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AI 민원 상담으로 스마트 치안 시스템 구축

AI 폴봇으로 민원 업무의 효율성 개선

2021-02-01     석주원 기자

지난 1월, 182경찰민원콜센터 현장에 AI 챗봇(Chatbot), ‘폴봇(Pol-Bot)’의 도입 및 활용을 위한 연구와 의견 교환을 위해 연구개발진, 수요처, 경찰청 관계자가 모였다. 폴봇은 경찰청이 182콜센터의 업무 효율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개발을 추진한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 서비스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온라인 공간에 모인 관계자들은 지난해 동안의 개발 결과를 바탕으로 2021년의 추진 계획 등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경찰 민원 대응 음성 서비스, 폴봇(Pol-Bot)

챗봇은 문자나 음성 대화 형식으로 사용자 질의에 적합한 답이나 각종 연관 정보를 생성하여 전달하는 대화형 서비스 소프트웨어로, 일반적으로 메신저나 웹상의 채팅 인터페이스를 활용해왔으나 최근에는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한 대화형 챗봇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Gartner)에서 2020년에 발표한 인공지능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 for AI)에 따르면, 대화형 챗봇(Conversational Chatbot)의 성능은 수년 내에 그 기술 성장 기대치의 정점에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의 일부 도시들은 시민들에게 공공 정보를 제공하고 실시간으로 상호 작용하기 위해 대화형 인터페이스 챗봇을 도입해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순/반복의 민원 업무(정보 조회 등)에 대해 24시간 365일 내내 자동 응대가 가능한 챗봇은 현재 한국에서도 금융 서비스 분야와 같이 고객의 발화(예: ‘송금’하고 싶어 등)에 대한 의도 파악이 분명한 영역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다.

경찰청은 182콜센터의 단순/반복 민원 응대 자동화를 통해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상담관 및 경찰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음성 대화 기반의 챗봇 개발을 기획하여 지난해 ‘대화형 치안 지식서비스 폴봇 개발’(2020.04.01.~2022.12.31.)이라는 명칭으로 경찰청R&D사업을 공고했다.

2020년 4월부로 착수된 폴봇 개발은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주관으로 인공지능 챗봇 및 빅데이터 SW 전문 기업 와이즈넛, AI 전문 기업 마인즈랩, 인텔리어스로 구성된 연구개발팀이 맡고 있다. 이들의 올해 첫 온라인 회의를 재구성해 폴봇의 개발 취지와 진행 상황을 정리해 봤다.

7차

 

폴봇 개발 회의 참석자

  • 방준성 선임연구원(ETRI/연구책임자)
  • 김동수 전무(마인즈랩)
  • 신원창 상무(마인즈랩)
  • 장주연 상무(와이즈넛)
  • 장정훈 상무(와이즈넛)
  • 김선호 대표(인텔리어스)
  • 신지호 팀장(치안정책연구소)
  • 김홍기 센터장(경찰청 182민원콜센터)
  • 조현진 계장(경찰청 연구개발기획계)

 

폴봇은 182콜센터 민원 응대가 가능할까?

방준성: 폴봇에 대해 먼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폴봇은 182경찰민원콜센터에 단순/반복의 민원 상담 업무를 자동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전화상의 민원인 음성을 인식하고 대화 의도를 이해하여 민원 시나리오별 치안 지식에 따라 응대를 하는 음성 대화 기반의 치안 민원 자동 응대 챗봇 시스템입니다.

지난해에 182경찰민원콜센터 현장 적용을 위해 상용 수준 시스템 개발을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연구개발에 착수했을 때,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우리가 어느 정도 수준까지 만들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공존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여러 이슈들이 있긴 했지만, 저는 치안산업박람회에 온라인 전시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 폴봇의 활용 가능성에 대해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됐습니다. 유튜브에서 폴봇을 검색하시면 2020년도 버전의 폴봇 시스템을 살펴보실 수 있고, 그때 이후로도 계속 개선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장주연: 과태료나 범칙금 등에 대한 정보 조회와 같이 182경찰민원콜센터의 단순/반복 업무 중 일부는 폴봇에 의한 민원 응대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민원 상담 대화의 실증 가능한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며 개발을 진행했던 터라, 아직은 특정 시나리오 기반의 가벼운 대화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올해에는 민원 범위를 확대해 시나리오를 추가하고 챗봇 엔진의 성능을 높이면 더 다양한 상황에 대한 민원 응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장정훈: 텍스트 대화와 차이가 있는 음성 대화의 특성이 챗봇 엔진에 반영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상담 대화를 위해서는 민원인과 폴봇 사이에 여러 번 주고받는 질의-답변 과정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지난해에 멀티-턴 대화 이해의 최신 연구 방법인 PLM(사전 학습 언어 모델)을 적용해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기존 연구보다 좋은 성능을 보여 AAAI-21에 논문도 게재 승인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올해에는 해당 알고리즘을 한국어 대화에서 가능하도록 구현해 폴봇 시스템에 적용해볼 계획입니다.

