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5G 상용화, 인프라 시장 최소 500억 유로

2020년부터 4개 통신사 중심으로 5G 인프라 투자

2019-08-06     최형주 기자

[CCTV뉴스=최형주 기자] 독일의 5G 주파수 경매입찰이 6월 11일 입찰가 65.5억 유로(약 8조 6500억 원)를 기록하며 마감됨에 따라 2020년부터 2025년까지 독일 정부의 전국적 ‘5G 연결(5G Connectivity)’ 전략 목표가 본격 추진된다.

자료: 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5G 주파수 경매 6월 11일 마감, 4개기업 선정

총 12주에 걸친 경매 입찰 절차를 통해 도이치 텔레콤(Deutsche Telekom), 보다폰(Vodafone), 텔레포니카(Telefonica/O2), 1&1 드릴리쉬(1&1 Drillisch) 등 4개 통신사가 독일의 5G 상용화 사업자로 확정 됐다.
독일 정부는 한국ㆍ일본ㆍ미국 등 주요 경쟁국보다 차세대 5G 인터넷 도입이 늦었다는 사실을 인지해 앞으로의 투자와 지원에 총력을 다할 계획이다. 인프라ㆍ통신연구소 WIK에 따르면, 독일 인구 98%를 5G 네트워크에 연결하는데 전국에 약 26만 개의 기지국을 설치해야 하고, 여기에만 약 540억 유로(약 71조 3천억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하다.

독일 정부는 앞으로 167억 유로(약 22조 원)를 브로드밴드 인프라 구축에 투자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주파수 입찰에 성공한 텔레포니카가 최소 약 760억 유로(약 100조 4천억 원)를 투자하고, 도이치 텔레콤은 2021년까지 200억 유로를 5G 인프라에 투자해 2025년까지 독일 인구의 99%에게 5G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적어도 500억 유로 이상의 규모로 열릴 독일 내 5G 인프라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도 유럽 진출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독일 연방정부, 5G 다각도 활용 위해 사활

독일 연방정부는 ‘미래 산업 통신’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산업계 에서 신뢰할 수 있는 무선 통신’, ‘5G산업 인터넷’, ‘5G: 촉각 인터넷’ 분야 연구개발에 총 8000만 유로를 투입했다.
스마트 모빌리티, 4차 산업혁명, 스마트 농업, 스마트 그리드, e-헬스, 미디어 등 미래 산업 전반을 위해 5G가 독일에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먼저 스마트 모빌리티 분야는 자율주행 혁명이 가능해진다. 실시간 교통정보 전달을 통한 물류 및 교통 시스템 효율화를 위해 주요 고속도로 및 교통 거점에 최대한 신속히 5G를 도입한다.
특히 아헨 공대가 개발한 자율주행 시뮬레이터 ‘CERMCity’는 이미 실전 활용이 가능한 단계에 있고, 기계ㆍ로봇ㆍIT 시스템을 5G 기반으로 연결해 거대한 용량의 데이터 송부와 원격제어 가능 여부를 실험한 ‘TACNET 4.0’도 실험 중이다.
독일은 데이터 관리 및 교환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 보고, 5G 를 통해 로봇 모바일 컨트롤 시스템을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이를 통해 에러 확률을 최소화하고, 데이터 소모가 높은 3D 모델 등을 모바일로 구현한다.
5G는 농업에도 이용될 전망이다. 인터넷을 통해 생산자와 관련 기관, 고객을 연결해 비료와 추수 작업 최적화와 같은 ‘가치사슬의 자동화’를 이루는 스마트 농업이 가능해진다.
독일은 이외에도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기 위한 스마트 그리드, e-헬스, 미디어 등에 5G를 활용한다.



