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트렌드] 늘어나는 은둔형 외톨이, 디지털 기술이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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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트렌드] 늘어나는 은둔형 외톨이, 디지털 기술이 돕는다
  • 곽중희 기자
  • 승인 2023.01.30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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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AI-메타버스 등 신기술 주목

은둔형 외톨이가 우리 사회의 더욱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1월 18일 서울시가 외부 기관을 통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19~39세) 4.5%(약 13만 명)가 고립·은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서울시는 주변과 아무런 관계를 맺지 않은 채 정서적·물리적 고립이 최소 6달 이상 유지되는 경우를 ‘고립’으로, 최근 한 달 내 구직 활동이 없으면서 집에서만 생활한 지 6달이 넘은 경우를 ’은둔’으로 정의했다.

202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고립의 사회적 비용과 사회 정책에서의 함의’ 연구에 따르면, 25세인 한 청년이 은둔을 시작해 경제 활동을 하지 않은 채 빈곤한 상태로 일생동안 공공 부조를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들어가는 경제적 비용은 1인당 약 15억 원에 달한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는 고독사, 자살, 사회적 범죄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최근에는 디지털 사회의 추세를 따라 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신기술을 활용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디지털 기술을 통해 해결하고 있는 만큼,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사회적 고립 문제에도 디지털 기술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꼭꼭 숨은 은둔형 외톨이, 빅데이터로 찾는다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는 약 20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은 찾기가 쉽지 않아 공식적인 통계를 내기 어려웠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는 사회 활동을 하지 않을뿐더러 외부와의 교류를 최소화하는 특성 때문에 지원의 손길을 뻗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에 최근 서울시는 더 정확한 조사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고안해냈다. 바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시는 각 통신사가 보유한 통신 정보와 카드사가 가진 신용 결제 정보를 공공 데이터에 결합해 주거 실태와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고 이를 통해 고립·은둔 청년의 규모를 조사할 계획이다.

먼저 올해 서울시는 빅데이터를 동원해 1200명 규모의 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발굴·지원한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 외에도 1인 노인 가구, 소년 소녀 가장 등 사회적으로 고립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을 찾는데도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할 예정이다.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빅데이터 분석팀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통해 은둔형 외톨이 청년을 찾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구현이 가능하다. 만약 발굴이 잘 된다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은둔·고립 청년들에게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사회적 고립 해결사로 AI-메타버스 등장

빅데이터 외에도 AI, 메타버스 등 기술을 동원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2020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발표한 ‘사회적 고립 완화를 위한 AI 기반 감성 증강’ 연구에 따르면, AI를 활용한 소통 기술은 사회적 고립에 처한 이들이 부정적 감정을 형성해 반사회적 행동이나 자살 등 행위를 보이는 것을 예방·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동시에 정서 소통을 통한 감성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미 영국과 일본 등 국가에서는 청년·노인들의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AI와 메타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고립 해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AI 기반의 맞춤형 소통 도구를 만들어 취약 계층의 고립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일례로 텔레프레전스 AI 로봇이 있다. 이 로봇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지도록 가상 현실을 구현한다. 고립된 이들은 AI 로봇과의 대화를 통해 사회 관계를 맺는 연습을 한다.

은둔형 외톨이와 유사한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 문제를 앓고 있는 일본은 사회적 고립 문제 해결에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예를 들면, 히키코모리를 집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증강 현실 기반 게임인 ‘포켓몬 고’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거나, 로봇 반려 동물을 통해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을 나누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현 지역은 NPO 법인 ‘JACFA’와 함께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히키코모리 지원책을 운영 중이다. 대면 만남이 부담스러운 은둔·고립 청년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취업 상담·교육을 진행한다. 대상자는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의견을 전하고 소통할 수 있다. 실제 교육처럼 자기소개와 퀴즈 등 가벼운 레크리에이션과 함께 전화 통화 강습, 컴퓨터 강좌도 이뤄진다. 이를 통해 후쿠오카현은 메타버스에서의 교육 활동이 취업으로 이어지도록 돕고 있다.

국내의 경우, 은둔형 외톨이 문제 해결을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지만, 일부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이 이뤄지고 있다.

네이버는 독거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AI 전화 돌봄 서비스로 클로바 케어콜을 운영하고 있다. 클로바 케어콜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의 자연어 이해 생성 능력을 활용한 AI를 탑재한 대화형 서비스다. 사용자의 다양한 일상 표현을 맥락으로 이해하고 기억할 수 있는 ‘기억 기반 대화’를 구현한다. 또한 단순히 필요한 질문과 답변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대의 상태를 파악하고 공감하는 등 상황에 맞는 대화를 할 수 있다.

네이버 클로바 케어콜 인터뷰 영상(출처: 네이버 클로바 홈페이지)

네이버 클로바 관계자는 “AI 클로바 케어콜은 독거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와 안부를 묻고 말동무가 되어 주는 역할을 주로 하고 있다.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다는 면에서 보면 은둔형 외톨이 청년 등 다른 대상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만 계층이 다른 만큼 그들의 욕구에 맞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메타버스 솔루션 스타트업 마인드브이알은 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진 청소년·청년을 대상으로 한 메타버스 심리 상담 플랫폼 ‘마브’를 운영 중이다. 이 플랫폼은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추적 관리가 어렵다는 특성에 주목해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심리 상담, 메타버스 자조모임, 메타버스 상담 특강 등 여러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인드브이알은 대전광역시 교육청, 남양주 남부경찰서, 대한산업보건협회 등 다수 기관과 협약을 맺으며, 지역 사회에 고립된 이들을 위한 상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 중이다.

메타버스를 통한 심리 상담(출처: 문화포털 유튜브 채널)

마인드브이알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통한 심리 상담은 은둔형 외톨이처럼 당장 누군가를 만나 관계를 맺기 어려워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얼굴·손짓 등 비언어적 요소를 볼 수 있는 대면 상담만큼 심도 있는 상담을 하기는 힘들지만, 대인 관계 맺는 연습을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실제로 대상자들도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다는 반응이 많이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은둔형 외톨이는 대인 관계에서 상처를 받아 대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특성을 봤을 때 비교적 부담감이 덜한 메타버스나 AI 등 기술을 활용한 상담은 대인 관계 형성과 사회 진출에 도움을 줄 수 있어 앞으로 수요가 더 많아질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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