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나라 CCTV업체들이 직면한 4차 산업시대

정부 지원책과 업계 자구책 필요

2019-10-22     석주원 기자

[이동원 대표 | JWC네트웍스]


오래 전부터 영상감시 시장에서는 많은 경쟁 포인트가 있었다. B/W와 컬러 CCTV, VCR 시기에는 분할화면 동시 저장과 색감 튜닝 등이 중요 했었다. DVR로 넘어와서는 오랜 저장 기간 확보, PC와 모바일폰을 통한 원격감시, 해상도 등이 주요 경쟁 포인트가 됐다. IP카메라와 NVR 시기에서는 프로토콜의 호환성 매칭과 지능형 기능 구현, 분석 등이 중요해졌으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렇다면 과연 미래의 4차 산업시대에서 CCTV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4차 산업혁명과 CCTV산업의 연관성

4차 산업혁명의 필수 조건으로 꼭 빠지지 않는 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딥러닝 방식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일정한 패턴 속에서는 인간의 명령 없이도 인공지능이 스스로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시점에서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CCTV산업의 예를 들어보면 이미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기술은 영상보안 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전 국민의 데이터를 수집해 두고 인공지능 카메라로 빠르게 추적할 수 있는 기술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고도화된 인공지능 CCTV는 이제 단순히 감시용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인공지능 CCTV는 여러 시설과 연결되어 산업안전, 공공안전, 시설관리, 재난감시 등 사회 인프라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그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CCTV는 4차 산업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거듭나고 있다.
 



지쳐 있는 CCTV업계

그런데 과연 CCTV업계가 다가올 4차 산업시대를 잘 대비하고 있을까? 지금 CCTV업계는 과거 DVR 시대의 전성기를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사업 매각, 폐업 등으로 수많은 제조사와 부품 업체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준수한 성능에 가격까지 저렴한 제품으로 국내 시장을 공략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판로도 줄고, 수익도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보호 정책은 조달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수요를 늘려주는 것 외에 다른 부분을 기대하긴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CCTV업체들이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리거나 값싼 중국산 부품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선택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해 핵심 부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국내 부품 업체 또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더욱 큰 문제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지원 필요

시장 자체는 성장하는데 거꾸로 관련 기업들은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타파해야 할까? 정부 차원에서 4차 산업시대의 핵심 인프라인 CCTV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부 지원이 시급한 분야를 몇 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인증 간소화

제품에 대한 인증을 간소화하거나 비용 지원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시제품 생산 후에 판매하기까지는 상당한 비용이 투입된다. 이때 개발된 부품 하나로 수백 종류의 파생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제품마다 인증 비용이 발생하다 보니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수 없다. 무선 인증의 회로 인증처럼, 모듈 자체 인증을 허가해주면 하나의 부품으로 다양한 파생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어 중소기업의 개발비 부담을 줄이고 추가 시장 확장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주도 대기업 SOC 사업을 통한 중소기업 양성

현재 CCTV의 핵심 부품인 SOC는 중국산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기술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기 힘든 상황이다. SOC 개발은 상당한 초기 비용이 투입되어야 하기 때문 에 중소기업에서 추진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다. 정부가 대기업 과 공동으로 SOC 개발을 추진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이 를 함께 활용한다면, 더욱 다양한 제품군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영상감시 스타트업 지원

우리나라의 CCTV업계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아마도 50대 중반은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10~20년이 지나 현재 CCTV업계를 지탱 하고 있는 인력들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를 생각해보면 국내 CCTV산업의 미래는 매우 어둡다고 할 수 있겠다. 국내 CCTV업계가 이렇게 노령화되어 가는 이유는 현재의 업계 분위기가 좋지 않고, 전망 또한 밝지 않아 신규 인력이 들어오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CCTV는 4차 산업시대의 핵심 인프라 중 하나로 반드시 지키고 육성해야 하는 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젊은 인력들이 적극적으로 CCTV업계에 뛰어들어 창업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늘려 나가야 한다.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해야 할 때

오늘날 영상감시 업계는 업체별로 개성이 뚜렷하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 간의 협업이 힘들다. 하지만 4차 산업시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각 기업의 기술, 구매, 생산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협업을 통한 시너지가 중요하다. 4차 산업시대에는 모든 제품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도 서로 연결과 협업을 통해 기술력을 키우고 생산 효율성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세일즈의 다양화 방법도 연구해 봐야할 과제다. 국내 CCTV시장의 일반 영업방식은 총판과 대리점을 통한 대리 영업, 대형 보안회사와 렌탈사에 납품영업, 최종 소비자를 겨냥한 직접 영업, 조달 시장을 겨냥한 직접 혹은 대리 영업 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존 방식에만 머물러 있으면 더 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타 업계 기업들과의 융합, 해외 시장의 정면 돌파, 협업을 통한 구매 단가 절감 및 기술 공유, 대기업 중소기업 간의 협력 관계를 통한 시너지 효과, 고객이 요구하는 사양의 맞춤 제품 개발,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 개발 등 고정 관념을 벗어나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업계 종사자들의 긍정적 마인드와 작은 투자가 우리나라 CCTV산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