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된 영상보안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최우선 과제,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

2020-04-20     석주원 기자

전통적인 CCTV의 용도는 보안, 감시, 안전, 시설 관리 등에 치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CCTV의 역할을 점차 다양한 방면으로 확대하고 있다. CCTV의 내구성을 강화해 특정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도 하고,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해 공장이나 물류 현장에서 제품을 검수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매장에서 고객의 동선을 기록해 매장 실적 강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쓰임새가 늘어나고 있는 영상감시 장비의 다양한 활용처를 모아봤다.

 

산업 현장에서 사람의 눈을 대신하는 카메라

산업 현장에서의 CCTV 활용이라고 하면 대부분 시설 관리나 안전 감시 등을 떠올리기 쉽다. 실제로도 공장 같은 산업 시설에서 CCTV의 용도는 대부분 안전 관리에 집중돼 있다. 산업 현장에는 언제나 크고 작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산업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한다면 인적 손실은 물론이고 재산 손해까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산업 현장 안전 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특정 산업 현장에서는 CCTV가 안전 관리 이외의 용도로도 활용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제철소에서 용광로 내부를 촬영하는 Furnace Monitoring Camera다. 이 카메라는 사람이 직접 들여다볼 수 없는 용광로 내부의 상태를 촬영해 현재 온도나 상태 등을 체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보통 외장은 1500℃에서 2000℃까지 견딜 수 있는 재질로 제작되며, 제철소 외에 화력발전소, 유리 공장 등 고온의 화로가 설치된 시설에서 유용하게 활용된다.

더욱이 산업용 CCTV의 활용은 이러한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구축되는 스마트팩토리에서도 CCTV는 보안 기능과 더불어 제품의 검수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공장 설비 내의 이동용 장치와 결합된 카메라나 웨어러블 카메라를 활용해 물류의 최적화, 현장 점검, 원격 가이드 등 다방면에서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리테일 시장 정조준한 CCTV 업계

현재 CCTV 기업들이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기반으로 가장 적극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분야가 리테일 분석 서비스다. 리테일 분석은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의 동선과 구매 내역 등을 기록·분석해 매장을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다. 한화테크윈을 비롯한 많은 CCTV 업체들이 리테일 분석 시장에 뛰어든 이유 중 하나는 기존의 보안용 CCTV 시장과 일부 고객사가 겹치고, 사람을 감지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감시’와 ‘체크’는 기본적으로 용도가 다르므로 카메라의 세부 사양에는 차이가 있다. 감시용 카메라는 표적의 형태를 정확히 포착해야 하기 때문에 고화질, 고선명의 높은 영상 품질을 요구한다. 하지만 리테일 분석용 카메라는 표적의 형태보다는 표적의 숫자와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영상 품질은 높지 않더라도 각각의 오브젝트를 세세하게 구분할 수 있으면 제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리테일 분석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빅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가령 매장의 어떤 위치, 어떤 제품에 고객이 많이 몰렸으며, 또 오래 머물다 갔는지, 특정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추가로 구매하는 물품은 무엇인지 일일이 기록하며 소비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외국의 경우 리테일 분석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이들은 단순히 시스템만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컨설팅까지 수행하며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한화테크윈이

 

스마트시티 운영의 핵심 인프라

공공 CCTV를 통합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는 스마트시티 운영의 핵심 시설이다. 스마트시티는 ICT 첨단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만드는 도시 프로젝트로, 우리나라는 수년 전부터 국가 주도로 스마트시티 구축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에 앞서 2000년대 후반부터 도시의 모든 공공 CCTV를 통합으로 관리하는 통합관제센터 구축을 추진해, 현재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통합관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시티 구축 및 운영에서 CCTV가 중요한 이유는 도시 전체의 데이터를 수집하기에 최적화된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1차적으로 도시의 안전을 위해 설치된 CCTV지만, 여기에 첨단 지능형 기술을 삽입함으로써 사람들의 동선 파악, 자주 사용하는 도시 시설, 대중 교통 이용 현황, 골목의 주차 관리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리테일 분석 시스템을 도시 규모로 확장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 집약된 도시 시스템이며,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시민들의 빅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중요하다. CCTV를 통한 영상 빅데이터 수집은 스마트시트의 운영 효율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전히 데이터 활용 발목 잡는 개인정보보호법

하루 종일 실내에만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하루에도 여러 번 CCTV에 자신의 영상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거리에 설치된 수많은 공공 CCTV는 물론이고, 건물 내의 보안용 CCTV, 심지어 대중교통 시설에도 CCTV가 잔뜩 설치되어 있다. 야외 활동을 하는 현대인이라면 CCTV를 피해갈 방법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앞서 스마트시티의 사례에서 살펴봤듯이 이렇게 축적된 영상정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자산인 빅데이터로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 데이터들을 실제로 활용하는데 많은 걸림돌이 있다. 수년 전부터 관련 업계에서 지적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이 개인영상정보를 활용할 수 없도록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산업계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요구에 따라 비식별 개인정보 활용을 골자로 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는 했지만, 이 개정안에서도 개인영상정보 처리에 대한 항목은 찾아볼 수 없다. CCTV 영상정보는 개인의 얼굴과 동선을 모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비식별 처리도 사실상 어렵다.

빅데이터는 인공지능, 초고속 통신망(5G) 기술과 함께 4차 산업혁명의 가장 중요한 한 축으로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로 비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24시간 쉬지 않고 수집되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버리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 영상정보들을 사업적 용도가 아닌 연구 개발 용도로 한시적이나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지만, 그 마저도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여러모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물론, 개인정보는 매우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정부의 고민도, 기업의 요구도 모두 이해는 된다. 개인정보 보호와 활용에 대한 엇갈린 주장은 앞으로 맞이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민감한 주제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