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CT 기술의 집약체 드론

미래 운송 수단을 꿈꾸는 드론 산업

2020-08-04     석주원 기자

최첨단 ICT 기술들은 대체적으로 무인화와 자동화, 그리고 원격화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해 자율주행차량, 공장 자동화 등은 모두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우리가 ‘드론(Drone)’이라고 부르는 무인항공기는 바로 이러한 최첨단 ICT 기술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현대의 드론은 점차 활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핵심 산업 분야 중 하나로 기대받고 있다.

 

군사 목적으로 탄생한 드론

많은 첨단 기술들이 그러하듯 드론 역시 처음 개발된 목적은 군사용이었다. 군사용 드론이라고 하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미군의 MQ-1 프레데터(Predator)나 MQ-9 리퍼(Reaper)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 등의 미디어를 통해 대중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군사용 무인기가 바로 이 기종이기 때문이다.

MQ-9은 올해 초 미국이 이란의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 소장인 카셈 솔레이마니를 이라크 바그다드 국제공항에서 폭격할 때 사용된 기종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외에도 글로벌 호크(Global hawk)로 잘 알려진 RQ-4 같은 정찰용 무인기를 비롯해 다수의 군사용 무인기를 개발 및 보유하고 있으며, 군사용 무인기 개발에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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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사실 군사용 드론의 역사는 생각보다 꽤 오래됐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항공기 기술이 급속도록 발전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군사용 무인항공기도 이 시기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최초의 드론은 1935년 영국의 항공기 회사인 ‘드 하빌랜드(de Havilland)’가 개발한 DH-82B 퀸비(Queen Bee, 여왕벌)다. 당시 영국은 대공사격 연습을 위한 표적기를 만들기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정찰기나 훈련기에 무선 조종 장치를 달아 원격으로 조종하는 무인 비행기를 만들었다.

영국에서 만든 첫 번째 무인기는 1932년 정찰용 복엽기 ‘페어리III(Fairey III)’를 개조한 ‘페어리퀸(Fairey Queen)’이었는데, 단 세대만이 생산됐고 그나마도 비행에 성공한 것은 한 대에 불과했다. 이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양산이 가능하도록 개선한 것이 DH-82B 퀸비였다. 퀸비도 페어리퀸과 마찬가지로 DH-82 타이거 모스라는 연습용 복엽기를 개조한 기체였다.

퀸비는 ‘드론(Drone, 숫벌)’의 어원과도 얽혀 있는데, 격추해야 하는 표적기를 여왕의 의미가 포함된 퀸비로 부르는 걸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 영국군 관계자들이 드론이라는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과, 영국의 무인 표적기 훈련을 참관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해군 장교가 미국에서 개발한 무인기에 드론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일반화됐다는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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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하빌랜드는 1964년에 영국의 항공기 제조사 호커 시들리(Hawker Siddeley)에 매각됐고, 호커 시들리는 1977년 설립된 영국 국영 항공 우주 기업인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British Aerospace, BAe)로 통합됐다. BAe는 1999년 마르코니 일렉트로닉스 시스템즈(Marconi Electronic Systems)와 합병해 BAE SYSTEMS가 됐다.

 

취미 용품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드론

앞서 살펴본 것처럼 군사용 드론의 역사는 항공기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됐지만, 일반인들에게 드론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10년대에 들어서다. 전투기처럼 제트 엔진을 장착하고 장거리 정찰이나 타격을 하는 군용 드론과 달리,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드론은 프로펠러로 부력을 얻는 멀티콥터의 형태를 하고 있다.

이러한 형태의 드론이 갑자기 인기를 끈 계기는 프랑스의 드론 제조사 패럿(Parrot)이 아이폰 앱을 이용해 원격 조종 가능한 드론 제품을 출시하면서부터다. 이 드론은 기존의 RC(Radio Control) 모형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저렴하고 조작도 어렵지 않아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아이폰과의 연동을 통한 홍보 효과 덕을 보면서, 한때 패럿은 중국의 DJI와 함께 전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1, 2위를 다투기도 했다.

