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개인정보 ‘불법 수집’하는 국회의원 후보들

2020-04-02     최형주 기자

국민을 위한 일꾼을 자처하는 국회의원 후보들이 선거철에 보내는 휴대폰 문자 메시지의 상당수가 불법 수집된 개인정보를 이용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공직선거법, 정당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선거철 불법 스팸의 실체에 대해 알아봤다.

 

국회의원 후보들, ‘위법’ 알고도 불법 수집

고향을 떠나 2018년 광명시로 이사한 C씨(33)는 2020년 3월 광명시 국회의원 예비후보 K의 선거 관련 홍보 문자를 받았다. 불쾌했던 C씨는 K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요구했다. 하지만 K후보의 답변은 “기억하지 못한다”였다.

뻔뻔한 태도에 화가 난 C씨는 K후보에게 재차 개인정보 수집 출처를 밝혀달라고 요구했으나 K후보는 “성당 지인에게 받았을 뿐 잘 모르겠다, 정확한 출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답변만을 내놨다.

K후보의 이같은 답변은 명백한 위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제20조 ‘정보주체의 수집 출처 요청 시 준수사항’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다. 법에 따라 K후보는 C씨에게 ‘개인정보의 수집 출처’를 반드시 알려야 했다. K후보에게는 개인정보보호법 제75조에 따라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기자 본인과 주변 지인들의 휴대폰에 전송된 선거 홍보 문자들을 보고 해당 후보 사무실로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출처를 물었으나, 명확히 답변해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심지어 해당 후보들 중엔 현직 국회의원도 일부 있었다.

기자

 

매 선거철 불법 스팸 폭증에도 큰 개선 없어

선거 관련 개인정보 침해 문제는 매 선거철마다 제기돼 왔다. 지난 2018년 전국동시지방선거 시기에 선거운동 문자 메시지 전송과 관련한 개인정보 침해 상담·신고는 약 2만여 건에 달했다. 그럼에도 이런 행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0년 1월부터 3월까지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사이버테러 긴급신고 번호인 118로 들어온 선거 관련 불법 스팸 상담 사례는, 선거기간이 아님에도 무려 6100여 건에 달한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민들의 개인정보

후보들이 위법 행위인 ‘개인정보 불법 수집’을 통해 문자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거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분리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공직선거법은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다.

공직선거법은 선거범죄로 인한 당선 무효를 ‘정치자금법’과 관련한 죄로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았을 때만으로 규정해 놨다.

결국 개인정보보호법을 어기고 5천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돼도 선거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특히 공직선거법에서 국민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줄 수 있는 조항은 공직선거법 제82조의5, 후보자들이 ‘자동 동보통신’을 통해 문자메시지를 발송할 경우에 관한 제약이 전부다.

또한 본지 취재 결과, 선관위 측은 “개인정보 관련 법률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해 처리된다”며 선거법이 선거철 개인정보 불법 수집에 관한 내용을 다루지 않고 있음을 밝혔다.

제도적 상황이 이렇다보니 후보들은 큰 거리낌 없이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하고, 자신들을 홍보하는 문자를 보낼 수 있다. 국민의 개인정보가 선거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의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치인들의 부족한 보안인식

앞서도 언급해왔지만 개인정보 불법 수집은 명백한 위법 행위이고, 후보들은 선거를 위해 이러한 불법 스팸을 전송하는 만큼 선거법을 통해 엄중히 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당 차원의 가이드라인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본지 확인 결과 국내 주요 정당들은 개인정보보호 불법 수집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공직선거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을 참고해 적법한 범위 내에서 홍보하라고 전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예비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관련 지침에 대해 공지하는 정도로 개인정보보호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해 사실상 국내 주요 정당들이 개인정보 불법 수집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를 따로 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 9일 데이터3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4.15 총선을 통해 당선될 국회의원들은 앞으로 국민들의 개인정보 주권을 결정할 이러한 법률안도 다루게 된다. 하지만 여러 불법 스팸 사례들을 통해 나타나는 후보들의 허술한 개인정보 관련 인식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