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한 에스원, 무서운 추격자 ADT캡스, 반전 카드 필요한 KT텔레캅

국내 통합 보안 기업 3사의 2020년 실적 비교

2021-02-10     석주원 기자

2021년 새해도 벌써 2월에 접어들면서 주요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이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는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여파로 거의 모든 산업 분야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으면서 희비가 엇갈렸다.

세계 주요국들의 경제 성장 지표가 말해 주듯 전반적으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업종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진단키트를 개발한 회사와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 방역 물품 제조사 등은 코로나19 특수로 역대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분야별로 편차가 크게 발생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보안 산업은 전반적으로 수혜를 본 분야에 속한다.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새로운 출입통제 시스템의 도입이 늘었고, 재택 및 원격근무의 확대와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는 디지털 보안 솔루션 수요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물론, CCTV 등 일부 제조업의 경우 경기 불확실성과 물류 비용의 상승으로 상반기에 큰 타격을 입기도 했지만, 하반기 들어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실적 반전을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보안 기업의 실적이 양호한 것은 아니다. 국내 보안 산업을 대표하는 통합 보안 기업 에스원, ADT캡스, KT텔레캅의 2020년 실적을 비교해보면,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에스원과 ADT캡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꾸준히 매출을 늘려간 반면, KT텔레캅은 지난해 상반기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며 위기설에 휩싸였다.

 

굳건한 업계 1위, 통합 보안 플랫폼 강화하는 에스원

국내 전체 보안 산업 1위 기업인 에스원은 지난해 2조 2233억 원의 매출과 2045억 원의 영업 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3%, 영업이익은 4% 증가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보안 시스템 부문에서 절반에 가까운 1조 80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전년 대비 성장률은 1%에 머물렀다. 보안 시스템 서비스 매출은 전년 대비 2%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설치 매출은 감소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창업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년 대비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부문은 통합 보안과 건물 관리 서비스다. 통합 보안 매출은 2019년 3695억 원에서 2020년 4232억 원으로 15%나 늘어 에스원의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건물 관리 서비스도 2019년 5609억 원에서 2020년 5967억 원으로 6% 성장했다.

에스원

에스원은 올해에도 지난해 급성장한 통합 보안 부문을 강화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생체인증, 빅데이터, ICT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최첨단 기술들을 기반으로 한 통합 보안 플랫폼을 구축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연구 개발 조직과 사업 조직 통합 등 내부 조직 정비도 완료했다.

이러한 연구 개발의 첫 성과는 ‘스마트 건물 관리 솔루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건물 관리 솔루션은 에스원의 모니터링 경험, 출동 인프라, 건물 관리를 결합한 형태로, 상주 인력 대신 IoT 센서 등의 첨단 기술로 건물을 점검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업계 1위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방대한 고객 인프라에 첨단 기술을 적용해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것이 에스원의 기본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에스원이 올해에도 무난한 성장세를 이어가 지난해 대비 매출 4%, 영업이익 5% 상승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무서운 추격자, 합병 법인으로 업계 1위 노리는 ADT캡스

국내 보안 산업 2위 ADT캡스도 좋은 성적을 이어 갔다. ADT캡스는 지난해 매출 1조 23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약 1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4분기에 출동보안 가입자 증가와 신사업에서의 성과가 나타나며 역대 최대의 분기 매출을 기록했다는 것이 SK의 설명이다.

영업 이익은 2019년 1303억 원에서 1145억 원으로 감소했는데, 이에 대해 ADT캡스측은 신규 사업 성장에 따른 초기 비용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ADT캡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 대응하는 보안 상품 개발과 모기업인 SK텔레콤과 연계를 통해 서비스 영역을 착실하게 확장해 왔다. 4분기 신사업에서 성과가 나타났다고 밝힌 만큼 올해에는 더 큰 매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올해 1분기 ADT캡스와 정보보안 계열사인 SK인포섹의 합병이 예정되어 있어, 올해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상황이다.

SK인포섹은 지난해 매출 3147억 원, 영업이익 140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 약 16%, 영업이익 약 14%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ADT캡스와 SK인포섹의 실적을 결합하면 지난해 연간 매출은 1조 3386억 원, 영업이익은 1409억 원에 이른다.

ADT캡스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전통적인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경계 역시 희미해지고, 이들이 융합한 통합보안이 새로운 보안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물리보안에 특화된 ADT캡스와 정보보안에 특화된 SK인포섹의 결합이 어떠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양사는 합병 이전부터 각각의 전문 분야를 결합한 융합보안 서비스 상품을 선보인 바 있어,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ADT캡스와 SK인포섹은 새로운 합병 법인으로 3년 내 국내 보안 기업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는데, 그 시발점이 될 올해의 실적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신임 대표이사 선임으로 반전 노리는 KT텔레캅

에스원, ADT캡스와 함께 국내 대표 통합 보안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인 KT텔레캅은 앞선 두 경쟁 기업과 비교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다. KT텔레캅의 지난해 연간 실적은 3월 말에 공개될 예정이지만, 지난해 상반기 실적만 놓고 보면 역성장이 유력해 보인다.

KT텔레캅은 2013년 매출 역성장을 겪은 이후, 세부 지표는 안 좋더라도 매출만큼은 꾸준히 늘려왔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KT텔레캅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1583억 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31.3% 감소한 15억 원에 불과했다. 하반기에 극적인 반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8년 만에 매출 역성장을 기록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영업이익은 더욱 심각하다. 에스원과 ADT캡스가 10% 전후의 영엽이익률을 기록 중인 것과 비교해 KT텔레캅은 수년 째 1~2%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저조한 실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KT텔레캅의 매각설이나 사업 철수설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KT텔레캅은 지난 2월 8일 장지호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는데, 이는 지난해 3월 박대수 대표이사를 선임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의 교체다. 실적 악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자 분위기 쇄신을 위한 반전 카드로 장지호 신임 대표이사를 내세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장지호 신임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기술 혁신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AI 지능형 관제·출동 시스템으로 출동 서비스 향상, KT그룹 역량 결집을 통한 맞춤형 통합 오퍼링(Offering) 제공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더불어 신사업 분야에서 핵심 역량인 출동·관제와 ICT 기술을 활용한 무인화 사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시점에서 분위기를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보안 업계 1위 굳히기에 나선 에스원, 계열사 통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선 ADT캡스와의 격차가 더욱 크게 벌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장지호 대표의 어깨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