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ICT 기술의 결정체, 스마트빌딩

스마트빌딩 기술의 최신 트렌드는 에코 빌딩

2020-02-06     석주원 기자

[CCTV뉴스=석주원 기자] “보일러 끄고 나왔나?” 요즘 같은 계절, 장시간 외출 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생각이다. 최근 수년 사이 가정용 사물인터넷(IoT) 제품과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가장 먼저 파고든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다. 보일러를 켜 놓고 나와도 밖에서 끌 수 있고, 반대로 집에 돌아가기 전 미리 보일러를 작동해 따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첨단 ICT 기술이 접목된 집을 요즘은 ‘스마트홈’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 스마트홈의 개념을 일반 건축물로 확대하면 바로 ‘스마트빌딩’이 된다.

 



■ 스마트빌딩의 시발점

사람이 사람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3대 요소, 의식주. 일반적으로 초등학생 때 배우는 개념이다. 여기에서 의(衣)는 입을 것, 즉 옷을 의미하고, 식(食)은 먹을 것-음식, 주(住)는 살 곳-집을 나타낸다. 사람이 안전하게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추위나 더위 등에서 몸을 보호할 수단이 필요하고, 활동을 위한 에너지를 얻어야 하며, 안전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인류 문명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 의식주는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으며, 인류는 의식주를 확보하기 위해 자연환경과 투쟁해 왔다. 그리고 문명의 발전은 인류에게 마침내 안전한 삶을 가져다주었다. 몇몇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현대인들은 더 이상 의식주를 얻기 위해 투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대신 이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옷은 여전히 추위나 더위를 막기 위한 본래의 용도로 사용되지만, 현대인에게는 자신의 지위와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다. 배고픔을 극복한 현대인들은 더 좋은 재료, 더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며, 그 흔적을 남기고 자랑하기에 바쁘다. 물론, 주거 공간도 예외는 아니다. 주거 공간은 현대인들에게 가장 소중한 보금자리이며, 또 재산으로 꼽힌다. 특히 의식주 중에서도 현대인에게 가장 큰 가치를 갖게 된 것이 주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주거 공간은 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하면 족했던 공간에 추위를 극복하기 위한 난방 시스템이 추가됐고, 수도 설비가 설치되었으며, 공간을 용도에 따라 구분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현대에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명확히 구분되어 있지만, 과거에는 이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 가령 왕들이 사는 궁전만 해도 휴식과 업무 공간을 합쳐 놓은 건축물이었다.

휴식을 위한 공간과 일을 위한 공간이 분리되기 시작한 것은 산업의 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산업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지면서 더 효율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는 업무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사회가 복잡화되고 세분화될수록 건축물의 역할도 다변화됐다. 휴식과 일을 위한 공간이 분리됐고, 일의 종류에 따라서 요구되는 건물의 형태와 크기도 모두 달라졌다. 기업들은 업무 공간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고민했고, 최신 기술의 도입을 통해 이러한 고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개념이 현대적으로 발전한 것이 바로 스마트빌딩이라고 할 수 있다.
 



■ 현대적 스마트빌딩의 개념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들어간 제품, 서비스, 인프라의 공통된 특징 중 하나는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기관이나 기업, 그리고 협회나 단체들마저 스마트라는 단어에 저마다의 설명을 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양한 설명들을 종합해보면 어느 정도 정형화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마트빌딩에 대한 설명은 어떨까? 보편적으로는 첨단 ICT 기술을 도입해 관리 효율성을 향상시킨 건물을 지칭한다. 적용 범위는 일반 사무용 건물부터 공장, 쇼핑몰, 병원, 학교, 군사기지, 그리고 주거 공간까지 모든 건축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대적 스마트빌딩의 전신은 인텔리전트 빌딩(intelligent Building)으로, 1983년 미국 코네티컷주 하트포드의 시티플레이스빌딩을 세계 최초의 인텔리전트 빌딩으로 여긴다. 이 당시 인텔리전트 빌딩의 핵심은 사무 자동화의 도입이었다. 컴퓨터를 비롯한 첨단 사무기기, 통신 회선, 영상감시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서 이러한 장비를 설치한 공간과 운영을 위한 설비 구축 등이 인텔리전트 빌딩의 주요 과제였다. 21세기 스마트빌딩도 기본 개념은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20세기 인텔리전트 빌딩과 21세기 스마트빌딩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되었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와 에너지 비용 문제가 맞물려, 낭비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면서 사람들의 편의를 보장하는 에너지 공급 및 관리 체계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스마트빌딩을 정의할 때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가 꼭 포함된다. 2016년 유럽 집행위원회에서는 스마트빌딩의 세 가지 지표로 거주자와 건물 간의 상효 작용, 건물과 전력 그리드의 상호 작용, 건물 스스로의 효율적인 관리 시스템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나열된 내용들을 정리해보면, 스마트빌딩이란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운영 및 관리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첨단 ICT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겠다.