 

김동수: 최근 금융권 콜센터에 음성인식 기반 챗봇을 도입하여 고객 서비스와 상담 업무 효율 개선을 이루고 있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음성 대화형 AI 챗봇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인식 변화를 볼 수 있습니다. 금융권의 경우에 이미 챗봇 구축 사례가 많고 음성인식을 위한 학습 데이터도 상당량 확보되어 있는 편입니다. 그에 비해 폴봇은 개발을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182콜센터의 민원 상담 대화에 관한 음성 및 텍스트 데이터는 보안 사항으로 학습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많습니다. 또한 민원인이 실외 환경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잡음이나 잔향에 대한 고려도 반드시 필요하고요. 현재 182콜센터 서비스 일부 범위에 한정해 실내 환경에서 음성 인식률을 테스트한 결과 95% 수준의 정확도까지 확보한 상황입니다.

앞으로 민원 서비스 범위가 넓어지고 잡음이 많은 실외 환경에서 90% 이상의 음성인식 정확도를 얻을 수 있을 만한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면 폴봇의 자연스러운 민원 응대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

 

김선호: 인간은 대화 과정 중에 상대의 감정을 읽으며 상호 작용합니다. 폴봇이 음성 또는 텍스트 대화 데이터로부터 민원인의 감정을 파악할 수 있다면 전체적인 대화 맥락과 즉각적인 민원인 반응에 대한 의도 분석 정확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원인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도록 폴봇이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올해에는 음성인식과 대화 이해 등에 대한 정확도 향상을 비롯해 부차적 기술들도 연구개발할 계획입니다.

24시간

 

폴봇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방준성: 시스템 개발을 하다 보면 함께 모여서 논의할 일들이 많은데, 이번 폴봇 개발은 코로나19 상황이어서 효율적으로 회의를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연구개발과 지재권 확보 일정에 지연이 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고요. 보통의 경우, 데이터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을 많이 겪게 되는데, 182콜센터에서 데이터 보안을 지키면서도 연구개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환경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그런 부분에서의 어려움은 잘 해소됐습니다. 각 기관 연구개발팀들이 협조적으로 도와주시니 올해에도 어려움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장정훈: 전화 상담 대화의 각 문장에 2개 이상의 의도가 포함되어 있거나 특정 의도로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시나리오 기반의 챗봇 엔진은 이런 경우 의도 분석이 어려울 수 있는데, 저희 연구개발진들이 주기적으로 논의하며 진보된 챗봇 엔진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신원창: 사람의 언어 표현이 다양한데, 그것을 분석해서 이해하고 적절한 응답을 생성해 폴봇이 사람 같은 목소리로 전달하는 데에는 많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합니다. 더군다나, 동시에 여러 민원을 처리할 수 있어야 하기도 했고요. 네트워크 지연에 프로세싱 지연까지 더해져서, 폴봇 시스템을 처음 전화망에 연결했을 때 3~5초 정도 지연이 발생했었습니다. 이 정도 지연은 전화 연결을 위해 기다리는 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짧기는 하지만, 통화 연결이 된 상태에서 민원인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실시간 응대가 가능하도록 딥러닝 모델 개선 등을 진행했습니다.

폴봇

 

폴봇의 2021년도 연구개발 계획

방준성: 폴봇의 연구개발진은 1차 연도에 실시간 폴봇 응대, 2차 연도에 상담관-폴봇 협업 응대, 3차 연도에 민원인-맞춤형 폴봇 응대를 실증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2021년도인 올해에는 민원 시나리오나 지식 DB도 확대하겠지만, 상담관이 다수의 민원들을 응대하는 폴봇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그 중에서 민원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건에 대해서는 상담관이 즉시 개입해 처리하는 시스템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폴봇 시스템을 182콜센터 현장에 적용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이슈들을 사전에 함께 찾아보고 이에 대한 대비도 할 생각이고요.

