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의 경우 이미 전체 채굴량의 90%가 채굴됐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다른 암호화폐들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이번 사태가 채굴량 감소가 암호화폐 거래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살펴보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