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요양산업 진출하자… 요양원 양극화 심화 “부익부 빈익빈 늙어서도”
상태바
대기업 요양산업 진출하자… 요양원 양극화 심화 “부익부 빈익빈 늙어서도”
  • 최연지 기자
  • 승인 2023.05.23 1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양원 입소비용 5배 가까이 차이나

인구 고령화로 실버산업이 확대되면서 최근 KB손해보험, 종근당 산업 등 대기업이 잇따라 요양산업에 진출해 프리미엄 요양원을 선보이고 있다. 기존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요양원’의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규제 우회로 찾는 기업들

국내 헬스케어 기업은 지속 성장이 기대되는 실버산업 선제 대응을 위해 요양산업 진출을 희망했다. 그러나 요양산업은 공공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수가를 수익원으로 삼는다. 요양원도 수가 내에서 운영돼 사업주가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종근당산업의 프리미엄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 전경 [사진=종근당산업]
종근당산업의 프리미엄 요양원 헤리티지너싱홈 전경 [사진=종근당산업]

병상당 매출과 수익이 고정된 요양원의 사업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기업은 ‘비급여’ 사업에 주목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관리·감독을 벗어나 본인부담금 100%로 운영되는 요양원을 개소한 것이다. 예컨대 KB손해보험의 KB골든라이프빌리지, 종근당 산업의 ‘헤리티너싱홈’은 장기요양등급 없이도 입소 가능한 프라이빗 침대를 운용한다.

 

프리미엄 요양원 뭐가 다르길래?

기업의 규제 우회로는 사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요양원으로 확산시켰다. 프리미엄 요양원 관계자에 따르면 노인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지 않는 어르신의 월 입소비용은 1인실 489만 원, 2인실 410만 원, 4인실 290만 원에 달했다. 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월 95~300만 원 선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1등급 어르신 월 입소비용이 79만 500원임을 고려하면 최대 400만 원 이상으로 5배에 가까운 금액 차가 나타났다. 즉 프리미엄 요양원 한 달 입소비용으로는 일반 요양원에서 5달을 지낼 수 있는 셈이다.

프리미엄 요양원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 빌리지 내부 [사진= KB골든라이프케어]
프리미엄 요양원 KB골든라이프케어 서초 빌리지 내부 [사진= KB골든라이프케어]

프리미엄과 일반 요양원의 입소비용 차이는 프로그램의 질과 양, 목욕 횟수, 주거환경 등으로부터 비롯됐다. 프리미엄 요양원은 맞춤형 프로그램을 입소자 모두에게 주 4회 이상 제공하면서, 재활이나 작업치료를 포함한 개인별 프로그램 및 추가 강연 등을 실시한다. 또한 입소자는 고급 침실, 휴게실과 같은 넓은 생활공간에서 24시간 상주하는 간호사의 돌봄을 받으며 주 2회 목욕 등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누리게 된다.

반면 대부분의 일반 요양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권고하는 횟수인 주 4회만 맞춤형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더불어 주거 공간의 크기나 내부 인프라 등이 다소 협소하고, 주 1회 목욕이 진행되는 등 프리미엄 요양원 보다 서비스 질이 낮은 실정이다. 이런 양극화 현상은 영세업자로 구성된 기존 요양산업이 대기업의 자본과 견주기 어려워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보험사가 요구하는 ‘요양시설 설립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영세업자는 기관 운영이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의료계에서는 의사들이 비급여항목인 성형외과로 몰려 소아과 폐과와 같은 기현상을 유발했다. 이처럼 요양산업의 비급여 선호는 ‘급여 내 장기요양기관에 입소하는 인원은 가난한 노인’이라는 사회적 낙인과 함께 생태계 위협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부는 올해 3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가 노인인구로 진입함에 따라 ‘신 노년층을 위한 요양서비스 활성화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나, 해당 연구는 양극화보다는 대단위 요양수요 유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