 

장정훈: 대화 이해 정확도 성능 향상 노력과 함께 한국어 멀티-턴 대화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여 민원인-폴봇 사이의 대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민원 시나리오가 확장됨에 따라 대화 관리도 중요해지게 되어 대화 상태 추적 등의 기술 고도화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김동수: 음성인식 정확도 성능 향상을 위해 학습 데이터 구축을 분기 단위로 지속적으로 수행할 계획입니다. 잡음이 많은 음성 데이터를 학습 데이터에 포함하고, 음성인식 전처리 단계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기술도 개발할 계획입니다. 상담관-폴봇 협업을 위해 다중 콜 동시 접속 제어나 호 전환, 시스템 모니터링 등의 상담관 관리 도구 개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AI 챗봇 활용에 의한 민원 업무 변화 전망

김홍기: 112는 경찰관의 현장 출동을 필요로 하는 긴급 업무 등을 접수해 범죄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며, 182경찰민원콜센터는 경찰 출동이 필요하지 않는 비긴급 경찰 관련 업무에 대하여 1차적으로 상담을 하고 도움을 주는 기관입니다. 182콜센터에서는 연간 약 300만 건 이상의 민원 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상담관 1명당 일평균 약 80여 건 정도의 민원을 상담하고 있어 타 공공기관 콜센터에 비해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부담하고 있습니다.

현재 연구개발 중인 폴봇의 현장 적용이 가능할 경우, 많은 상담 업무 중 상담관 개입이 필요하지 않는 단순 상담에 대해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며, 이를 통해 응대의 질적 개선, 상담관 업무 환경 개선, 콜센터 운용 효율화 등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원창: 182콜센터뿐 아니라 112, 110 등 다양한 음성 콜센터 시스템에 적용 가능한 서비스도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82콜센터를 통해 폴봇의 효용성이 검증되면 콜센터 민원 응대뿐만 아니라 인터뷰, 조사, 회의 등 음성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많은 업무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방준성: 가까운 미래에 단순 민원 상담 응대 업무들은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AI 챗봇들이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챗봇 엔진의 요소 기술들의 발전으로 단답형 대화 중심의 챗봇은 상담 대화가 가능한 챗봇으로, 텍스트 기반 챗봇은 전화 음성 기반 챗봇으로 진화 중입니다. 조금 더 복잡한 민원 업무에 대해서는 AI 챗봇들이 정보 검색, 내용 정리 등 인간 상담관을 보조하며 그들이 쉽고 빠르게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으로 예상합니다.

2020

 

경찰 조직의 폴봇 개발 지원 현황

방준성: 지금까지 폴봇 개발 현황과 계획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주로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연구기관과 기업들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폴봇 프로젝트를 기획, 추진하고 있는 경찰청에서는 폴봇 개발을 어떻게 지원하고,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소개 부탁합니다.

 

신지호: 폴봇 과제의 2020년도 평가와 관리를 맡은 치안정책연구소(소장 정병권)의 신지호입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경찰대학의 부설연구기관으로, 1980년 개소한 기존의 치안연구소와 공안문제연구소를 통합해 2005년 7월 5일 새롭게 확대 개편한 기관입니다.

저희 치안정책연구소는 치안 관련 정책 연구, 치안과학 분야 조사 및 분석, 연구개발사업의 기획, 평가, 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및 경찰청 지침을 준수하며 경찰청 R&D 과제의 수행기관이 연구개발에 집중해 우수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폴봇 개발 과제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개발 과제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과제의 연구개발 성과물이 경찰 실무에 적용되었을 때는 치안 서비스의 질은 높아지고 치안 인력은 절감하는 등의 큰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조현진: 경찰청은 2015년 22억 원의 예산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시작해, 2021년에는 492억 원의 예산을 확보하는 등 치안 분야 연구개발사업을 지속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경찰의 연구개발사업은 치안 현장의 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민의 안전과 편익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본 폴봇 개발 연구개발사업 역시, 경찰에 유입되는 비긴급 민원 상담 데이터를 활용하여 24시간 빈틈없이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콜봇을 개발하는 사업으로, 182 상담관들이 단순 민원 응대에서 벗어나 보다 더 깊이 있고 복잡한 상담에 집중함으로써 상담을 원하는 국민들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데 연구개발의 목적이 있습니다.

폴봇 개발과 함께 경찰의 지식을 집대성하고 있는데, 이는 치안 최일선에서 현장 출동하는 경찰관들이 보다 더 스마트하게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조언하는 미래 경찰, 치안 어드바이저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경찰청 과학치안정책팀은 오늘보다 더 스마트한 내일, 미래 경찰을 꿈꾼다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