최대 20Gbps 속도 5G, 어떤 기술 들어가나

독일 정부와 기업들의 투자를 기반으로 자리 잡게 될 5G 통신망은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해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Gbps, 최저 다운로드 속도 100Mbps 이상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4G 인터넷의 속도 문제로 독일 내에서 구현이 어려웠던 사물인터넷, 자율자동차와 스마트팩토리 등의 대중화도 가속화된다.
5G 상용화에 따른 네트워크 기술은 소형화와 경량화가 핵심이며, 마이모(Miniaturized multi-antenna systems, MIMO)와 스몰셀(Small Cell) 기술이 기반이 된다.
먼저 마이모 기술은 무선 신호의 공간 전 송을 계산하고 이에 따라 방출 신호를 적응시키는 소형화된 ‘다중 안테나 시스템’을 이용해 많은 데이터 채널을 만든다. 이렇게 커버리지를 확장시킴으로써 수용인원에 대한 한계를 없애고 체감속도를 증가시킨다.
쉽게 말하자면 4G의 경우 4X4 MIMO를 사용해 송신과 수신을 위한 안테나를 각각 4개씩 사용하지만 5G는 100개 이상의 안테나를 사용해 전송속도를 보장한다.
스몰셀 기술은 10m~수백m로 낮은 출력의 커버리지를 갖는 저전력 무선접속 기지국을 뜻한다. 통상적으로 수km의 광대역 커버리지를 지원하는 매크로셀과 달리, 스몰셀 기술의 경우 커버리지는 적지만 단위 면적당 용량 증대와 음영지역에서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도 과부하를 막아 상대적으로 높은 서비스 퀄리티를 제공한다. 독일 모 연구소 통신장비 담당 연구원은 KOTRA를 통해 “한국이 스몰셀 기지국 장비를 최초로 상용화했다”며 “한국 기업들 중엔 기술력을 인정받아 글로벌 통신장비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고 전한 바 있다.
여기에 유럽 전체의 스마트폰 평균 데이터 트래픽이 2016년 기준 3GB/월에서 2022년 20GB/월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돼 한국의 스몰셀 기술이 더욱 부각되고 있으며,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스몰셀 출하량은 지난해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8.3% 성장할 전망이다.


독일 5G와 미ㆍ중 무역전쟁은 한국의 유럽 진출 기회

독일의 이번 5G 상용화는 국내 중소기업들에겐 대형 호재다. 현재 독일 내 5G통신 장비 매출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7%, 화웨이 28%, 에릭슨 27%, 노키아 8%의 4강 구도가 형성돼 있다.
아울러 독일 정부의 5G 연결 목표에 따라 가입자망 장비, 광 네트워크 장비, 네트워크 운영 장비와 보안, 중계기, 기지국, 스몰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네트워크 장비 수요가 발생할 것 이고, 상위 4개 기업의 투자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와중에 최근 미국과 일본의 통신 기업들이 화웨이의 5G 장비를 거부하기 시작했다. 이어 미국은 EU에도 ‘화웨이 배제’를 요청하지만 EU는 미국의 5G 장비 배제 요구 자체를 거부한다. 이후 EU는 유럽 각국이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많은 유럽 국가들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을 의식 하고 있는 상황이다.
강환국 KOTRA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이렇듯 앞으로 독일과 유럽에 열릴 5G 인프라 시장과 미ㆍ중 무역 전쟁의 여파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기업의 유럽 5G시장 진출 활로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4대 기업과 협업 통한 자연스런 유럽 시장 진출 가능

국내 기업 중엔 이미 글로벌 4대 기업에 장비를 납품하고 협업 중인 곳도 있다. ‘케이엠더블유’는 무선통신 기지국에 장착되는 안테나와 RF필터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5G 장비 제품을 노키아와 삼성 전자, 에릭슨 등에 이미 납품 중이다.
특히 지난 2년 전부터 케이엠더블유는 노키아와 협업해 ‘대용량 다중입력장치(Massive MIMO)’를 개발했고, 6월 11일엔 노키아와 ‘5G 기술협력과 공동 해외진출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양해각서’ 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노키아는 이미 5G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 한 지역은 물론 5G 상용화를 모색 중인 유럽 국가들에도 우선적으로 케이엠더블유와 공동으로 개발한 다중입출력장치를 소개한다.
삼성전자는 이미 유럽 시장에 진출했다. 2018년 7월 삼성은 러시아 최대 이동통신사 MTS와 함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5G 시연에 성공했고, 같은 달 루마니아의 클루지에서 이동통신사 오렌지와 함께 5G 활용 고정형 무선 액세스(FWA) 시범서비스에 성공했다. 이어 삼성은 2019년 2월 18일 스페인 1위 이동통신사 텔레포니카와 독일 함부르크에서 5G 활용 FWA 시범서비스에도 성공했고, 국내에선 앞서 언급한 케이엠더블유를 비롯한 오이솔루션, 서진시스템 등과 협업하고 있다.
강환국 KOTRA 독일 프랑크푸르트무역관은 “2020년 독일에서 본격적인 5G 도입이 시작되면 마이모와 스몰셀 기술 관련 기업들의 장비와 부품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이라며 “유럽 시장의 단독 진출도 가능하고, 글로벌 4대 기업과 기술 협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럽 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