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확장된 보안 산업의 역할과 기대

2021-01-06     석주원 기자

보안의 사전적 의미는 ‘안전을 유지함’이다. 즉, 보안이라는 단어 안에는 이미 안전을 품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보안 산업과 안전 산업을 서로 다른 영역에서 접근해 왔다. 전통적인 보안 산업은 범죄를 예방하고, 질서를 지키며, 사회 시스템을 유지하는 쪽이 집중해 왔다. 그리고 안전 산업은 재난·재해 속에서 인명 구하고 재산을 보호하는 분야에 치우쳐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우리는 보안이 곧 안전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되새기게 됐다.

 

전통적인 보안 산업의 영역

전통적인 보안 산업은 크게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으로 영역을 구분해 왔다. 물리보안은 시설물의 출입보안을 비롯해 요인 경호, 공항 검색대, 출동 경비, CCTV 등 실제로 눈에 보이고 몸을 사용해야 하는 영역의 보안 활동을 지칭한다. 반면, 정보보안은 기업이나 국가의 기밀 정보부터 개인의 민감한 정보에 이르기까지, 물리적인 실체는 없지만 중요한 가치를 가진 디지털 정보를 보호하는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

물리보안은 고대 시대부터 치안을 유지하고 중요 인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해 왔지만, 정보보안은 비교적 현대에 이르러 생겨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과거에도 종이 같은 물리적 기록물에 적힌 정보를 보호하는 행위가 있어왔지만, 이러한 기록물을 지키는 방식은 물리보안에 더 가깝다.

정보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기 시작한 것은 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기록물의 가치가 높아지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에 백신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암호를 설정하는 행동이 바로 정보보안의 영역에 속한다.

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분리되어 있던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의 개념을 점차 하나로 융합시키고 있다. 물리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ICT 기술이 도입되면서, 물리보안 시스템이 사이버 공격의 위협에 노출되었고, 이를 방어하기 위해 정보보안 기술을 도입하는가 하면, 외장 저장장치로 기밀을 빼돌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물리보안은 첨단 센서와 카메라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이처럼 물리보안과 정보보안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며 발전해가고 있다.

 

재해·재난에 특화된 안전 산업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보안과 안전은 비슷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현대 사회에서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은 미묘하게 다르다. 보안은 범죄 예방의 느낌을 준다면, 안전에서는 보다 직접적인 구호의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안전의 대표적인 영역인 산업 안전을 생각해보자. 산업 안전은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고로부터 근로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활동이다. 반면, 산업 보안은 산업 현장에서의 기밀 유출을 막는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 안전 외에도 안전의 분야는 다양하다. 지난해 이례적으로 길었던 장마로 발생한 침수 피해를 막는 것도 안전 활동이며, 화재 예방이나, 교통사고 예방,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예방, 황사 예방도 모두 안전 산업이 다루고 있는 분야다. 보안과 비교해보면 공공 분야와 더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고 있지만, 산업 안전과 같은 특정 영역은 매우 취약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산업 재해 발생 빈도와 그로 인한 노동자 사망 비율은 OECD 최상위에 머물고 있다. 이외에도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망자 숫자 모두 OECD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등 우리나라의 안전 분야는 편차가 큰 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렇게 취약한 안전 영역에도 보안 기술을 활용해 안전을 보완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산업 안전이다.

 

안전까지 지켜주는 보안 산업

보안 산업과 안전 산업은 그 미묘한 어감 차이만큼 각자의 사업 분야에도 차이가 있었다. 매장에서 도난 사고가 발생하면 보안 사고로 분류되지만,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 재난 사고에 속한다. 그래서 매장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는 출동경비 서비스에 가입을 하거나 도난 방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하고, 화재 예방을 위해서는 화재경보기와 스프링클러 등의 설비를 설치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보안 서비스 업체에서 화재 예방 등 안전 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사실 보안과 안전의 융합이 먼저 시작된 곳은 공공 분야다. 이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지자체 통합관제센터는 지역 내 모든 공공 CCTV를 통합 운영 관리하면서 보안과 안전 양쪽을 모두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통합관제센터는 경찰서, 소방서, 병원 등과 연계되어 범죄 사건이나 사고, 재해 등이 발생하면 모든 시스템을 동원해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기업을 비롯한 주요 시설물, 공동 주거 공간, 학교 등까지 통합관제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CCTV라는 전통적인 보안 기술이 안전 분야에서도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셈이다.

민간 안전 영역에서도 보안 기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8년에 발생했던 유류저장소 화재 사건도 보안 장치를 제대로 운영했다면 막을 수 있는 인재로 기록돼 있다. 뿐만 아니라 OECD 1위라는 산업 재해 사망자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안전장치들에도 보안 기술 적극 활용되고 있으며, 산불 예방, 교량 점검, 사회 취약자 보호 등 많은 분야에서 보안 기업들이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극복에 일조하는 보안 산업

2020년 한 해 동안 사람들을 위협에 빠트리고 괴롭혔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보안 산업은 사회 안전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영상보안 분야에서는 감염 의심자 탐지를 위한 인체용 열화상카메라를 빠르게 공급했으며, 출입통제 시스템은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고 발열 탐지, 마스크 착용 여부 기능을 더해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정보보안 산업 역시 강력한 보안 기술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재택근무에 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에 앞장서고 있는 중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상황을 노린 사이버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보보안 기업들은 발 빠르게 새로운 위협에 대처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이러한 보안 기술 덕택에 우리는 현재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물론, 보안 업계의 이러한 행보가 단순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선행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위기 속에서 새롭게 개척할 수 있는 시장을 발굴해, 진입한 결과가 코로나19 안전 도우미라는 역할까지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도야 어찌 됐든 보안 산업은 결국 안전을 지킴으로써 수익을 창출한다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고, 이를 통해 사업 분야의 확장과 사회 안전을 모두 이룩해 냈다.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라는 위기가 보안과 안전이 본래의 의미대로 하나로 거듭나게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코로나19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백신이 개발됐다고 하지만 전 세계에 보급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며, 치료제 개발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즉, 새해에도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는 2021년에도 보안 업계의 안전 도우미로서의 역할이 여전히 요구된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성장 기회 역시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디 보안업계의 노력이 안전 분야에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해 우리의 생활을 더욱 안전하게 지키고, 코로나19 상황을 조기 종식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