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오세현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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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오세현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표
  • 조중환 기자
  • 승인 2018.04.03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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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뉴스=조중환 기자] 2017년 3월 블록체인 오픈포럼이 발족한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최초 30여명의 회원으로 시작된 포럼은 지난 2월말 기준 총 35개 기관과 410여명의 관·산·학·연 회원들로 구성된 대표 모임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KISA가 총괄사무국으로 운영을 맡은 포럼은 블록체인 산업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블록체인 오픈포럼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블록체인 산업생태계 활성화와 산업발전의 구심적 역할을 하기 위해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로 확대전환해 새롭게 출발할 계획이다.

협회의 명칭은 오는 4월 27일 창립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본지는 포럼의 수장으로서 지난 1년간 대한민국 블록체인 활성화를 위해 헌신한 오세현 前의장(現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표)을 만나 대한민국 블록체인의 현재를 진단해 봤다.

▲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표로 선임된 SK텔리콤 오세현 전무

Q. 블록체인 오픈포럼이 발족한지 1년이 됐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블록체인 오픈포럼이 발족하기 전에는 블록체인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직접적으로 연관된 산업군 뿐 아니라, 자신이 맡고 있는 업무에 블록체인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그리고 블록체인을 적용함으로써 어떤 문제가 해결되는지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한다.

이런 질문들을 한다는 것은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얘기다. 블록체인 산업 발전의 속도를 더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관계자들의 관심도와 기본적인 이해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에 5회에 걸쳐 테크비즈 컨퍼런스와 밋업 행사를 진행했고, 그런 의미에서 오픈 포럼이 제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Q. 블록체인오픈포럼 의장직을 맡으며 “블록체인 확산을 위한 생태계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는데 계획대로 잘 된 것 같은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컨설턴트와 은행가, 개발자, 아키텍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이고, 이들로부터 융합이 일어나 새로운 분야가 생겨나는 것 모두를 생태계라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블록체인의 생태계 구축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례로 변호사의 경우 일부 규제와 관련된 일은 진행해 왔지만 ICO((Initial Coin Offering))와 관련된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이 부분은 해외의 변호사들이 진출해 진행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부분이 아쉽다.

▲ 지난 3월 28일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 발기인 대회 당시. 발기인 대표로 선임된 오세현 SK텔레콤 전무

Q. 블록체인 오픈포럼이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로 재도약하는데, 블록체인 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협회를 설립하는 목적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째는 블록체인 기술 활용을 통한 4차 산업혁명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신성장 동력원을 확보하고 인식을 제고하는데 있다. 두번째는 국가산업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민·관 정보공유과 협력을 통해 블록체인 기술 활용수준을 향상시키는데 있다. 세번째는 민·관 협력이 가능한 다양한 사업을 발굴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있다. 마지막으로 네번째는 블록체인 사업 관련 업계의 현실적인 입장을 대변하는데 그 설립목적이 있다.

협회의 구체적인 기능과 역할로는 블록체인 연구개발 기업과 개인의 소통을 위해 오픈 랩(Open Lab)을 설립하는 등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또한 블록체인 산업군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함으로써 제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기업과 정부간의 네트워크 허브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이와 더불어 블록체인 산업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꼭 필요한 블록체인 인력양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블록체인 창업에 필요한 제반 지원과 더불어 신규사업 인큐베이팅 센터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다.

Q. 블록체인 산업 저변 확대와 홍보를 위한 활동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협회로 새롭게 도약과 동시에 기존의 블록체인 오픈포럼은 협회 산하 포럼으로 이관된다. 따라서 지금까지 KISA가 진행해 오던 블록체인 TechBiz 컨퍼런스는 이후에도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블록체인 개발자간 기술교류를 통해 최신 기술 정보를 습득하고 네트워킹 활성화를 위해 블록체인 개발자 밋업을 연간 6회, 격월로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블록체인으로 변화되는 사업의 구조와 서비스에 대한 공유를 통해 블록체인 시장을 확대하고 주요 산업간 융합을 통한 시장 창출을 위해 블록체인 제품과 서비스 전시회를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과 기관의 리더그룹을 초청해 글로벌 블록체인 산업의 진화 현황을 전망하고 공유할 수 있는 대형 블록체인 컨퍼런스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또한 기술과 산업 지형이 격변하는 블록체인 산업 특성을 고려해 업계 내 고급 정보를 수시로 공유할 수 있도록 주요기술이나 산업, 정책 동향 등을 뉴스레터 형태로 발송할 예정이다.

Q.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글로벌 정세는 어떤가?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투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와 블록체인 산업 육성에 대한 이슈로 시간을 보낼 때 글로벌 블록체인 정세는 빠르게 변화를 거듭했다.

호주의 경우 컨설턴트, 자문단, 변호사, 투자자 등이 모여 ICO를 진행하고자하는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집단 생태계가 구성되었다.

또한 네덜란드의 경우 17세기 역사상 최초의 자본주의적 투기라고 알려진 튤립 버블을 격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는데 적극적이다. 네덜란드는 지난 2016년부터 30여개 정부 부처·기관 주도로 인증, 운송, 세금, 부동산,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개 이상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진행 중 이다.