이 외에도 영상 촬영 분야에서 드론의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 드론에 카메라를 설치해 높이 띄우면 일반적으로는 시도할 수 없는 항공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사람이 직접 촬영하기 어려운 다양한 각도에서의 영상 촬영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취미로 영상을 제작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방송국 등 전문 분야에서도 드론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산업용으로 영역을 확장한 드론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드론이지만, 드론이 산업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정부가 발표한 드론 전 세계 드론 시장의 규모를 살펴보면, 2016년 취미용 드론은 22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한 반면, 산업용 드론 시장의 규모는 겨우 3억 8천만 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6년에는 오히려 역전돼, 취미용 드론 시장이 47억 3천만 달러, 산업용 드론 시장이 70억 8천만 달러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산업용 드론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인 문제들이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은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을 구상하고 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드론의 운행 거리와 하중을 지금보다 몇 배는 늘려야 한다. 또한 배송 도중 물품이 훼손되거나 도난당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아마존뿐 아니라 구글 역시 드론을 활용한 무인 배송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이지만, 실용화 단계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현재 드론의 산업적 이용이 마냥 정체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드론 기술이 허용하는 한정된 영역 내에서는 이미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드론의 가장 대표적인 활용 분야가 농업이다. 농업 분야에서는 방제, 파종, 작황 예찰, 병해충 감시, 그리고 농약 살포 등의 업무를 드론이 대신하고 있다. 드론은 농촌의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생산 효율 향상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이 외에도 드론은 사람이 직접 살펴보기 어려운 교량이나 대형 건축물의 점검, 해양 감시, 산불 감시, 재난 및 재해 예방 등 공공 안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또한, 환경, 통신, 에너지, 교통 분야에서의 활용 방안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되고 있다.

 

국내 드론 산업 정책 현황

지난 2017년 출범한 문재인 정부는 경제 정책으로 혁신성장 전략을 발표하면서, 8대 핵심 사업을 선정했다. 드론도 당시 선정된 8대 핵심 사업 중 하나로, 정부는 드론 산업 활성화를 위해 2019년 4월, ‘드론 활용의 촉진 및 기반조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드론 산업 육성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정부는 2017년 말 기준 704억 원이었던 국내 드론 시장 규모를 2026년까지 4조 4천억 원으로 키우고, 세계 5위권의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산업용 드론 생태계를 조성하고 ▲공공 수요 기반의 시장 육성 ▲글로벌 수준의 운영 환경과 인프라 구축 ▲기술 경쟁력 확보를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먼저, 한국형 드론 생태계 조성을 위해 5G,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첨단 자동관제 서비스를 구현하고, 하늘을 고도에 따라 분류해 150m 이하 저고도 영역에서 드론 운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이어 국내 드론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드론 수요를 창출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공공건설, 하천관리, 산림보호, 수색·정찰, 에너지, 국가통계 등의 분야에서 5년간 약 3700대의 드론을 두입하고, 이를 통해 3500억 원 규모의 드론 시장 형성을 목표로 삼았다.

이 외에도 국내 드론 관련 기업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드론 규제샌드박스 도입, 비행 규제 완화, 드론 특화 도시 구축, 드론 전용 비행시험장 시범 운영, 드론을 위한 실기 시험장 및 복합교육센터 신규 착공 등 다양한 육성 사업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정부는 향후 드론이 개인용 이동 수단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도심 상공에서 사람과 물자를 운송할 수 있는 교통 체계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드론 교통 전담 벤처형 조직인 ‘미래드론교통담당관’을 신설하고 정부 차원의 안전, 교통, 산업 등 다양한 이슈를 검토하는 한편, 2023년까지 민간 차원의 드론택시 서비스 모델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