 



■ 국내 스마트빌딩 사업 현황

우리나라의 스마트빌딩 사업은 기업에서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것을 제외하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스마트시티 사업과 연계해서 접근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다. 특히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다 보니 효율적인 도시 관리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이에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유비쿼터스 시티(Ubiquitous-city, U시티) 사업을 통해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한 도시재생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U시티 사업은 지나치게 기술적인 측면에서만 접근하다가 예산과 실효성 등의 문제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그렇게 한동안 방치되었던 도시재생사업은 2016년, 스마트시티라는 이름으로 다시 추진되었고, 현재 시범도시를 선정해 도시별 서비스 인프라 모델 구축과 평가를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이 스마트시티 사업의 추진 과제 중에는 스마트빌딩 구축도 포함되어 있다.

2018년 국토교통부 보고서에서는 스마트시티 5대 중점 분야별 기술로 빌딩, 교통, 에너지, 워터, 정부를 꼽았다. 이 중에서 빌딩, 즉 스마트빌딩에 대해서는 빌딩의 주요 설비 및 위치에 사물인터넷 센서를 적용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스로 상태를 판단해 최적의 운영을 지원하는 건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스마트빌딩의 주요 서비스로 조명과 공기 관리, 냉방ㆍ난방 등의 에너지 관리, 무선 통신 네트워크, CCTV 통합 관리 플랫폼, 주차장 무인 관리 시스템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시티 사업의 주요 과제 중 하나가 에너지 관리 효율화를 통한 탄소 배출 억제인만큼, 스마트빌딩에서도 에너지 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딩 사업에서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 중 하나는 2016년 11월부터 발효된 파리기후협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파리기후협정에 가입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들은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빌딩은 국가 에너지 소비량의 24~40%를 차지하고 있어, 온실가수 배출의 주범 중 하나로 지적받아 왔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공공기관에 BEMS(Building Energy Management System, 빌딩 에너지 관리 시스템)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의무 적용을 민간 빌딩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 국내 빌딩의 70% 정도가 BEMS 설치를 위해서는 리모델링을 필요로 하고 있어 예산 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 스마트빌딩 산업 전망

스마트시티와 스마트빌딩 사업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므로, 관련 산업의 성장 속도도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은 2017년 8월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7년 전 세계 스마트빌딩 시장 규모는 약 72억 달러였고, 2022년까지 약 32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성장 잠재력이 가장 큰 분야는 앞서 지속적으로 언급된 에너지 관리와 관련된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인사이트 리포트(MarketInsightsReports)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BEMS 시장 규모는 44억 830만 달러였으며, 2025년에는 10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주요 기업으로는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 지멘스(Siemens), 하니웰(Honeywell), 존슨 콘트롤즈(Johnson Controls), 그리드포인트(GridPoint),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에머슨(Emerson Electric), 이턴 코퍼레이션(Eaton Corporation), 아즈빌(Azbil), 실론 컨트롤(Cylon Controls), Tongfang Technovator 등이 꼽혔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LG CNS, 포스코ICT, KT, 삼성전자 등이 BEMS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 큰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BEMS 시장의 수요는 아직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큰 이유는 국내 빌딩들의 에너지 소비량 자체가 선진국과 비교해 적다는 데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빌딩의 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40~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빌딩들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약 21%만을 차지하고 있다. 즉 큰 비용을 들여 BEMS를 도입해도 실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생각보다크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빌딩들이 굳이 BEMS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국내 BEMS 기업들은 새롭게 지어지는 건물을 위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