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암호를 만들었을까?

고대부터 1920년대까지, 암호 발전의 역사 들여다보기

2020-04-13     최형주 기자

암호 기술의 역사엔 두 번의 큰 전환점이 있었다. 첫 번째 전환점은 1920년대 1, 2차 세계 대전에서 기계적, 전자적 암호 장치를 개발한 것이고, 두 번째는 1970년대에 컴퓨터 사용이 활발해지며 이를 이용한 암호 기술이 탄생하기 시작한 지점이다.

하지만 그 이전인 고대에도 암호기술은 존재했다. 오늘은 고대로부터 첫번째 전환점까지, 인류가 사용해온 암호에 대해 알아보겠다.

 

가장 오래된 암호 도구, 스키테일

스키테일

현재까지 기록된 역사 속에 최초로 등장한 암호는 ‘스키테일’로도 잘 알려진 이른바 ‘치환 암호’다.

기원전 500년 경 스파르타에서는 전쟁 중 왕의 명령을 전할 때 이 스키테일을 활용했다. 원리는 다음과 같다.

우선 전쟁에 나가는 군대가 왕과 굵기가 같은 원통형 막대기를 나눠 갖고, 메시지를 전달해야 될 상황이 오면 리본을 원통에 둘둘 말아 그 위에 메시지를 적는다.

이후 리본을 풀어 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글자가 채워지는데, 빈 공간에 아무 글씨나 채워넣으면 같은 지름의 원통을 가진 이들만 해당 암호를 해독할 수 있게 된다.

 

카이사르의 암호문

고대엔 또 하나의 치환 암호가 존재했다. 바로 로마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사용했던 ‘카이사르 암호’다. 이 암호는 규칙에 따라 알파벳을 치환해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원리를 이용한다.

율리우스

예를 들어 a를 b로 치환했으면, b는 c로, c는 d로 치환하는 방식으로 마지막 z는 a가 된다. 즉, b부터 시작하는 알파벳으로 글을 쓰고 이를 통해 중요한 내용을 전할 수 있다. 만약 Rome을 g부터 시작하는 카이사르 암호를 활용해 암호화하면, ‘gdjb’라는 알 수 없는 단어가 등장하게 된다.

 

‘다중치환’ 난공불략의 비즈네르

치환 암호는 이후로도 널리 사용됐다. 특히 16세기에는 프랑스의 외교관이었던 블레즈 드비즈네르(Blaise de Vigenère)가 ‘비즈네르 사이퍼’라는 암호를 만들게 된다. 비즈네르는 카이사르 암호와 같은 단순한 치환 암호의 해독에 사용되는 ‘빈도분석법’으로 해독이 불가능하다.

영어 문장의 경우, 각 알파벳 수를 세어보면 e, t, a, o, I, n 등의 순으로 문자 출현 빈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치환 암호는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암호문에서 가장 빈도수가 높은 문자에 e부터 차례로 대입한다. 만약 모순이 생길 경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음 문자를 대입하는 방식으로 해독하면 된다.

그러나 비즈네르 암호는 암호문 작성 시 특정한 키워드를 대입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2중, 3중으로 치환한다. 비즈네르 암호를 사용하기 위해선 우선 다음과 같은 비즈네르 표가 필요 하다.

비즈네르표(자료:

비즈네르 표가 준비됐다면, 키워드를 Dream으로 설정하고 ‘Hello’라는 단어를 비즈네르 암호문으로 바꿔보자.

치환 결과, 두 번 쓰인 L이 암호문에는 각각 P와 L로 다르게 표시된다. 특히 이 비즈네르 암호에 쓰인 키워드가 단 한 번만 쓰인다면, 이는 일종의 OTP와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해당 키워드를 모르고 있다면 사실상 암호를 풀어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즈네르 암호는 이런 방식으로 키워드에 따라 무수하게 많은 다중 치환이 가능해 ‘난공불략’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고 한다.

 

우리는 누구나 지키고 싶은 것이 있다

여기까지 고대로부터 인류가 사용했던 암호들에 대해 알아봤다. 당시의 암호들은 조금만 연구한다면 쉽게 해독될 수 있는 만큼, 지금의 인류가 생각해본다면 참 단순한 암호들이다.

하지만 당시 사람들에게 이러한 치환암호는 해독하기 쉽지 않은, 교묘하고 획기적인 암호화 방법이었다.

인류 역사에서 암호가 등장한 지도 벌써 3천 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는 돈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나만의 특별한 의미를 담은 암호를 사용한다.

우리가 여전히 새로운 보안 기술을 연구하는 이유는, 무언가를 지킨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원초적 욕구 중 하나이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