이와 함께 각 정부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래 응용분야 개발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스타트업·대학 등과 협업해 정부 주도의 과제를 발굴하고 운영 중이라고 한다. 이 밖에도 금융을 비롯한 에너지, 농식품 등 산업계 전반에 걸쳐 다각적으로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고 있고, 학계나 연구기관 활동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빠르게 변해가는 글로벌 추세와는 다르게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방침과 범위 등에서 아직 갈피를 못 잡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Q. 지난 2017년 9월 정부에서 취한 ICO 금지 조치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지난달 스위스 금융청(Finma)이 ICO 가이드 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ICO는 토큰의 유형과 구성 방식이 무척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다. 따라서 관련 판례나 일관된 법적 원칙이 없어 다양한 법적 이슈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스위스 금융청은 ICO가 다양한 방식으로 기존의 금융시장 규제에 의한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역동적인 시장과 많은 시장참여자들의 높은 관심수준을 감안해 ICO에 대한 원칙들을 명확히 하기 위해 가이드 라인을 발표 했다. 발표된 가이드 라인을 보면 ICO의 정의부터 그 결과물인 코인과 토큰의 범주를 비롯한 증권 분류 기준, 그리고 취급 방식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해 놨다.

이런 체계화된 법적 조치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전세계 암호화폐의 상당수가 스위스 추크에서 ICO를 진행했다. 이 같은 스위스 정부의 움직임은 ICO라는 같은 이슈를 두고 단순히 사기 또는 유사수신 행위로 간주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시각과는 상반된 자세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이거나 준비하고 있는 ICO가 모두 객관적으로 투자의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ICO를 하기 위해서는 화이트페이퍼를 공개해야 하고, 자기가 사용하는 코드도 오픈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개중에는 화이트페이퍼가 기본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고, 코드조차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ICO를 하는 경우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경우가 많아, 펀딩에 성공할지는 몰라도 프로젝트 자체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일부는 작정하고 ICO를 빙자한 사기를 시도하는 무리가 섞여 있을 수도 있다.

만약 자격미달 코인이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거래가 가능해진다면, 투자자들은 정상적인 코인으로 오인해 구매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이 같은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ICO가 불건전한 이미지에서 탈피하려면, 상장 전에 전문가들이 화이트페이퍼를 분석하고 코인에 대한 엄격한 평가를 치루는 제도가 우리나라에도 적용돼야 한다.

Q.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주도해 ‘페트로’라는 암호화폐를 발행, 판매를 시작했다. 암호화폐로 실물거래를 할 수 있는 ‘통화’로써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베네수엘라 이외에도 중국, 스웨덴, 영국, 러시아 등도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고민하고 있다. 또한 석유, 위스키 등 실물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암호화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페트로’ 발행은 경제위기에 직면한 베네수엘라로써는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베네수엘라 정부에서 ‘페트로’ 사용처를 세금과 각종 공공요금 등으로 규정하고 있고, 향후 부동산 거래, 식료품, 의약품 등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시도야 말로 암화화폐가 통화로서의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시행착오도 있겠지만 그 또한 변화의 과정일 것이다.

16세기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세계를 제패했던 시기를 지나 금본위제가 시작됐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가 영국의 파운드화에서 지금의 달러로 바뀔 때도 지금보다 더 큰 혼란이 있었을 것이다. 또한, 달러가 기축통화로써 제 역할을 못함으로 발생했던 ‘리먼브라더스’와 같은 사건이 비트코인의 발단이 됐듯 변화는 끊임없이 계속 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금에서 달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거치면서 혼란은 계속 됐고, 지금 또한 이런 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중국, 영국, 스웨덴 같은 나라에서 ‘암호화폐’로 전세계를 제패하겠다고 하는 시기에 우리는 그저 ‘안된다’는 말 한마디로 일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세계 여러 나라들이 암호화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향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생각한다면, 우리도 그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Q. 현 시점에서 올바른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다.

인구가 2만 명에 불과한 스위스의 작은 도시 ‘추크’ 사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2016년에 스위스의 금융그룹 UBS는 경쟁력 평가에서 ‘추크’를 스위스 26개 칸톤(주) 중 1위로 꼽았다. 그 매개체가 무엇이었을까? 바로 블록체인이다.

‘추크’에서는 ‘연봉 1억 이상 현지인 약간명 고용’과 ‘자금세탁방지방안’ 등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ICO를 위한 법인 설립에 아무런 규제가 없다. 이런 과감한 정책을 경쟁력으로 그저 작고 조용했던 도시가 단 5년 만에 170여 개의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업이 설립됐고 세계적인 블록체인 성지가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도 크립토밸리와 같은 특수 지구를 마련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블록체인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거시적인 안목으로 적절한 규제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그로부터 얻어지는 고용창출과 더불어 세수 확대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산업협회(가칭)는 이를 위해 앞으로 기업과 정부간에 허브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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